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상실의시대5

노르웨이의 숲을 거니는 와타나베. 그리고 그것을 느끼는 나.
-상실의 시대를 읽고-
무라야마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두툼한 책이다. 베게로 쓰기 딱 좋은 높이. 꼭 1학년 수학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한번 베고 자볼까..... 농담은 집어 치우자. 이 책은 그런 농담으로 얘기 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깊이, 이책이 전하고자 하는 말은 이 책의 두께보다 더 깊으며, 이 책의 페이지 수보다도 더 많다. 너무나도 쉽게 쓰여진 것 같은 내용. 그냥 펜가는 대로 쓴 그러한 소설 같은 분위기. 일상생활을 다룬 것 같은 그저 그런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깊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와타나베가 자신의 과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거속에서 주인공은 죽은 친구의 애인 나오코를 좋아한다. 그리고 대학 같은 과의 활달한 미도리, 나오코가 입원해 있는 요양소의 나오코의 친구인 아줌마 레이…(생략)

다. 작가는 독특한 삶을 예로 들어 자신의 원하는 바를 말하지 않고 왜 이런 어떻게 보면 애들이나 쓸만한 쓰잘데기 없는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쓴 것일까? 작가가 말하려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와타나베다 가지고 있는 상실의 아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와타나베는 지독한 상실감을 안고 있다. 친구의 자살, 나오코의 실종, 나오코와 같이 있을 수 없는점.. 결국에는 나오코의 자살로 이어져서 친구와 나오코, 둘 다 잃어버린 한 불쌍한 평범한 사람의 상실. 그로 인해 점점 성숙해가는 와타나베... 이러한 평범한 와타나베를 통해 상실의 아픔과 성숙해 나가는 과정을 그림으로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상실의 아픔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인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실의 아픔을.....
자, 한번 생각해 보자. 현대인에게 있어 상실의 아픔이란 무엇인지. 많은 현대인들은 만남을 겪는다. 그러나 어느 영화에서 그랬던가.. 아니면 어느 책에서 그랬던가.... 만남이 있으면 이별은 있는 것이다. 조그만 이별일 수도, 그래서 다시 만날날을 기약할 수 있는 이별일 수도 있지만...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이별.. 영원한 이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별들이 올수록 사람들은 아픔을 겪는다. 바로 현대인들이 지독하게 가지고 있는 상실의 아픔이다. 나에게 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 나를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 주위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모두 나에게 상실의 아픔을 안겨주는 것이다. 마음 어딘가가 허전하게 빈듯한 고통. 상실의 아픔. 그래서 왠지 모르게 울컥하게 치밀어오르는 아픔. 상실의 아픔. 그 고통.. 그 고통.. 상실의 아픔을 겪으며 사람은 성숙해진다고들 한다. 이별은 만남의 마지막 국면이니까. 만남으로서 사람이 성숙해질 수 있다면 이별함으로써도 성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이별의 정도가 너무 많아서 성숙의 정도를 견디지 못할 때에... 소설에 나오는 나오코처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지도 모른다. 그 상실의 아픔.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또다른 상실의 아픔. 현대인들은 많은 상실의 아픔을 살아간다. 바로 상실의 시대이다...
무라야마 하루키는 이 소설의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했다. 즉 와타나베란 인물이 무라야마 하루키와 동일한 인물인 것이다. 결국 무라야마 하루키도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하나이다. 소설에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자유로운 현대적 생각이 엿보이는 노골적인 성묘사, 그것도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특징중 하나.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에 나타난 상실의 아픔을 그대로 가지고 사는 상실의 시대인, 즉 무라야마 하루키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아픈 숲을 거닐고 있는 것이다.
나도 과연 노르웨이의 숲을 거닐고 있을까? 대중매체와 교통, 통신의 발달로 만남이 많아진 현대, 점점 더 악해져가고 퇴색되어져 가는, 그래서 이별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현대에 살고 있는 나는 물론 노르웨이의 숲을 거닐고 있을 것이다. 소설속에는 노르웨이의 숲을 빠져나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몇 년동안의 투쟁 끝에 그 숲을 빠져나오는 레이코, 그 숲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결국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숲을 나오는 미도리. 그리고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늪에 빠져 버리는 나오코..... 결국에는 상실의 시대, 상실의 고통을 빠져나왔으므로 나오코도 숲을 빠져나온 것이다. 그럼 난 어느 삶을 택해야 할까? 나도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노르웨이의 숲을 빠져나와야 한다. 성숙이라는 선물과 함께 말이다. 숲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그러나 먼저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 선물은 숲을 빠져나가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 늪에 빠져나가는 자에게는 필요도 없고 주어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너무 뻔하다. 그럼 답은 당연히 나온다. 나오코처럼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미도리처럼, 미도리가 아버지를 잃으면서 느꼈던 것처럼, 미리 준비할 있다면 마음을 미리 정리해 노르웨이의 숲을 빠져나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이 상실의 고통이 너무 빠르게 닥쳐온다면 어떻게든 숲을 빠져나갈 것이다. 절대로 레이코처럼 늪에 빠져 포기하지는 않겠다.
다른 방법도 있다. 우리의 주인공 와타나베이다. 와타나베는 주위에 같이 상실의 고통을 겪어준 사람들이 있다. 미도리, 레이코 등등등. 결국 우리의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고통을 그냥 받아들인다. 또하나의 미도리인 셈이다. 그러나 미도리와는 다르다. 와타나베 곁에는 숲을 빠져나가는데 도움을 준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고 나오코의 죽음, 상실의 고통을 받아들인 순간, 와타나베는 숲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나도 노르웨이의 숲에 들어갔을 때.. 곁에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그럼 와타나베는 노르웨이의 숲을 완전히 벗어났는가? 아니다. 노르웨이의 숲은 괴짜다. 그 놈은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나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숲을 탈출한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노르웨이의 숲은 잔상을 가지고 있다. 환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는 그 숲을 극복해 냈더라도, 사실 그 숲은 여간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몇번이나 다시 우리를 숲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환영을 가지고 있다. 추억을 조심하자. 노르웨이의 숲의 환영인 추억.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지만 필요하지는 않다. 아니, 추억은 필요하지만 추억속에서 사는 것은 안된다. 그것이 노르웨이의 숲의 환영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추억속에서 사는 것, 그것은 상실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노르웨이의 숲을 당신 발앞으로 가져다 놓을 것이다. 당신은 추억이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아무일도 하지 못하고 지독한 아픔을 느끼며 과거속의 인물들을 찾게 된다. 심할 경우 망령의 칼의 자신의 인생을 빼앗기게 된다. 상실의 시대를 사는 것은 추억의 망령과의 전투이다. 추억의 망령을 이겨내어 상실의 아픔을 한낱 옛 기억으로 승화시키던지, 아니면 추억의 망령의 칼에 단칼에 베어지던지. 선택은 우리들한테 있다. 추억의 망령. 상실의 고통. 그리고 이어지는... 자살... 나오코가 보여준 추억속에서만 살아가다가 결국 파멸의 길로 이끌어간 전형적인 상실의 늪에 빠진 조난자의 모습이다. 이런 삶이... 이런 삶은...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가.
상실의 고통을 헤쳐나가자.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에서 사는 만큼 상실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적을 알아야 이긴다. 그 상실의 고통이란 어떤 것일까. 소설에서 읽은 바로는 지독한 고통이다. 와타나베는 나오코가 행방불명 되었을때 마음속으로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다. 레이코씨는 가족들을 잃어버리는 상실의 고통을 얻고는 몇 년동안이나 요양소에 갇혀서 세상을 등지고 살아야만 했다. 나오코는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결국 자살로 자신을 이끌었다. 얼마나 지독한 고통이길래... 만약 내 주위에 누군가가 사라진다고 해보자. 나는 많이 슬플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이 내가 좋아한다고, 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면 나는 미쳐버릴 지경일 것이다. 밤새도록 그 사람을 찾고, 울고, 내 인생은 잠시 멈춰서고 그 사람을 찾는데 쓰인다. 고통이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 보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는지 없다는 것.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 지독한 고통.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지독한 고통. 나의 삶을 도려내는 것 같은 고통.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고통.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그들은 이러한 고통을 겪은 것이다.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고통을 겪은 것이다. 아니, 겪고 있는 중이다. 나도 겪을 지도 모른다. 그럼 난 어떻게 그 고통을 헤쳐나갈까. 상실의 성숙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상실의 고통을 겪어내기만 한다면 성숙의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자. 상실은 나의 삶의 한 부분이 되며, 나의 성숙을 위한 도구로 승격된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이 있듯이 상실의 끝에는 성숙이라는 열매가 찾아 온다. 그렇게 생각하자. 단지 삶의 지나칠 수 없는 장애물일 뿐이라고. 지나칠수 없으면 넘어라. 넘을 수 없으면 부셔버려라. 그게 내 신념이다. 성숙의 한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상실의 고통을 뛰어넘도록 하자. 상실의 시대는 곧 성숙의 시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