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알베르 자카르의 `과학의 즐거움`을 읽고 과학의 즐거움을 읽고나서

과학의 즐거움을 읽고나서...
알베르자카르 지음
과학의 즐거움은 ‘철학은 내 친구’와 ‘수학비타민’과 달리 한국인이 아닌, 외국 작가가 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이 번역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점이 나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주었다. 과학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다룬 글이라면 우리나라의 작가가 쓴 글을 읽어도 이해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외국 작가의 글을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가끔가다 문장에서 딱딱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왠지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부족한 것 같지도 하고 번역한 냄새를 풍기는 문장들도 가끔씩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이 흥미 있기 보다는 조금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또한 속도가 붙지 않아서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부담스럽고 약간 힘겨웠다. 그렇지만 일장일단 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기 마련이다. 알베르 자…(생략)

피소드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권의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과학에 대해 어떤 궁금증들을 가지고 있는지, 배움에 대한 의욕은 얼마나 강한지도 느낄 수 있었고 우리와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서 본받을 점도 많이 발견 했다. 다른 문화권의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과 달리, 우리나라 학생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그 점이 정말 부러웠다. 만약 나라면 모르는 것이 있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기가 죽고, 부끄러워서 소심한 마음으로 조용히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학생들의 자신감을 본받고 싶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교육제도 때문에 정해진 교과 진도를 나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내 생각에는 만약 알베르 자카르 같은 과학자에게 강의를 듣고 서로 자유롭게 묻고 답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도 주어진다 하더라도 책에 소개된 그 학생들처럼 쉽게 질문하지 못할 것 같다. 왠지 우리나라의 틀에 갇힌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갉아먹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그것이 나오고야 말았다. 도대체 뭔지 이해할 수 없는 수식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꽃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복잡한 수식들을 보면 나는 가슴부터 답답해지고 막막해진다. 내가 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과학에 겁부터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한 면 전체에 간단한 그림이 나와서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실 나는 복잡한 수식이 나올 때마다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읽어보아도 정확한 이해를 하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조금이라도 들어서 알고 있는 바탕이 전혀 없었다. 용어도 처음 들어보는 것투성이 인데, 공식까지 나와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니, 과학에 대한 두려움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사라질 수 있을지 답답할 뿐이었다.
나는 순응하는 학생일까? 아니면 창의력이 톡톡 튀는 학생일까? 알베르 자카르는 1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쓰고 모두 더하라고 했을 경우에 나오는 반응을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학생을 성실한 학생들로, 힘든 과제가 주어지면 제멋대로 행동하는 학생을 문제아들로,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재미있는 일로 꾸며나가기를 좋아하고, 이어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일을 하지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상적인 학생들로 분류를 했다. 이 책에서 원하는 학생은 이상적인 학생이다. 그렇지만 아마 나에게 그런 문제가 주어졌다면 난 성실한 학생에 속했을 것 같다. 하지만 시키는 대로 순응하는 성실한 학생은 수학 과학을 재미없게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창의력이 톡톡 튀는 이상적인 학생에 속하려면 좀 더 트인 생각으로 수학과 과학을 받아드려야 할 것이다. 과학의 즐거움에서 그래도 읽기가 가장 수월했던 부분은 (생각해볼 문제들)이다. 이 부분에서는 지극히 과학적인 이야기만 다룬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들을 과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설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머리 아픈 복잡한 수식도 없고 평소에 궁금하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어서 이해도 잘 되었다. 인종과 인종주의 이야기 에서는 저자의 글 보다 옮긴이 장석훈의 덧붙인 글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인종주의는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것은 잘못 된 생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흑인, 백인, 황인의 구분만 인종주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국가, 민족 단위의 비합리적 차별 행위도 모두 인종주의에 포함된다고, 사람에 관한 비본유적 특성을 가지고 차별하고 배척하는 모든 행위가 인종주의에 다름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옮긴이의 글을 읽고 나도 반성을 했고,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른 이야기로는 지능과 아이큐가 있었는데 이 문제도 궁금했던 문제라서 관심이 갔다. 여기에서는 아이큐 측정이 잠재적 지능에 대한 부조리한 사고를 퍼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도 아이큐 측정을 해보지 않았지만 아이큐 측정은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큐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 숫자가 그 사람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을 절대 아니다. 또한 학교에서 끊임없이 문제 삼는 지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지능은 특성의 총체로서, 이를 등급화하려는 시도도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절대 공감한다. 다음으로 나를 자극한 내용은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이다. 이 효과는 고3인 언니가 좋아하는 효과인데,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있는 글을 보고나니 참 괜찮은 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나를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보면 그에 따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려고 노력하는 것... 나도 학업적인 면에 있어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용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신은 어디에 있는가? 는 내가 주의 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나는 과학과 신 사이에는 서로 넘지 못하는 경계선이 뚜렷하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굳이 그 경계선을 없애려 하는 것도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학적 주장에서 ‘믿다’라는 동사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한 저자의 말이 나에겐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는데, 저자는 이 부분에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딱 떨어지게 언급 하지 않았다. 아마 딱 떨어지게 명확한 설명을 아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애매모호 한 것이라 생각 된다.
‘과학의 즐거움’의 마지막 파트인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회에서 나는 알베르 자카르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참된 교육을 해주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는 그의 자세도 느껴졌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로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희망을 갖게 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준비된 사람으로 변화될 것이다. 끝으로 ‘과학의 즐거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사실 한번 읽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두 번 정도는 정독해야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과학에 대해서도 뭔가 크게 깨닫고 느낄 수 있을 것 이다. 만약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었다면 내 평생 이런 책은 손도 안대 보았을 것 같다.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과학의 즐거움’은 내가 기피하던 과학에 대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