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 리를 읽고나서 독후감

“얘, 너 그 노어 공부를 열심히 해라."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 박사의 뛰어난 처세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문장이다. 일본이 물러가고 북쪽에서 러시아 붉은 군대가 내려오자 친일파였던 이인국 박사는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아들에게 러시아어를 공부하라고 한다. 이러한 이인국 박사의 뛰어난 주변 정세 관찰 능력은 그의 생활이자 삶이었다.
이인국 박사는 일제시대에 친일 행위, 소련 점령 시기에는 친소 행위, 월남 후에는 친미 행위를 했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할 수 있는 박쥐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을 통해 지은이는 당시 한국 사회 지도층의 위선을 비판하기 위해서 만든 소설이다. 책 속에는 지은이가 이인국이라는 사람에 대해 비판한 문장은 하나도 없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인국이라는 사람의 행동은 모든 사람이 보아도 비판당할 만 하게 묘사 되어…(생략)

스의 선서를 저버리고 양면 진단을 실시했다. 일제시대라면 병든 환자도 많고 의사의 수도 많이 적었을 것이다. 그런 때라면 아픈 사람을 위해 자신의 의술을 펼치는 일이 무척 보람찬 일이었을 텐데......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고, 명예까지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권력을 갖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고 양면 진단이라는 파렴치한 행동까지 한 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내가 일제시대에 살았더라면 독립운동은 못할지라도 친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광복이 되자 북쪽에서는 소련군이 내려왔다. 소련군은 친일파를 처형시키는데 이인국 박사는 자신도 처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아들에게 러시아어를 배우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그의 뛰어난 주변 정세 판단 능력을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이제 주도권을 잡을 것이니 러시아와 친해져야겠다는 그의 생각은 그리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 갇혀서 그는 마지막 희망을 갖고 러시아어 책을 보고 열심히 공부한다. 감옥 안에서 이질환자가 발생했을 때 그는 예전에 익혔던 뛰어난 의수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사령관의 혹을 제거하고 통역을 함으로써 다시 지도층으로 복귀한다. 많은 친일파들이 죽임을 당했지만 이인국 박사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뛰어난 처세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월남해서도 다시 친미 행위를 한다. 그의 카멜레온 같은 모습은 친일, 친소, 친미 행위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드러나지만 어찌보면 그것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비록 나라를 배신하고 매국을 했지만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항상 지도층에 오르는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또 그의 언어능력 또한 대단한 것 같다. 그는 일제시대 때는 일본어, 소련 점령 때는 러시아어, 월남 후에는 영어를 모두 다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그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 같았다. 그는 마지막에 “어디 나두 댕겨오구 나면 보자!”라고 말한다. 우리 조국을 저버리고 매국을 하며 사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처럼 말하는 것 같이 나에게는 들렸다. 이곳에서 나는 다시 첫 번째로 읽었던 때와 같이 다시 그에게 실망했다. 그가 이 뛰어난 능력을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 뛰어난 능력을 애국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지만 꼭 이인국 같은 삶을 비판만 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닌 것 같다. 꺼삐딴 리에서는 당시 지도층의 위선 뿐만아니라 우리 나라의 허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가 약했던 시대에 약삭빠르게 행동했던 기회주의자들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약함에 대해서 반성을 해야겠다는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