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털없는 원숭이를 읽고 털없는 원숭이

털 없는 원숭이를 읽고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 출판사: 영언문화사 출간일: 2001. 8
우선 이런 책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인간의 창조 능력이라든지 문화 활동 등에 대해서는 일체 배제시키고 한 동물로서 원숭이와 동급(?)으로 취급한 작가의 생각도 기가 막혔고, 내용도 대부분이 주관적인 것으로 보여서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책인가 하는 생각도 가끔씩 들었다. 인간을 마치 동물인 양 비유하여 종교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을 작가는 ‘동물학적 인간론’이라는 부제처럼 인류를 동물학적으로 서술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는데 기분이 통 묘한 게 다소 생소하기 그지없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은 각 분류별로 인류가 생겨난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판단한 인류의 진화라던가, 번식, 보육, 싸움, 먹는 것과 다른 생물들과의 관계 등 그…(생략)

로 정을 나누기 위해 하는 털고르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서술한 그는 원숭이의 행동을 관찰하면 인간의 행동패턴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감기는 돌봐주는 사랑이 필요하면 걸리는 것이라는 말이라든가 이성간에 사랑이 시작되고 발전할 때의 행동 양상 등의 분석 등은 마치 자신의 주장에 더 확고한 논거를 제시하려는 듯 보인다.
인간이라고 하는 동물 집단의 본성, 경쟁과 지배, 그리고 그들만의 질서를 논한 글들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특성들을 분류하여 하나하나 풀어나간 책은 이 책이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일단 작가의 뭔가 이유 있는 상상력에 놀랐고, 동물 행태학자로서 원숭이, 유인원들의 세계에 가까이 있었으니 그 분야에 대해 남다른 단서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되나 몇 십만년 전 일을 추론해 가는 실력 또한 대단했다. 그러다가 가끔은 엉뚱하고 기발한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지금의 사회 현상에 대한 새로운 분석 시각을 내놓기도 하고. 아리송한 내용도 가끔 있지만 읽다보면 저절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결론적으로 그는 영장류로서의 행동 양식들은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에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으며 우리가 그것을 이해해야 파국을 미연에 방지하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책을 읽다보면서 대체적으로 한 인간으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고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심오한 관심을 가지지는 않아서 별달리 이것을 비판하거나 동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나는 그냥 인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내보인 작가의 지식이나 기발한 생각 등에 갈채를 보내면서 새삼스레 또 다른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읽어 볼만한 책이었음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