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

타나토노트를 읽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소설작가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난 당당히
` 베르나르 베르베르 `를 꼽을 수 있다. 공상과학소설에서부터 우리가 상상하지못한 기이한 논리까지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필체와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이러한 베르베르의 손으로 탄생된 작품 ` 타나토노트 `
또한 베르베르만의 느낌이 한껏 묻어나오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타나토노트는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 어 타나토노스와 항해자를 뜻하는 나우테스를 합쳐 만든 조어로서, 우리말로 하면 영계탐사자 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편으로는 절박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궁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짐짓 무덤덤한 제 3자의 시각으로 조감한 이 소설에서 베르베르는 다시 한번 독특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그는 놀랍게도 인류 최초의 영계 여행단이 2068년에 구성될 것을 예언하고 있…(생략)

예기치 못한 복병 ( 환상적인 기분 ) 을 만나 그대로 죽음의 세계에 남아있는 것이다. 죽을 뻔하다가 살아난 사람들은 그런 기분을 이기고 승리하여 정신을 차려 영이 육체로 돌아온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정말로 그럴듯한 얘기이다. 베르베르는 비록 소설이지만 정확한 논리를 통해서 이를 입증해 보이고 있어 내가 더욱 이 작가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아무런 논증없이 공상과학을 소설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설득력도 적다. 하지만 거의 모든 공상과학 소설가들이 이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베르베르의 탁월한 능력이 더욱 부각되는지 모른다.
나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논증과 예를 통해서도 입증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 안에서만 충실하면 되는것이고 , 자기가 죽어보지 않은 이상은 죽음에 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베르베르의 말처럼 언젠가는 이렇게 영적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영계 탐사자들은 처음에는 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미치광이로 통했지만 , 첫 타나토노트의 영적 비행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전 세계가 열광하기 시작했고 , 미국 , 일본 등이 곳곳에 타나토드롬 ( 타나토노트의 기지)를 세워 각각 자기 나라만의 법으로 비행을 하기에 이른다. 영적 세계는 7 구간까지가 있는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도처에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투명한 영이 비행하기 시작하면 그 영이 육체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도록 영의 세계에서 그들을 끌어들이는 작전을 펼치는데 여기서 이겨야만 끝까지 비행을 할 수 있다. 처음에 많은 타나토노트들은 이를 이기지 못하고 그 세계에 머물러 있게 되는데 이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다가 점차 세계적으로 많은 비행 수련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영적 세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명상법 , 자신을 다스리는 수련 , 등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많은 구간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최초의 타나토노트들은 영적 싸움을 거치고 천국이라는 곳까지 가게 되는데 , 천국의 천사들은 그들을 ` 깨달은 이 ` 라고 불렀다. 즉 , 천국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역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기고 진정한 의미를 파악한 사람들이란 말이다.
그들은 이 마지막 비행을 TV , 라디오 , 수기 등의 여러 모양으로 세상에 알렸다.
전세계 사람들은 점점 열광하기 시작했고, 천국에서 돌아온 타나토노트를 영웅으로 추대하고 높은 선업 점수를 얻어서 좀 더 나은 모습으로 환생하기 위해 착한 일만을 했다.
타나토노트들이 다녀온 천국에서는 사람이 환생을 할 때 지상세계에서 얼마나 선업 점수가 높느냐에 따라 벌레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환생의 모습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런 비밀스럽고 성스러운 천국의 일을 타나토노트들은 세상에 알린 것이다.
이 타나토노트들의 결말은 바로 ` 죽음 ` 이었다. 어느 날, 비행기가 그들의 타나토드롬에 추락해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천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없다. 언제까지나 죽음은 신비스럽고 조심스러운 존재로 숨겨져야 한다` 고 . . .
나도 이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간은 제 아무리 똑똑하고 다른 생물보다 지능이 높다 하더라도 신이 정해주고 거두어 들이는 ` 죽음 ` 앞에서는 여전히 공허함과 무지를 겸비한 생물체에 불과하다. 베르베르가 예견한 것처럼 , 그리고 이 소설에서 경고했던 것처럼 인간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야 말 것이다.앞을 다투어 죽음을 체험해 보기 위해 어리석은 여행을 하는 자들이 늘어나는 세상 .
그런 날이 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 . . ? 인간이라는 존재가 신의 권위와 위엄에 도전하는 우스꽝스러운 세상이 초래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