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천국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이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제목부터가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바로 이 제목이 이 소설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조백헌 원장이 소록도의 원장으로 있을 때, 그는 스스로 소록도를 천국으로 만들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일종의 관찰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욱이란 인물은, 조백헌에게 사사건건 반발하고, 결국 섬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조백헌에게 하는 충고가, 그렇게 이룩된 소록도는 `당신들의 천국`일 뿐이라는 거다. 조백헌은 그 말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지만, 그땐 이미 그에게는 전과 같은 힘이 없었다. 그리고 진정한 우리들의 천국을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에서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소설에서 끝없이 상기되는 동상이란 단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조백헌 원장이 오기 전에 소록도의 원장으로 있던 주정수라는 인물이 상욱의 …(생략)

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리고 적어도 그는 주정수 원장의 길은 걷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상욱은 소록도를 `당신들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조백헌 원장만 놓고 본다면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가혹한 체벌에 의해서가 아니라 원생들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고 일할 수 있도록 장려했고, 실제로 자신의 욕심을 채운다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허점이 있었고, 그건 그가 바로 환자가 아니라는 거다.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천국은 무엇인지, 조원장은 알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자신이 알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나중에 원장의 자리에서 떠나고서야 진정한 천국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다. 나환자들이 원하는 천국은 포장된 천국이 아니었다. 우리들만의 천국도 아니고, 당신들만의 천국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환자다. 라는 기준하에 세워진 천국이 아니라 그들을 환자로 구분짓지 않는 천국을 원했다. 말하자면 편견과 차별이 없는 곳을 원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물론 굉장히 이상적인 것이고, 그래서 천국이라고 불릴 것이다. 문제는 조원장은 원생들이 원하는 천국을 다른 의미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환자가 아닌 그가 보는 천국이라는 것은, 섬 밖의 사람들과 대립하는 개념이었다. 섬을 나가기 위해 제방을 쌓는 공사를 하는 것은 섬밖에 비환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그런 소동 속에서 원생들은 섬밖 비환자들에 대한 분노의 일념으로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공사를 계속했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상욱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고, 조원장에게 경고를 하듯이 섬을 떠나갔던 것이다.
나중에 조원장은 상욱의 편지를 손에 들고 원장이 아닌 민간인의 신분으로 소록도에 돌아오게 된다. 그때 그는 비로소 천국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 그에게는 그것을 이루어 낼 힘이 없었다. 그는 환자 출신인 윤해원과 건강한 처녀인 서미연의 결혼을 주선하며, 진정으로 환자와 비환자가 대립되는 환자들만의 천국이 아닌, 서로 화합하는 진정한 천국을 만들기 위한 조그만 노력을 시작한다. 이 소설은 당신들의 천국이 언젠가는 우리들의 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그만 희망으로 끝을 맺는데, 과연 진정한 우리들의 천국은 가능할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의 천국이라는 개념은 이상적이다. 천국이 완전히 구현된 곳은 현실이라기보다 유토피아에 가깝다. 그러한 천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환자가 환자를 환자가 비환자를 이해하고, 서로를 단지 인간으로서 대하는 이해. 그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람들의 의식이 개선되고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도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서로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들의 천국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해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랑과 이해를 기반으로 두지 않은 주정수와 조백헌의 천국이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듯이, 우리는 우리들의 천국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록도의 이야기는 단지 그 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소설을 정치소설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그것보다 당신들의 천국이 사람들 사이의 이해와 편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아직 당신들의 천국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들의 천국에 가까운 날이 올 것이고,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또한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