플라톤의 국가를 읽고나서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나서
국가 1권에서 올바름은 일종의 기술입니다. 물론 1권에서 올바름이 무엇이라고 바로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각자에게 합당한 것을 되갚는 것’, ‘기득권자의 편익’이라는 올바름의 정의를 뒤집을 뿐 정의가 무엇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 와중에 올바름에 대한 정의가 어렴풋이 내려진다. 이 때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하는 올바름은 일종의 기술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에 대한 정의를 주로 기술의 측면에서 반박하고 재정의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올바름이 일종의 기술이라고 해서 그것이 말을 다루는 기술 혹은 개를 다루는 기술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습니다. 올바름은 기술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기술에 그치지 않고 참된 앎에 까지 이르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또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을…(생략)

한 상태인데, 1권의 논의에서는 올바름과 훌륭함을 딱히 구분하고 사용하고 있진 않다. 예컨대 폴레마르코스와의 논의에서 훌륭한 사람들과 올바른 사람들이 서로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러한 올바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개인의 영혼과 관련한 올바름, 정치의 영역에 있어서의 올바름이 바로 그것입니다. 1권의 앞부분을 차지하는 케팔로스, 폴레마르코스와의 논의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것은 개인의 영혼과 관련한 올바름입니다. 이와 달리 후반부 트라시마코스와의 논의에서는 정치의 영역에서의 올바름이 주로 논의됩니다. 물론 소크라테스에 의해 개인의 올바름과 정치에서의 올바름이 섞여서 나타나지만 논의 전반부와 달리 정치에서의 올바름이 주로 논의됩니다. 일단 케팔로스, 폴레마르코스와의 논의는 생활방식 즉 개인적 측면에서 시작됩니다. 소크라테스는 케팔로스에게 노년의 생활을 물어보면서 훌륭한 삶을 위한 수단들을 됩니다. 케팔로스는 이에 대해 삶의 방식이 중요하다고 하였는데, 소크라테스는 혹시 훌륭한 삶이 부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 아니냐고 질문합니다. 케팔로스는 부를 적절하고 분별력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부를 사용할 때만 훌륭한 삶이 가능하다고 답합니다. 이 때 부가 훌륭한 삶에 기여하는 것은 정직한 삶을 가능하게 해주고, 신 혹은 인간에게 받은 것을 되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부를 통해서든 다른 것을 통해서든 도달하는 올바름을 케팔로스는 정직함 또는 되갚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폴레마르코스가 이어받습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에 대한 질문을 계속합니다. 그런데 이 때 소크라테스는 정직함을 제외한 올바름의 정의에 대해서 되됩니다. 특히 폴레마르코스에게 시모니데스의 이야기를 자세히 해달라고 하며, 올바름에 대한 처음의 정의에서 더 한정시킨다. 그렇게 해서 폴레마르코스가 이야기 한 올바름은 ‘각자에게 합당한 것을 갚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는 맨 처음 케팔로스가 했던 올바름의 정의보다 협소합니다. 케팔로스는 (부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훌륭함을 정직함, 되갚음의 두 가지로 이야기했으나 소크라테스가 시모니데스의 올바름에 대해 주목하면서 그 논의를 축소시킨 것입니다. 시모니데스가 이야기한 올바름은 각자에게 합당한 것을 갚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기술에 대한 논의로 넘어갑니다. 이 경우 올바름은 기술과 구별됩니다. 기술은 일과 실천에 있어서 유용합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 의해 밝혀진 올바름은 이와 다릅니다. 올바름은 일과 실천에 있어서 어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을 때 잘 보존하기 위한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올바름은 쓰지 않을 때 쓸모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올바른 사람은 올바르지 않을 수 있는 능력도 있기 때문에 일종의 도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이전에 내렸던 결론을 완전히 뒤집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통해 올바름은 사실 무용하거나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바름의 정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술과의 연관 속에서 올바름에 대한 정의를 지속합니다. 그는 다음으로 올바름에 대한 정의 중 ‘각자에게’에 주목합니다. ‘각자에게’에 대해 폴레마르코스는 친구에게는 좋은 것을, 적에게는 나쁜 것을 주는 것이 올바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올바름의 정의가 이렇게 되면 올바름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말을 다루는 기술은 말을 잘 다루기 위해서이고, 시를 쓰는 기술은 시를 잘 쓰기 위해서입니다. 즉, 기술은 각각의 훌륭함을 위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올바름 또한 기술처럼 인간의 훌륭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소크라테스는 이야기합니다. 즉, 올바름을 기술의 측면에서 파악한 것입니다. 기술에서 올바름을 유추하는 과정을 통해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훌륭함, 올바름은 적이든 친구든 나쁘게 하는 것을 일컬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올바름이라는 기술이 잘 기능하는 것은 훌륭함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와 같은 폴레마르코스와의 논의를 통해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이 각자에게 합당한 것을 주는 것으로 정의할 수 없음을 결론지었습니다. 대신 올바름은 일종의 기술로, 어떤 인간이든 상관없이 더 좋은 상태로 나아가게 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나 올바름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소극적인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가 1권 마지막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올바름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를 지속합니다. 물론 1권 마지막의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처럼 올바름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바름을 제대로 정의하기 위해서는 올바름을 기술의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앞서 케팔로스, 폴레마르코스, 트라시마코스의 올바름에 대한 정의를 반박하는 데 기술을 예로 들어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케팔로스와 폴레마르코스의 경우 올바름을 각자에게 합당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기술은 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이 더 훌륭하고 완전한 것으로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올바름이 각자에게 합당한 것을 주는 것이 아님을 보인다. 특히 각자에게 합당한 것이라고 하면, 적에게는 나쁜 것을, 친구에게는 좋은 것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의 기술적인 측면을 들면서 적에게 나쁜 것을 주는 것은 올바름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올바름은 그것이 친구이든 적이든 인간을 더 나은 상태로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적과 친구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적인 사람을 친구, 올바른 사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올바름이 각자에게 합당한 것을 주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트라시마코스의 경우 올바름을 기득권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소크라테스는 이 또한 기술을 통해서 논박합니다. 트라시마코스가 이야기한 이익은 명예 혹은 부이며, 그가 주장한 정치적인 현실을 보면 올바름이란 기득권자가 명예 혹은 부를 얻기 위한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일반적으로 기술이 유용하다고 이야기되는 경우를 예로 들면서, 기술은 다른 기술들과 구분되는 그 자체의 목적을 가진다고 이야기합니다. 나아가 기술이 잘 실현되었다고 하는 것은 기술이 가진 그 목적을 잘 실현시켰을 경우를 일컫는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 올바름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내재적으로 어떤 훌륭함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시켰을 때 올바르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바름은 개인적이든 정치적인이든 부와 명예를 얻는 것과는 다릅니다. 개인적 올바름은 혼의 훌륭함을 실현시키는 데 있고, 정치적인 올바름은 기득권자를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치를 받는 자, 약자를 이롭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보면 국가 1권에서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을 일종의 기술로 봅니다. 이 때 기술이라고 하면, 오직 현실적인 유용성을 가져다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술은 현실에 없는, 그 기술 자체에 내재적 목적을 가진다. 특히 올바름이라는 기술은 인간의 혼을 훌륭하게 해주는 내재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재적 목적에 대한 논의는 국가 2권에서 이어진다. 국가 2권에서는 올바름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데, 이 논의에서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하는 올바름이 현실적인 것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1권을 통해 올바름이 일종의 기술이라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재화 획득술과 같은 기술처럼 올바름이 완전히 현실적인 이익만을 목표로 하진 않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2권에서 소크라테스는 일반적인 의견과 전문성을 갖춘 지식을 대비합니다. 일반적인 의견의 경우 평판 혹은 보이기와 관련이 있으며 눈에 보이는 이익을 목표로 합니다. 이와 달리 전문성을 갖춘 지식은 진정한 의미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어떤 것에 내재되어 있는 목적을 다 실현시킨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의 실현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현실에서 벗어나 어떤 추상적인 것을 지향하는 것에 가깝다. 이를 소크라테스는 덕이라고 하며, 올바름은 이러한 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러한 논의에서도 올바름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실히 드러나진 않습니다. 다만 올바름은 일종의 기술인데, 영혼의 훌륭함 또는 덕과 관련 있음이 나타날 뿐입니다. 이 때 영혼의 훌륭함, 덕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며, 성품임을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보면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올바름은 일종의 기술인데, 그것은 논의의 맨 처음 나왔던 정직함처럼 인간의 내부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