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후예

카인의 후예
저자 : 황순원
출판사 : 삼중당
이 책은 순전히 제목이 맘에 들어 선택했다. 황순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끄럽게도 처음 들어본 책이름이었다. 단순한 호기심에 이끌렸던 걸까...책은 다 읽고 나서 다소 허무한 느낌도 들었지만 다시 내용을 떠 올려보니 궁금함이 나를 지배했다. 이 소설은 자세한 엔딩이 없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된 자초지종을 따져보면 바로 자세한 결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야학을 운영하고 있는 대지주 박훈...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를 `선생님??이니??교사??니 하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소작농의 딸인, 오작녀와 한 집에 살고 있었다. 그런다고 그들이 부부라는 것은 아니다. 오작녀는 이미 지아비가 있는 몸이고 훈은 총각이다. 훈이 운영하는 야학이 공작대원에게 접수 당하면서부터 사건은 전개된다. 그 일이 있은 이후, 불과 몇 일 만에 남이아버지가 낫…(생략)

데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리라...그러던 중 드디어 토지 개혁이 실시된다. 평양에서 집장사를 하는 부재 지주 윤주사는 일부의 재산이나마 보존하려고 자작한 것처럼 문서를 위조하고 김의사는 병원이라도 지키려고 자진해서 농지를 나라에 반납한다. 용제 영감은 필생의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저수지의 몰수에 항의하다가 탄광으로 끌려간다. 그러나 그는 탈출을 시도해 성공하고 저수지 물에 발을 적셔본 후 결국은 자살한다. 토지 개혁이 실시되자 훈은 토지 문서를 몰래 혼자 태워버리고 마을 사람들이 훈의 집에 들이닥친다. 명분은 이러했다. 면 농민위원장을 살해한 사실, 남의 유부녀를 유린한 사실.. 그때 오작녀가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뛰쳐나와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훈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선언해 버린다. 이에 훈은 다시금 혼란에 빠진다. 그 후 훈은 사촌동생 혁의 부탁으로 평양에 가게 되는 미행을 당한다. 혁은 도섭영감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미만 훈은 그것이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고 단도를 지닌 채 도섭영감을 찾아간다. 도섭영감은 낫을 갈고 있었다. 잠깐 보자는 훈을 따라 산기슭으로 올라간다. 망설이던 훈은 단도로 재빠르게 도섭영감의 옆구리를 찌르고 겁을 먹어버린다. 꼼짝도 못하고 곧 떨어질 낫을 기다리는 데 오작녀의 동생인 삼득이가 훈을 구해준다. 아버지와 사투를 벌이던 삼득이는 도섭영감을 타이르고 훈에게 호소한다.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그리고 자신의 누이인 오작녀를 부탁한다고... 남편이 총에 맞아 죽었으니 자신의 누이를 부탁할 사람은 훈이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작별에 슬퍼하고 있을 오작녀에게 달려가는 훈...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월남을 결심한 훈과 오작녀의 뒷이야기나 도섭영감, 삼득이등의 뒷 이야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궁금증을 품게 된 것이다.
카인은 구약에 나오는데 신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자라고 한다. 카인이 바치는 예물을 신은 거부하고 동생을 죽인 그를 추방시킨다. 카인은 국외자로써, 사회 질서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작녀의 남편은 방랑인 기질이 있어서 카인의 후예답지만 총에 맞아 죽었으므로 제외다. 결국 실제로 사회적 금기를 넘어선 사람은 오작녀밖에 없다. 유부녀이면서도 이웃의 비난을 들어가며 자신의 사랑을 선택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진정한 카인의 후예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