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의 천국` 을 읽고 에디의천국

이 책의 첫 느낌은 이렇게 출판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뻣뻣한 겉표지와 부드러운 종이질이 주는 고급스러움이었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지만, 그만큼 이정도 분량의 책 수준에서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작용한다. 그러나 굵직한 폰트와 넓은 여백, 짧은 분량, 쉬운 문체로 읽는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좋았다. 출간될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가슴에 오래 남을 만한 것들이었다. 설령 그것이 진부한 주제일지라도 포장하여 담아내는 작가의 역량, 받아들이는 자의 태도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것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서로간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다음 세상에서 만났다면 어떻게 될까. 좋은 관계였다면 기쁠 것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두려워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언제나처럼 진실되고 인격적인 만남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그런 생을 살도록 이끌어 주고 있는 …(생략)

털어놓는다. 그리고 `우연한 행위란 없다.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 놓을 수 없듯이`하며 인연의 끈으로 에디를 토닥거려 준다. 두 번째 만난 사람은 2차 대전 때 필리핀 격전지에서 만났던 부대의 직속상관인 대위였다. 그 대위는 에디의 무릎에 총상을 입힌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는 `안 그랬으면 불구덩이 속에서 자네를 잃었을 테니까. 내가 자네 다리를 가져간 것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야.` 하며 에디를 위로하고 격려해 준다. 세 번째 만난 사람은 루비 피어 놀이 공원의 창립자의 아내이면서 미망인으로 죽은 `루비`라는 늙은 노부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루비 피어를 지어준 남편 `에밀`이 극한 재해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에디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 곁에서 간호하던 어머니를 알게 됐다고 말해 준다. 그런 후 그녀는 에디를 향해 아버지에 대한 용서를 이끌어 내게 된다. `분노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공격할 무기처럼 생각되지만 증오는 굽은 칼날과 같아요. 용서하세요.` 네 번째 만난 사람은 에디와 결혼한 마거릿이었다. 그녀는 에디의 17번째 생일을 맞기 전날 밤 처음 알게 된 사이이며, 파병 때부터 귀향할 때까지 한시도 에디를 잊지 않고 기다려주었던 여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비운의 주인공처럼 콘크리트 분리대에 부딪치는 차 때문에 반년간 침대에 누워지내야만 했고, 결국 뇌종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런 그녀를 애타하던 에디를 향해 사랑을 속삭인다. `잃어버린 사랑도 여전히 사랑이에요. 생명은 끝나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끝이 없어요.`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만난 사람은 에디가 필리핀에서 퇴각할 때 마을을 태우다가 목숨을 앗은 `탈라`라는 소녀였다. 그 어린 소녀는 강아지를 내려 놓으며 에디에게 말을 건넨다. `아저씨가 날 태워요. 불나게 해요.` 그 말을 듣자 에디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에디를 향해 그 아이는 에디 자신의 속 사람과 화해하기를 청한다. `아저씨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해 주니까. 거기가 아저씨가 있어야 될 데였어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으로 접어들면서 에디는 많은 소리들을 듣게 된다. 그것은 평생토록 자신을 그 속에 갇혀 지내게 했던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참다운 해방과 평화를 안겨준 목소리였던 것이다. 그로 인해 전에는 미쳐 몰랐던 평화가 에디의 마음 속에 밀려들어오면서 지상에서의 삶과 참다운 화해를 하게 된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내가 스스로 다짐한 게 있다. 그것은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인간 관계 형성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책에서 제시해 주고 있는 인연, 희생, 용서, 사랑, 그리고 화해의 삶으로부터 결코 온전하거나 자유롭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설령 그 다섯 가지 주제의 삶에 궤적을 다 맞추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게 있어 부족한 것 한 가지만이라도 지금부터 고쳐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