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내 이름은 세몬 이라고 합니다. 미하일이라는 천사가 하느님의 벌을 받아서 세 가지 질문을 가지고 이 세상에 내려왔을 때 알몸 둥이 거지를 지나치지 않고 돌봐 준 사람이지요. 나는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집도 땅도 없이 어느 농부의 집에 세 들어 살며 오직 구두 짓는 일만으로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가난한 구두장이랍니다. 벌어서 구두를 만들 수 있는 양가죽을 조금 사고 나면 겨우 몇 끼 정도의 빵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벌이로 연명하고 있었지만 올 가을에는 조금의 여유가 생겨 양가죽 천이라도 사서 외투를 만들어 입으려고 아랫마을로 빌려 준 돈을 받으러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번갈아 가며 입는 외투 한 벌 마저 누더기가 되었기에 그 외투 속에 아내의 무명내의를 껴입고 마을로 내려갔지만 헛수고만 하고 기분이 나빠 술만 잔뜩 취해 돌아오고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 때 교회 옆에 한 물체가 보…(생략)

벗어 그 청년에게 입혀주고 신고 있던 장화 마저 벗어서 신겨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당장 내일 먹을 빵을 걱정하고 있을 아내가 있는 집으로 그 청년을 데리고 갔습니다. 털가죽 외투를 장만하러 갔다가 입고 있던 것 마저 벗어 던진 꼴이 됐으니 , 거기다 벌거숭이 사내까지 달고 들어가면 내 아내가 펄펄 뛸게 뻔한데, 이 힘없는 남자 신세를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걱정 말게나. 나 양심이 있지 않은가? 자네 아내의 마음도 아마 이 청년의 때묻지 않은 눈빛을 보면 달라질 걸세. 자신감을 갖게나,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려준다는 것이 아무나 하는 일인가? 돈이 많다고 할 수 있겠나? 명예가 높다고 할 수 있겠나? 자네처럼 나를 깨끗이 간직한 자 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이라네 . 자신감을 갖게나.
그 청년을 데리고 들어섰을 때부터 아내의 독설은 시작되었어요. 술주정뱅이라느니, 괜히 결혼을 했다느니, 10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까지 들추어 가며 사정없이 퍼부어 대다가 갑자기 그 청년에게 달려들어 옷소매를 움켜잡고는 옷을 내 놓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까지 했습니다. 나는 내 아내를 겨우 진정시키고 이 청년을 데리고 온 연유를 설명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아내의 태도가 달라지며 식탁을 차려 그 청년에게 먹을 것을 권하는 것이었어요. 그 이유를 난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오.
그건 내 이름 때문이라네. 내가 자네 아내의 마음속에다 속삭였다네. “사람이 살아가노라면 무슨 일을 당할지 누가 알며, 또한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는 것이 정한 이치인데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 ? ” 라는 것을 말일세. 그리고 사람의 마음속에 하느님이 있어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도록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네. 자네가 알몸으로 죽어 가는 청년을 두고 그냥 지나쳤을 때도 나 양심은 온 힘을 다해 자네를 괴롭혔어. 그랬더니 자네는 가던 길을 되돌아와서 그 청년을 데리고 자네의 초라한 집으로 갔다네. 그 때 나 양심은 환하게 웃어주었네. 자네 마음이 환하게 웃어줄 때 그 때 하느님이 자네 마음속에 계셨다는 것을 자네도 알았을 걸세.
이렇게 우리 인간들의 마음속에서 살고 있는 양심의 도움으로 이 청년과 함께 구둣가게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을 열심히 배우고 열성적으로 일을 하고 순종적이었지만 그 청년의 이름이 미하일 이라는 것 이외엔 도무지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미하일 덕분에 명성이 알려지게 되었고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집에서 생활하게 된 그는 거의 웃는 일도 없었고, 손님과 떠들거나 이야기하는 경우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딱 세 번을 웃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 웃음은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중요한 웃음이요, 미하일의 존재와 미하일의 운명과도 연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가난과 짜증에 시달리던 내가 행복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미하일에게 왜 세 번 웃게 되었는지 들어볼까요?
저는 쌍둥이를 갓 낳은 산모의 영혼을 거두어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 이 세상에 내려온 천사였습니다. 제가 그 집에 갔을 때 그녀의 남편은 숲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죽었고 그 다음날 쌍둥이를 낳았는데 그 산모는 나를 보자 울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마 나는 그녀의 영혼을 거두지 못하고 하느님께 올라갔지만 하느님의 벌을 받아 세 가지 질문을 풀어야만 다시 천사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세 가지 질문은 그 여자의 영혼을 거두면 풀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 세 가지 질문이란 것이 무엇이었던가?
첫째는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 해답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하느님께서 산모의 영혼을 거두면 그 세 가지 질문을 알게 될 거라고 하셨을 때 저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그 여자의 영혼을 거두어 하늘로 날아오려는 순간 날개가 부러져 당신이 처음 나를 본 교회 모퉁이에 버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불쌍히 여겨 당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을 때 당신의 아내가 심한 욕설로 나를 퍼붓고는 마음에 하느님이 있어 자신을 반성하고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차려 주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내부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추운 엄동설한에 알몸으로 죽을 수밖에 없던 저의 생명이었지만 지나가던 행인과 그 아내에게 사랑이 있어 저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자네가 두 번 째 웃었던 일을 나는 기억하네 . 어떤 신사가 구두를 맞추러 왔을 때 였네
왜 웃었는지 이유를 말해 보게나.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 알도록 했습니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 , 거대한 몸집을 가진, 건강한 부자 신사가 1년을 신어도 모양이 망가지지 않고 꿰맨 자리가 뜯어지지 않는 장화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감옥에 쳐 넣는다고 했을 때 저는 그 신사 뒤편에 서 있는 죽음의 사자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말 한 치 앞을 못 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생각해 보십시오. 인간의 목숨은 바람에 나는 겨와 같고 아침에 있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다고 성경 속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일 있을 일을 알지 못하고 내 눈앞에 이익과 욕심을 위해 바둥거리고 있는 나와 여러분들의 모습을 이 질문에 비추어 보십시오. 만약 우리에게 내일 일을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세상은 아무런 재미도 없고 미리부터 포기하고 미래에 대한 도전의식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인간들의 마음을 미리 알고 내일 일을 알지 못하게 하셨나 봅니다. 이렇게 하여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자기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혜를 허락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알게 된 해답은 무엇인가?
오늘 두 여자아이들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쌍둥이를 낳은 산모의 영혼을 거두어오라는 분부를 거행하긴 했으나 늘 마음속에는 그 쌍둥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걱정했었습니다. 그 어미의 말대로 어머니 없이 아이들은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른 사람이 그 아이들을 맡아서 잘 키우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이미 아시고 예비하고 계신다는 것과 내 생각대로 걱정하고 근심한다고 일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나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마지막 질문을 주신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고 잘 살아가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모든 인간들은 각자 자기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자신을 지켜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사랑이 가득한 자는 하느님의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며, 하느님은 그 사람 안에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바로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미하일은 약 6 년쯤 우리 집에서 살았을까요?
미하일은 세 가지 질문을 풀어 하늘나라로 천사의 날개를 달고 올라갔습니다. 미하일이 떠난 우리 집은 전보다는 쓸쓸하고 조용하지만 가난 때문에 다투거나 빵 한 조각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답니다. 내일 일을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동안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양식을 예비하시고 선한 양심을 주셔서 불쌍한 이웃을 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시며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셔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