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메밀꽃필무렵소설이어쓰기 메밀꽃

메밀꽃 필 무렵에 이어서....
촉촉하게 옷깃을 적셔오는 밤이슬을 받으며, 허 생원들은 제천으로 향하고 있다. 어제 대화장에서는 재미를 좀 보아서 그런지 수중에는 돈이 제법 되었다.
“이제 거의 다 왔군 그래.”
“저는 어머니를 뵈어야겠어요. 두어 달은 못 뵈었으니…. 아, 두 분도 잠깐 들리시지 않으시겠어요?”
하고는 동이는 허 생원을 쳐다보았다.
“그럼, 그럴까?”
허 생원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잠깐 발걸음도 쉬고, 그리고 그것보다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였다.
“이거 폐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구먼.”
하고는 조 선달이 말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은은한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이제 다 왔군요.”
어느 덧 그들은 제천에 도착했다. 생기가 넘치는 좋은 고장이었다.
“저 느티나무 너머에 집이 있어요.”
동이가 가리키는…(생략)

흐렸다.
“모친께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겐가?”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 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순이가 자기 집에서 병시중을 들고있다고 하더군요.”
“순이? 그게 누군가?”
허 생원이 물었다.
“어머니께서 저와 맺어주려고 하는 애죠.”
“그런가….”
허 생원은 담배를 물고는 말했다.
허 생원은 장사를 하지 않고 동이를 따라 갔다. 조 선달에게 장사를 맡기고선 말이다. 동이도 허 생원이 따라 나서는 것을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다. 그들은 순이의 집으로 향했다.
“순이야, 나 동이다.”
“뭐, 동이? 어, 어서 와.”
순이라는 처녀가 그들을 맞았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있었다.
“어머니는?”
“응…. 흑, 흐흑...”
순이는 말끝을 잇지 못했다. 동이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방문을 열고 뛰쳐 들어갔다.
“어머니, 저 왔어요.”
“…”
“어머니?”
대답이 없었다. 동이는 어머니의 손을 만져보았다. 차가웠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정신이 아찔했다.

몇 일 후, 동이의 어머니는 앞에 강물이 흐르는 언덕에 묻혔다. 동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허 생원에게 말한다.
“장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걸세.”
허 생원은 묵묵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동이는 먼 산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이런 말을 하셨어요. 제 아버지는 장돌뱅이라고,
물방앗간에서 만났다고…. 언젠가 한 번 만나고 싶다고….”
“….”
허 생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사실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담배만 태울 뿐이었다. 이윽고 동이는 허 생원을 쳐다보았다. 눈에 약간의 눈물이 어린다.
“아버지….”
가슴속에 맺혔던, 그토록 불러보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동이도 허 생원이 친부라는 것을 느껴오고 있었던 것이다. 둘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산새 한 마리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