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전심청전을 읽고나서 흥부심청

1. 흥부전

흥부전. 흔히 ‘흥부 놀부’ 라는 이름 등으로 잘 알려진,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더 없이 친근한 소설.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다. 책의 간단한 내용을 말하자면, 우선 주인공은 놀부와 흥부이다. 형제인 둘은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형인 놀부는 부모의 유산을 독차지하고 동생마저 내쫓아 버리는, 재물만 탐하는 성격이다. 그에 반해 흥부는 아내와 많은 자식들을 거느리고 헐벗고 굶주린 채 갖은 고생을 하면서 묵묵히 살아간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새끼제비 한 마리의 목숨을 살려준 흥부는 그 제비의 보은으로 인해 벼락부자가 된다. 그 소문을 들은 놀부도 흥부와 비슷한 행동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박 속에 가득한 금은보화가 아닌 박 속에 가득한 괴물과 오물들이었다. 놀부는 하루아침에 몰락해 버리고 그의 집 또한 아수라장이 되지만, 마음씨 고운 흥부는 형인 놀부를 지극 정성으로 섬겨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된다- 라는 내용…(생략)

2. 심청전

고 있을 때. 적어도 놀부는 자신에게 맡겨진 유산을 더 불리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는 100%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는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흥부가 그런 노력을 반정도 만이라도 본받았다면 그도 자신의 능력으로, 제비의 보은에 따른 ‘운’만으로 얻은 재물이나 부유함 정도는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흥부에게는 좀 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따지고 생각하다 보니 결국 나중에는 ‘정말로- 놀부가 나쁜 인물이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버렸다. 그의 깐깐한 성격과 냉정함이 이런저런 나쁜 소문을 불러들여 버린 게 아닐까. 그의 부유함이 부러운 사람들이 아니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 것은 아닐까. 항상 어떤 방면에서든 뭔가 뛰어남이 있는 사람에게는 온갖 나쁜 소문들과 억측, 오해들이 꼬이는 것처럼.

아아, 흥부전의 작가가 단지 갈등과 대립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낸 두 인물 사이에서 온갖 상상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만큼 흥부전은 비현실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무척이나 실감나고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은 재밌을 정도로 훌륭한 우리 나라의 명작이다.

2. 심청전

봉사인 아버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목숨마저 바친 효녀 심청이 이야기. 단지 아버지의 눈을 띄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마저 바치는 심청은 정말 효녀답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가냘플 뿐인데, 그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효성이다. 그런 효성에 감복한 하늘에 의해 나중에는 왕비의 자리에 오르는 상을 받게 되지만.

하지만, 삼백석이 아무리 무리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노력 없이 자신의 몸을 팔아버리는 심청의 행동은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그때는 여자가 나서서 일을 할만한 사정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심부름이나 자수 놓기, 하다못해 품팔이라도 하는 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숨을 팔아 부모님을 살리려는 행동은 결코 부모님에게도 좋은 행동은 아니었을 테니까. 마지막 선택이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의 몸을 팔아버린다는 것은 약간은 삭막한 느낌이 들어버린다. 아무리 가난하고 눈을 못 뜨더라도 온 가족이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는 게 가장 좋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심청전을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있으니까.

내가 심청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심청이 팔려가기 전, 마지막 날 밤에 정화수를 떠다 놓고 달을 바라보며 해가 뜨지 않기를 비는 장면이다. 아버지를 위해서 아무 망설임 없이 몸을 파는 장면이나, 처음 만난 사람(왕자)와 결혼해 버리는 등 약간은 ‘정말 소설의 등장인물 다운’ 행동들 때문에 심청이 절실하게 나와 같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장면은 내게 별로 없다. 그런 가운데 제발 뜨지 말아달라며 눈물로 비는 심청의 모습은 인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꽤나 가슴저리는 장면이라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되어버렸다.

이번 심청전을 보면서 새삼 느끼는 사자성어는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어머니를 잃었지만, 주위의 동냥젖으로 살아난 심청은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아버지가 공양미 삼백석을 내야하는 위기에 닥쳐버린다. 덕분에 인당수에 몸을 던지지만 그 덕에 왕자와 만나 결혼한다. 결혼 후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연회에는 심봉사가 마지막 날이 되도록 오지를 않는다. 그러나 맨 마지막날 심봉사를 만나고, 심봉사는 눈을 번쩍 뜬다. 그리고 해피엔드. 길흉이 번갈아 닥치니, 그야말로 새옹지마다.

나는 고전소설을 좋아한다. 새옹지마를 기본으로 온갖 역경이 닥치지만 결국에는 항상 행복하게 해피엔드- 로 끝나버리니까. 뻔한 결말, 뻔한 스토리라도 언제나 누군가가 죽어버리거나 불행해져 버리는 건 내게도 유쾌한 일이 아니니까. 좋은 게 좋은거다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머리에 입력되어버린 것 같다만, 그래도. 그래도, 나는 해피엔드가 좋다. 그리고 행복하게 아버지와 남편, 태어나자마자 잃은 어머니대신 더 좋은 가정을 이루게 되었으니까 심청은 행복할거라고 생각한다. 행복으로 이르는 길 선택은 옳았다고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그녀는 행복하다. 그리고 덕분에 그녀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은 나 또한 행복한 기분으로 내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읽는 시간이 참 즐거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