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콘서트 내용 요약 독후감 철학 콘서트 내용 요약

철학 콘서트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까닭은?
소크라테스는 키가 작고 들창코였다. 나이는 일흔이지만 목소리는 웅장했고 논변은 치밀했다. 소크라테스는 사형 판결을 받고 법정에 섰다. 멜레토스와 리콘, 아니토스가 소크라테스를 고소했는데, 이들은 아테네의 유력한 지도층 인사였다. 멜레토스는 문학계를, 리콘은 논술계를, 아니토스는 정계를 대표하는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불경죄와 청소년을 타락시킨 죄로 고소되었다. 그는 법정에 서서도 긴장하지 않고 사태의 경위를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대화와 논쟁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다.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분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멜레토스는 우리의 법률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법률을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말했고 어쩔 수 없이 멜레토스는 재판관들 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이들 모두가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만드느냐 물었고 멜레토…(생략)

테스는 또 한 번 거부한다. 그리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소크라테스는 철학하는 자유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달라는 것이 내 이성의 명령이었다며 당당하게 죽음을 맞는다.
이상국가 건설 프로젝트
플라톤은 명문귀족 출신이며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다. 그는 <국가>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은 이상적인 정치 체제를 탐구하는 정치학 서적도 아니고 이상적인 인간을 육성하는 교육학 서적도 아니며 플라톤의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 철학 서적역시 아닌데다 사유재산을 금지해야 부정 없는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공산주의 서적도 아니다. <국가>는 올바른 인생의 길을 찾는 책이다. 플라톤은 그런 책을 썼다. 그리고 그는 이상국가 건설을 계획한다. 음식, 집, 의복을 위해 농부, 목수, 직물공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생필품을 생산해야한다. 그래서 대장장이와 장인, 소치는 사람과 양 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서양과 동양의 다른 사고가 전개된다. 동양인에게 선은 착한 행위이지만 서양인에게 선은 좋은 것이다. 어쨌든 위의 것이 필요하고 호사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침상과 식탁, 향유와 향료, 기녀, 유모와 보모, 시녀와 이발사, 요리사가 필요하다. 그리고는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군인이 필요하다. 군인은 동족에게는 온순하고 적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여야 한다. 그리고 플라톤은 검열제를 주장한다. 그리고 플라톤이 ‘조물주는 금, 은, 청동으로 세 부류의 사람을 만들었다’고 거짓말을 하겠다고 제언한다. 교육과정은 10살이 되면 부모와 떨어져 시골의 기숙사로 들어와 교육을 받는다. 심지어는 모든 것을 공유 한다는 말을 한다. 심지어는 부부까지도. 그리고 여성에게 남자와 같은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자들과 같이 나라를 수호하는 것이다. 이로써 이상국가가 완성되었다. 마지막에 플라톤은 이렇게 썼다. ‘영혼의 나라로 가고 싶어. 가련다, 저 망각의 강을 넘어, 레테의 강을 넘어.’
고통의 바다를 건너다
최초로 비구니가 된 고타미라는 여승이 있다. 귀여운 아들이 겨우 걸음마를 할 무렵 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 고타미의 슬픔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고타미는 거리를 헤매는 미친 여자가 되어버렸다. 어느 날 석가의 한 제자가 그 여자를 불러 세워 아이의 병을 고칠 사람이 지금 기원정사에 머무르고 계신다고 가르쳐주었다. 고타미는 제자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기원정사로 냅다 달려가 석가를 만났다. 석가가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겨자씨 대 여섯 알을 거리로 나가 한 번도 장례식을 올린 일이 없는 집에서 구해오라고 했다. 고타미는 성안의 구석구석 모든 집을 두드려보았으나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고타미는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타미는 몸에 좁쌀이 돋는 듯 한 소름을 느꼈다. 그리하여 며칠을 품고 다니던 사랑하는 아들의 몸을 땅에 묻고 기원정사로 돌아가 석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 종교란 죽음의 문화이다. 인간에게 죽음이 있고 죽음에 대한 불안이 있는 한, 종교는 영원하다. 불교야말로 죽음의 종교이다. 오직 사람만이 모든 것을 구별하며 산다. 본디 하나이다. 색즉시공. 색은 공이고 공이 색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사물은 무엇이건 소멸한다. 곳 있지만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있지만 없는 것이다. 있다는 누가 있다고 해서 있는 것인가? 우리의 의식이 있다고 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없다. 지혜도 의식적인 것이고, 지구도 의식적인 것이고 태양계도 의식적인 것이고 우주도 의식적인 것이다. 실제로는 ‘공’인 것이다. 태양도 50억년 후에 소멸한다 지금 있지만 없는 것이다. 그렇다. 없는 것이다. 지혜를 얻은것도 없고 지혜를 얻지 못한것도 없다. 깨달음을 얻은것도 없고 깨달음을 얻지 못한것도 없다. 죽음과 그 모든 것에 대한 마음의 공포 욕망과 욕심 우리의 의식이 불러내는 이 모든 것을 지우고 나면 니르바나, 열반의 경지에 도달한다. 해탈하는 것이다. 그곳은 아무런 소음도 없는 곳이다. 모든 종교는 초월적 절대자가 있다. 하지만 불교는 그런 것이 없다. 부처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다. 다만 깨달음을 얻은 자이다. 부처는 이 반야심경에 의존하여 깨달음을 얻었다. 이 260자만이 그 떤 경전도 겨눌 수 없는 가장 위대한 글이다. ‘아제아제 바리아제 바라승아제 보리사바하’ “가세가세, 건너가세, 함께 건너가 깨달음을 이루세.”
천하주유에 나선 돈키호테들
공자, 그는 15살에 학문에 뜻을 세우고 30살에 두발로 세상에 섰고 40살에 불혹에 이르렀으며 50살에 지천명 하였다. 그는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6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15살에 학문에 뜻을 세웠다는 말은 반드시 이 어려운 세상을 극복하고 말겠다. 라는 의지가 담겨있다. 30살에 두발로 세상에 섰다는 것은 정신적 자립과 함께 경제적 자립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자의 제자들은 공자30 전후로 상당수가 그의 문하로 들어왔다. 그는 일생동안 3200명의 제자를 키웠으며 해마다 적어도 100명 이상이 공자의 문하를 출입했다. 40살에 불혹에 이르렀다는 것은 어쩌면 마흔이 유혹이 많아지는 시기임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 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마흔에 그 어떠한 유혹도 견뎌낼 수 있게 되었다. 50살에 지천명 하였다는 것은 치국평천하의 깨달음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향한 공자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는 51세에 첫 관직 생활이 시작되었다. 공자에게 노나라 장관직은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시범 케이스였다. 제나라가 노나라에 미인계를 펼치자 공자가 왕에게 충언을 한다. 하지만 왕은 듣지 않고 공자는 하야한다. 그리고 왕을 비판하며 돌아다닌다. 54세, 공자는 아무래도 등용되지 않아 마음이 불안한 듯 했다. 진나라 필힐의 초빙을 받은공자, 필힐은 모반을 일으킨 자이다. 이에 공자는 제자들의 반발을 받는다. 그렇게 14년 동안 돌아다녔다. 하지만 등용되지 않으니 초상집 개가 따로 없다. 그의 나이68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출세하려고 공부한 것인가. 도를 체득하면 그만이지.’ 공자, 그는 외로운 사람이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으리.”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
아프리카 북부 누비아 사막 한복판의 금광. 그 한가운데 바위산이 하나 있고 이 바위산에 금광맥이 묻혀 있다. 목에는 항쇄, 발에는 족쇄를 찬 노예들이 연옥의 불길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는 모래벌판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혈관의 피가 말라붙으면서 이곳저곳에 노예들이 쓰러져 죽는다. 살아서 금광에 도착한 노예는 그곳에서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된다. 어른의 몸뚱이로는 도저히 비비고 들어갈 수 없는 좁은 땅굴에 열 살 안팎의 어린 노예들을 들여보내는 것이다. 금광의 노예는 다섯 홉의 물로 하루 목숨을 이어가야 한다. 다섯 홉의 물을 목 축이는 데만 쓰며 살아도, 두 해를 못 넘기고 대부분 쓰러져 죽는다. 그러나 로마의 광산주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좋은 아라비아산 말 한 마리를 노예 스무 명과 맞바꾸던 시절. 로마의 평화는 노예의 신음 위에서 피어난 귀족의 평화였다. 그들은 검투를 좋아했다. 스파르타쿠스라는 검투사는 노예200명과 도망을 시도하여 78명의 노예가 베수비오 산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반군을 결성했다. 기원전72년에는 무려 12만 명이라는 대 군단을 이루었다. 하지만 로마군과의 결전에서 크라수스에게 패배하고 스파르타쿠스는 목숨을 잃었다. 크라수스는 6000명의 노예를 포로로 잡았다. 그리고 십자가형을 선고했다. 예수는 유대의 왕을 자칭했다는 죄목으로 죽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 국민의 독립 운동도 하지 않았고 그들을 해방한 구원자도 아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예수의 죄목은 누군가의 음모였다. 예수를 죽인 것은 로마인이 아닌 유대인이다. 빌라도는 예수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로마 총독도 바라바를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격은 고위제사장들과 장로들이 군중을 설득하여 바라바를 석방하고 예수를 죽이도록 하였다.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가난한 자들이다. 부자들은 부자들의 삶을 좋아하며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가난한 자들은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는 지독한 무소유주의자였다. 그 무엇이든 땅이 아닌 하늘나라에 저장하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부가 있는 곳에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최후는 십자가형이다. 못을 박아 십자가에 매달고 창으로 배를 찔러 피가 흘러나오게 하였다. 요한복음에는 예수가 목이 마르다고 하자 누군가가 예수의 입에 포도주를 적셔주었다. 목을 축인 예수는 다 이루었다고 말하고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마태는 다르게 기록한다.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며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깨끗한 영혼, 순결한 한 사나이가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었다.
제1자를 향한 그리움, 태허
1567년 명종이 승하하고 16세의 소년 선조가 즉위하자 왕명을 물리치지 못하여 퇴계는 69세의 노구를 이끌고 서울에 머물렀나 보다. 퇴계는 <성학십도>를 바치고 고향으로 내려갈 것을 주장한다. 1569년 3월 3일, 퇴계는 예궐하여 늙은 몸으로 임금님을 모실 수 없음을 간절히 고했다. 그리고는 도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의 황혼이다. 조선의 대학자 퇴계와 고봉이 조선 성리학을 활짝 꽃피운 시점이 이 무렵이었다. 이들에게 학문이란 식견을 넓히는 일이자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다듬는 일을 의미했다. 시작은 선비의 기본이었다. 퇴계는 나이 스무 살 즈음에 건강을 잃을 정도로<주역> 공부에 심취했다고 한다. “무극인 태극이 있다.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고, 음양은 하나의 태극이며, 태극은 본래 무극이다.” 부채와 바람에 관한 화담의 사유의 핵심은 “바람은 기이다.”라는 선언에 있다. 우주를 꽉 메우고 있는 것은 기이다. 지금 내 앞의 공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잡히지 도 않는 이 비어 있는 공간은 사실은 꽉 차 있는 공간이다. 무엇으로? ‘기’로. 46세 때 고향으로 돌아와 호를 퇴계라 지을 때 이미 그는 벼슬에서 물러날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퇴계는 고봉에게 각별했다. 퇴계는 조선 성리학의 대가답게 이와 기를 분명히 나누면서 이를 중시하는 이기이원론을 주장했다. 그런데 정도전의 민본 사상도 율곡의 ‘기발리승일도설’도 솔직히 말하면 군주의 통치를 합리화하는 사상이요, 군주를 돕는 선비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는 이론임에 분명하다. 퇴계보다 스물 여섯 살이나 어린 젊은 성리학자 고봉 기대승이 스승에게 사상투쟁의 도전장을 낸다. 인의예지 사단이나 희로애구애오욕 칠정이나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똑같은 정 이라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고봉이 옳다. 퇴계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무릇 의리의 학문이란 지극히 정밀하고 미묘한 것입니다. 주자의 이 이론으로 대신하고 우리의 것은 버리는 것이 온당하겠습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답한 글의 요지는 간단하다. 사슴은 사슴이요, 말은 말이지, 사슴을 말로 뒤바꿀 수 없는 것이 선비의 정직이다. 조선 선비의 사부인 퇴계는 26년 연하인 고봉에게 깍듯이 존대한다. 안동에 사는 스승과 광 주에 사는 제자가 그것도 편지로 논변을 이은 것이다. 퇴계는 마음을 다 열어 제자들의 조언을 구한 분이었다. “지금까지 ‘사물의 이치에 이른다.’와 ‘무극이면서 태극이다.’에 대한 저의 견해는 모두 잘못되었습니다.” 퇴계가 죽기 전 고봉에게 보낸 편지이다. 우리로서는 도무지 다가설 수 없는 경지이다. 다산은 이렇게 쓰고 있다. “한가로움 속에서도 모든 일이 바쁘더니 반평생 가시밭길 바람에서 어긋나 이 한 몸 싸움터에서 갈피 잡지 못했네 만 가지 움직임이 하나의 고요함만 못하고 뭇 향기 따르느니 외로운 향기 지켜야지 도산이여, 퇴계여, 어드메 있느뇨 아스라이 높은 풍모 끝없이 흠모하네”
내 수염은 반역죄를 짖지 않았네
1477년 런던에서 변호사 존 모어의 맏아들로 태어난 토머스 모어는 열네 살 때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해 그리스어를 공부하고, 링컨 법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하여, 스물한 살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래서 한동안 고전 번역에 전념하다가 1509년 헨리 8세가 즉위하자 새 시대에 희망을 걸고 다시 관직으로 돌아왔다. 법률 전문가답게 모어는 절도범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모어는 절도범의 양산이 당시 영국의 사회 경제적 산물임을 지적한다. 지배층의 무위도식과 불의를 향해 삿대질하는 모어의 격노는 계속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의 불행을 개인의 불운으로 넘기지 않고 잘못된 사회적 관계에서 찾고 있는 모어의 관점이다. 모어는 영국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유재산을 폐지하지 않는 한, 부의 평등하고 정당한 분배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사유재산을 폐지하고 모든 재산을 공유하는 사회가 되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을 것임을 모어가 몰랐던 것은 아니다. 토머스 모어는 영국 절반만 한 크기의 섬을 유토피아로 건설한다. 모어가 살았던 16세기 초의 영국은 봉건 귀족이 몰락하면서 신흥 상공업자가 성장하던 시기였다. 바로 이 점이 플라톤의 이상국가와 모어의 유토피아가 이별을 고하는 지점이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농업 노동과 공업 노동, 도시와 농촌의 통합을 기획한 것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전인을 전제한 것이다. “유토피아 에서는 하루에 6시간 일을 합니다.” 유토피아 인들이 일과 후 교육을 받는 까닭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통합해야만 전인적 인간으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모어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모어는 모든 성현이 공통적으로 설파한 소박한 삶을 말하고 있다. 쾌락과 관련하여 토머스 모어는 플라톤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 쪽으로 기울고 있다. 플라톤에게 골칫거리였던 결혼 제도가 모어에게도 골칫거리로 등장한다. 지금 모어도 혼전 순결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혼례를 치르기 전에 신랑과 신부의 몸을 벌거벗겨 확인하는 절차를 밟도록 강제한다. “가난, 그것이 돈의 결핍을 의미한다면 화폐의 소멸은 가난의 소멸을 의미할 것입니다.” 모어가 이 글을 쓰던 1500년대는 자본의 시초 축적 시기이다. 모어는 선서를 거부하고 반역죄로 체포되어 저 악명 높은 런던탑에 15개월 동안 갇혔다. 그리고 1535년에 웨스트민스터로 이송되어 재판을 받았다. 모어는 재판정에서 탁월한 재치로 재판관들을 압도했다. 단두대로 올라가면서도 모어는 끝까지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형리를 격려하여 “내 목이 짧으니 자를 때 그 점에 유의해 주게.”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고는 “내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일이 없는데.” 하며 수염이 잘리지 않도록 턱을 앞으로 내밀어 주었다. 토머스 모어, 그는 죽음보다 자신의 영혼과 양심을 소중하게 여긴 영국의 소크라테스였다.
이기심이 너희를 이롭게 하리라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의 성장기에 활동한 인물이다. 평생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병만 아니었다면 스미스는 매우 행복하게 살다 간 학자였을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의 커콜디에서 태어났다. 스미스는 대륙 여행을 통해 18세기 유럽 지식인 사회를 휩쓸었던 자유주의, 합리주의 사상의 대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1766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스미스는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10년 동안 집필에 몰두했다. 이렇게 하여 나온 책이 <국부론>이다. 유럽의 신흥 상공업자들이 위선적인 종교생활을 하지 않으려면 기독교의 낡은 교리가 개혁되어야 했다. 루터와 캘빈이 종교적으로 신흥 상고업자의 이익을 대변했다면 애덤 스미스는 지금 경제 이론으로 그들의 이익을 옹호한다. 현실의 삶을 이끄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스미스의 발견을 찬양하려 하니 입술을 삐쭉이는 철학자들이 있다. 인간의 의식이 그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가 그의 의식을 결정한다. 만일 국가가 없다면 자연 상태의 인간은‘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홉스는 단언한다. “정부는 경제 활동에 간섭하지 말라.” “각자 자신의 이기심에 충실하도록 자유방임 하라.” 중국집 요리사가 최선을 다하여 자장면을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토머스 모어를 비웃고 있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사회를 자기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모둔 전제군주를 비웃었다. 스미스의 신념은 확고하다. 경제 세계에는 자연스러운 조화가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의 간섭은 필요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가까이 있는 것들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는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욕구를 가진다. 토머스 모어가 대중을 사회의 주체로 파악한 점에서 플라톤을 넘어섰다면, 애덤 스미스는 대중을 역사 변화의 창조자로 파악한 점에서 플라톤을 능가했다. 안정된 생산 활동이 안정된 심성을 낳는다. 요컨대 근대 공업 노동자 그 자체가 기계의 부속품이다. 분업은 인간 본성의 하나인 교환 기질에서 생긴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사람은 자신의 노동 생산물 중 자신이 소비하고 남는 잉여 부분을 다른 사람의 노동 생산물과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특정 생업에 전력하게 된다. <국부론>은 경제 활동에 관한 방대한 사실을 담고 있으나, 경제에 관한 스미스의 철학은 매우 소박하다. 분업의 발전이 생산성 향상의 비결이라는 것, 이런 정도이다. 서구 문명은 과학 기술 문명이다. 공업이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자연을 가공한다면, 공업은 분업의 원리에 의해 생산자들을 조직한다. 인간은 고통을 기피하고 쾌락을 선호한다. 최대 다수가 최대 효용을 얻는 사회이다. 오늘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GDP의 신화는 공리주의에 그 이론적 토대를 두고 있다. 공리주의의 문제점은 쾌락과 고통의 합계를 양적으로 계량할 수 있다는 전제에 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 밀은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를 질적 공리주의로 발전시켰다. 결핍으로 인해 고통을 겨끈ㄴ 사람에게 재화를 배분하는 것이 전체 사회의 효용 극대화에 기여할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와 벤담의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은 결국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주의를 요청한다.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 유린될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를 갖는다. 인간 생활의 제1덕목으로서 진리와 정의는 지극히 준엄한 것이다. 우리는 전체의 공익을 위하여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만일 불평등이 싫어 절대 평등을 추구한다면 이는 개인의 자유를 억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는 정도의 불평등은 존중되어야 한다. 인간의 본질은 노동에 있다. 분업 노동은 폐지되어야 한다. 여가의 증대는 행복의 원천이자 이 시대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여가는 단순한 휴실이길 넘어설 것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최대 다수의 사람에게 최대의 여가를 보장하는 사회일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상정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분명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 원리가 존재한다.” 나의 이익을 양보하면서 너와 나의 인격적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 행복의 또 다른 원천이라면 오직 물질적 재화의 증대와 사익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넘어, 진정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는 새로운 경제학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로빈슨 크루소의 섬’ 에 간 까닭은?
고고학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최초의 인간으로 진화해 나간 원숭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다. 무엇보다도 직립 보행은 인간에게 ‘자유로운 두 손’을 주었다. 피뢰침을 발명한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라고 정의했을 때, 그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그 어떤 철학자의 심오한 사유보다 더 정직한 관념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불의 발견은 인간이 동물로부터 분리되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아담과 이브에게도 조상이 있다면 아마도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 일 것이다. 인간의 노동은 무리의 공동 노동이다. 거미는 하룻밤에 직포공보다 더 정교한 줄무늬를 짜고 꿀벌은 가장 솜씨 있는 건축가를 부끄럽게 하지만, 거미와 꿀벌의 운동은 그들의 본능에 따른 행동이다. 본능적 행동이 아닌 의식적 행동, 이것이 인간 노동의 특성이다. 5만 년 전의 지구에는 들소의 뒤를 쫓아 사냥하는 한 떼의 사냥꾼들이 살고 있었고, 5000년 전의 지구에는 마을을 이루어 구슬땀 흘리며 농사짓는 농부들이 살고 있었다. 노동을 통하여 인간은 오늘의 인간으로 진화해온 것이다. 일상의 삶에서 우리는 쌀을 만들어주시는 분들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노동을 천시한다. 언젠가부터 인간은 자신의 노동을 비하하는 허위의식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정신노동을 독점한 철학자와 종교 지도자들은 육체노동을 전담한 종들을 비웃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플라톤은 그의 <국가>에서 생산자 계급을 천시했다. ‘이데아’라는 것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침대의 이데아를 현실의 침대보다 진실한 것으로, 상위의 가치로 간주하는 플라톤의 세계관 속에서는 침대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는 목수의 노동이 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노동을 경시한 것은 도양의 불교도 마찬가지이다. 막대한 규모의 불사를 국가 권력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생활 수단을 창출하는 노동의 의의를 경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이율배반이다. 그리스의 철학이 아폴론적 인간을 중시하고 디오니소스적 인간을 경시하면서 서양 문명은 불모의 운명을 겪게 되었다고 니체는 비판했다. 사상의 역사에서 최초로 노동을 철학의 무대에 호명한 것이 마르크스의 공적이다. 넝마들을 얼기설기 기운 크루소의 새 옷 역시 상품이 아니다. 크루소가 앞으로 만들 모든 물건을 사용가치를 갖는 물건이지만 교환가치는 갖지 않는다. 로빈슨은 대다수의 영국인처럼 충실한 기독교도이지만, 이웃 사랑의 계명보다 교환의 법칙을 존중한다. 그는 성실하게 ‘노동 일기’를 작성한 적이 있다. 프라이데이가 섬에 들어오기 전 크루소가 애써 만든 물건들은 사용가치만을 가졌다. 프라이데이가 섬에 들어오고 그와 생산물을 교환하기 시작하면서 크루소의 물건들은 교환가치를 갖는 상품이 되었다. 크루소가 만든 탁자는 하나의 교환가치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환 가치를 갖는다. 상품에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있듯이, 상품을 만드는 노동에도 유용노동과 추상적 노동이 있다고 마르크스는 어려운 말을 한다. 크루소는 부지런한 노동자이다. “가치로서,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주지하다시피 스탈린 체제를 희화한 풍자 소설이다. 동맹국을 공격하는 책을 발간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책의 간행은 거절되었다.<동물농장>은 <이솝 우화>처럼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스탈린 독재체제를 풍자한 작품. 주인 존스 씨가 잠든 어느 날 밤, 죽음을 예감한 동물의 스승 메이저가 동료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연설을 한다. 현명한 독자들은 돼지 메이저로 변신한 마르크스의 이 연설이 누구를 겨냥한 폭로인지 잘 알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물의 스승 메이저는 마르크스를 닮았다기보다 오히려 로마 검투사의 지도자 스파르타쿠스를 닮았다고 보아야 한다. 현대의 임금노동자는 <동물농장>의 돼지와 소가 아니다. 돼지는 존스 씨와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 이러한 경제 구성체에서 주인과 노예의 수탈 관계는 환히 보인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다르다. 암소가 짜낸 우유를 암소에게 지급한다.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고 그 대가인 임금을 화폐 형태로 지불받는 관계 속에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수탈 관계는 은폐된다. 잉여노동을 처음 발명한 것은 자본이 아니다. 최근 영국인의 여론 조사에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상사가로 마르크스가 꼽혔다고 한다.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은 인류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기했다. 인류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만을 자기에게 제기한다.
21세기 유토피아, 동막골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우리네 정신의 원류, 노자의 무위자연은 늘 우리의 마음에 살아 있다. 21세기는 <도덕경>의 부활을 부른다. <도덕경>이 제기하는 가치관의 전복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유 방식,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도덕경>은 81편의 글로 구성된 간결한 책이다. <도덕경>은 원조 노자의 음성을 들려주지만 전국 시대에 활약했던 제자들의 여러 음성도 들려준다. 현학적 수사와 신비주의적 표현은 노자가 지향한 소박함과 거리가 멀다. 무위자연이 원조 노자의 사상이라면 노자의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모든 작위전인 언행을 거부해야 옳다. 대립되는 정파에 대한 과도한 비판적 언행은 아무래도 노자답지 않다. 인과 의는 유가의 핵심 사상이다. 춘추 전국 시대, 사상의 시장에서 유가 사상이 잘 팔렸나 보다. ‘인이나 의나 모두 진흙탕에서 핀 연꽃이다.’ 원조 노자라면 이런 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도덕경> 제20장의 테제도 그 칼끝이 유가를 겨냥하고 있다. <도덕경>에 흐르는 ‘반유가주의’는 <도덕경>이 유가와 격렬한 논쟁을 거쳐 형성된 것임을 시사한다. 제48장에 나오는 취천하 역시 명백히 반노자적인 가치이다. 노자의 제자들이 왕에게 무위의 철학을 설하는 것은 더더욱 황당한 일이다. 사마천이 전하는 원조 노자는 주나라 왕립도서고나 광장직도 지겨워 시골로 떠나버린 인물이다. 차라리 세상의 불의를 격렬히 성토하면서 깊은 산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노자다운 선택이다. “하늘의 도는 마치 활대를 펴는 것과 같아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높인다. 사람의 도는 이와 달라 부족한 데서 덜어내어 여유 있는 데 보탠다.” 사마천에 따르면 노자가 세상을 버리고 시골로 들어가는데 국경 검문소를 지키던 관리가 노자를 알아보고 글을 써달라 하여 일필휘지 써 내려간 것이 <도덕경>이라 한다. 노자의 반문명주의는 여느 생태주의자와 달리 근본적이다. 그러나 사상을 말하려면 일관되어야 하고 원칙적이어야 한다. 노자는 물질문명만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문명까지 버리자고 이야기한다. 노자의 사상은 일관되어 좋다. 석가나 노자는 모두 쾌락주의를 거부했다. 인생이 별거냐. 밥 맛있게 먹고 예쁜 옷 입고 따뜻한 방에서 자고 노래하며 춤추며 사는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백석은 20세기의 노자인 것 같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 배운 도덕 교과서를 통하여 도덕이라는 단어를 인간의 윤리로 인식하고 있다. 도는 우주 자연의 우너리, 요샛말로 철학이요, 덕은 이 자연의 이치대로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학이다. 봄날 피어나는 목련 꽃은 화사하지만 뚝뚝 떨어지는 목련 꽃은 추하다.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장희빈, 알고 보니, 사약을 먹여야 할 악녀 였음을 숙종은 몰랐다는 것이다. 성인은 하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다. <도덕경>은 기존의 모든 속물적 가치를 뒤엎는다. “세상에 다시 없이 착한 것은 물이다.” 21세기는 노자를 부르고 있다. 사람은 땅을 따르고 땅은 하늘을 따르고 하늘은 도를 따르면 도는 자연을 따른다. 한울과 땅이 어우러져 사람이 되었다는 선조들의 천지인 삼재 묘합의 사상은 백성의 <‘호박꽃 초롱’ 서시>에서 사상의 추상성을 벗고 생명력을 획득한다. 백석의 시에서 사람과 땅과 하늘과 도와 자연은 어떤 인위적 계열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사랑하는 하나가 된다. 송아지와 꿀벌은 한울과 함께 시인의 벗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