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처음에는 진부하게만 느껴졌던 "노르웨이의 숲" ..
제목 그대로 글속에는 등장 인물들의 내면의 결여성.. 바꿔 말하면,
상실이라는 맨 밑바닥에 깔려있는 아픔들이 이 책의 주 내용이다.
독서후기를 쓰는 "나" 조차도 글속의 "나가사와" 와 같은 주관이
있었다. " 죽은지 30 년이 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은 읽지 않는다."
나는 항상 고전 소설을 읽었으며, 그 속에서만 글의 진가를 찾을수
있다고 믿었다. 요즘 책들의 진부한 묘사성과 개성없는 문체가
현대 작가들을 도외시하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심코 내 손에 닿았던 "상실의 시대" 는
이러한 나의 가치관에 도전하는 이데올로기 와도 같은 일이였다.
나는 주로 책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본 모습이라던지,
내면의 결여성을 위로 받은 만한 가상인물을 찾곤 했다.
하지만 내가 주로 접한 책들은 서양서적들이…(생략)

만도 하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나는 생각한다. 일본 작품의 특징은
이런 점층적인 방법을 통해서 마지막에 느껴지는 감정을 최고조에
달하게 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영화 "러브레터" 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 책에서 "상실" 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내용은 "죽음" 이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다."
내용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등장 인물들의 죽음은 그리 슬퍼 할 일도,
대단한 일도 아닌 삶의 일부분에 지극히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 주변인물들도 죽음에 대해 동요하지 않으며 회복하는 일,
치유하는 일에 오히려 빠른 적응력을 보인다.
하지만 "나오코" 만은 다른 부분이였다.
그녀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죽음과 자신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어린시절 부터 대중매체 또는 상상력의 극을 달리는 현실성이 부족한
책들을 통해 사랑에 대한 환상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사랑에 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애정에 있어서
더욱 변화하는 감정의 기복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오히려 사랑하는 감정은 냉정해야 하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모순의 극한을 보여주는 좋은 현실적인 사랑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낭만적인 영상만으로 사랑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던 나에게는..
이 책은 심히 가벼운 동요가 아닌 격정적인 첫사랑의 가슴앓이로
다가오는 책이였다. 하지만 분명,
이해 할 수 없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는 성의 방식과 그들의 관계..
하지만 그 책이 중요하게 시사하는 바는..
성 이라는 몸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본능과,
언젠가는 맞이하게 되는 죽음이라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인식 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본능적인 성욕을 통해 우리는 맨 밑바닥에 숨겨두고
사회의 풍토와 자신의 뚜렷한 주관 없이 구석으로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되는 현실의 상실중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무언가 정지된 기분, 책을 덮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펑펑 쏟아지던 순간을 기억한다.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 할 수 있는 ..
사랑을 잃고, 자신의 희망을 잃는 ..
젊은 지성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상실의 시대" 를
감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