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파리생쥐그리고인간 파리생쥐그리고인간

‘파리,생쥐,그리고 인간’을 읽고..
우리는 가끔씩 자신의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에 물방울을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어디로 흘러내릴지 모르는 것처럼, 같은 것을 반복해도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이 세상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연속적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세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무질서함 속에서 완벽하고 절제된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이 우주가 생성되면서부터 최초의 생명을 가진 개체가 탄생하기 까지 즉 콜로이드 용액속에서 생명체의 특성을 보유한 최초의 그 것이 자체 RNA중합효소를 사용하여 RNA를 만들고 또 역전사해서 생명체로서의 유전성을 가진 DNA를 재 합성하기 까지의 그 매우 필연적이라고 생각되는 작은 움직임이, 단순히 엄청난 우연성으로 인해 또는 신이 창조했다는 추상적인 의미로 확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파리, 생쥐, 그리고…(생략)

늘 날의 생물들로 변화되었다. 단순한 종류에 불과했던 이들은 여러 가지의 변화를 거듭하면서 수많은 종들로 분화되었고 같은 종들 사이에서도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같은 가족이라도 나와 나의 오빠가 같을 수 없듯이 말이다. 이것은 생물의 이질성이다.
같은 종 내에서도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하물며 다른 종과의 관계에서는 아예 공통점을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곤충의 겹눈과 포유류의 수정체를 가진 눈에서 그들의 조직화 , 메커니즘, 발생 형태 사이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이 들의 공동 조상에서 비롯된 눈이라고 하기에는 그 구조에서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기 때문에 그 눈의 기원이 달랐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유전자 연구팀은 눈을 형성하는 유전자는 곤충과 포유류의 그것이 동일하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즉 필연적으로 곤충이나 포유류에서나 동일한 조절 유전자가 눈을 발생시키고 따라서 두 눈 모두 공통의 기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생물의 동일성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 왜 파리는 쥐가 될 수 없고, 쥐는 인간이 될 수 없는가? 그것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화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화는 생명체와 그 이질성에 대해 매우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즉 파리나 생쥐나 인간은 모두 단백질로 이루어져있고, DNA라는 이중 나선에 위치한 유전자들을 통해서 유전되고, 그 유전자들이 발현을 일으켜 그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생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각기 다른 DNA 염기서열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또 그 3차원 구조를 결정한다. 파리와 생쥐와 인간이 초기에 같은 조상으로부터 근원 했을지라도 진화라는 일부 유전자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돌연변이를 겪어 정착한 것이 현재 각각의 생명체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생물의 형태와 행동의 다양성 이면에는 구조와 기능의 놀라운 단일성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실제 보다 간단한 종에서 보다 복잡한 종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들은 서로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온 것보다도 훨씬 더 유사하고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마치 진화가 항상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서로 다른 형태로 배열되는 것과 같다. 이 책의 저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자콥은 진화가 일종의 레고놀이 라고 말한다. 참으로 재미있으면서 정확한 비유인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이 갖고 노는 레고는 그 재료는 항상 일정하지만 어떻게 조합하는 가에 따라서 무수히 다르고 수많은 조합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수선의 과정이다. 유전자를 돌연 변이를 통해 수선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근원은 변하지 않으면서 수선을 통한 진화를 오랜 시간 겪고 난 후의 이질성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동일한 유전자의 기본적 구조로 인한 유사성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결론지어진다.
서론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미래는 예정되어 있지 않고, 또 예정할 수 없기에 어떤 실험과 연구가 진리에 다가갈 수 있는 결과를 불러 오게 되는지 알 수 없다. 수 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후에야 가장 적합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둠의 과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과학적 실험의 오류와 실패 과정속에서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후에야 어느 순간 놀라운 발견으로 빛의 과학으로서의 과정을 걷게 된다. 어둠 속에서 보는 빛이 눈 부시듯이 아무도 연구해 보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려는 과학자의 노력은 매우 힘들고 보장 받지 못하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는 과학자는 결국 과학의 진보와 발전에 기여하는 놀라운 발견을 가져오게 된다.
나는 여기서 왜 이 책의 제목이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왜 생물학자들은 보잘 것 없고 흔한 파리나 생쥐 같은 생물을 사용해서 연구를 하는가? 그것은 선택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실험을 하기에 포유류가 적합하지만 포유류는 너무 비쌌고, 번식도 매우 느리고, 감염이 쉬웠기 때문이다. 특히 파리를 사용하는 실험실이 늘어갔는데 초파리라는 실험 재료가 매우 훌륭한 실험재료로 각광받게 되었다고 한다. 모건은 우연한 기회에 초파리를 연구하다가 그것이 매우 이상적인 실험재료라는 것을 알고 돌연 변이와 유전자를 연구하여 뛰어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초파리가 실험 대상으로서의 한계(생리적 연구가 어렵고 세포 배양이 불가능하다.)를 느끼자 유전학자들은 생쥐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생쥐는 포유류이므로 인간을 연구하기에 초파리보다 우수한 재료였으며, 특히 암과 이식연구에 가장 적합한 동물이었던 것이다.
누가 저 귀찮은 파리가 유전의 비밀을 밝혀낼 열쇠라고 생각했겠는가?
누가 저 지저분한 생쥐가 진화의 비밀을 풀어낼 것이라고 짐작했겠는가?
파리와 생쥐는 결국 우리에게 수많은 지식과 연구 결과를 남겨다 주었다.

얼마 전 게놈지도가 다 밝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것이 생물학계에 큰 발전이기는 하나 오랜 시간을 두고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았을 때 이것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사실밖에는 증명된 것이 없다. DNA를 자르고 붙임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형질을 자유자재로 창조하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장기 의식을 통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특정한 품질을 개발해 인류의 생활에 큰 도움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만약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이미 인간 복제가 실행되려는 단계에 와 있다. 이것이 반윤리적인 일이므로 이것을 실행해야 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많은 과학자들은 갈등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반윤리적인 일이 일어날 것을 염려해서 과학 발전을 저지하자는 입장을 취해서는 안된다. 누군가가 유전공학의 단계 높은 발견을 하지 못하게 하더라 치더라도 분명 그 발견은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이며 주어진 것을 극복해야하는 운명이다.
사람들은 유전 공학이나 분자 생물학 분야가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초 과학의 발견이 잘못된 것이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이 지식을 응용하고 실생활에 접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이 오류를 막고 아름다운 결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나날이 발견되는 심도 있고 새로운 지식들의 생성은 인간의 의식 수준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의 발전과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보석같은 과학적 발견의 빛이 그와 비례하지 못하는 의식 수준과 인간의 무지에 의해 가려진다면 더 나은 과학의 전진은 기대 할 수 가 없다. 과학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발전되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인간의 무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지식의 응용만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진리로 가는 길의 중간쯤에 서 있을 뿐인 것이다. 궁극적인 문제인 자연과 우주의 경이로움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지식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 100년은 물론 1년 후의 일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분명한 미래지만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과학과 인류의 발전을 위해 우리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도전해야 한다. 그 열정어리고 진지한 도전으로서 진리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인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나도 그 도전자의 한 사람으로서 서게 될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