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 리를 읽고 나서 꺼삐딴 리

꺼삐딴 리
저자 : 전광용
출판사 : 을유문화사
먼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때 단편소설집에서 읽어보았는데, 국어 수행평가를 통해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이 책을 다시 펴 보게 되었다. 두 번째로 펴보는 책이라서 그런지 읽고 난 후에는 더욱더 느낀점들이 많았다. 왜 중3때과 지금과의 느낌이 다른지 나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인국은 종합 병원을 운영하는 외과 전문의다. 병원은 매우 정결하지만, 치료비가 다른 병원보다 갑절이나 비싸다. 나는 여기서 주인공인 이인국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병의 증세보다 경제적 능력을 판단을 통해 철저히 부를 추구한다. 어느 날, 미국으로 가기 위해 미 대사관의 브라운과 만날 시간을 맞추려고 회중 시계를 꺼내 보다 30년 전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이인국은 일제 시대에 제국 대학을 졸업할 때, 회중 시계를 부상으로 받게 된다.…(생략)

브라운을 만족시키며, 국무성 초청장을 받는 목적을 달성한다. 미국에서 가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하며 도미하기에 이른다. `꺼삐딴 리`는 주인공인 외과 의사 이인국 박사의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일제 치하, 광복, 국토 분단, 군정, 건국, 6?25라는 역사적 소용돌이의 체험자로서 누구보다도 재빨리 환경에 적응하게되는 인물이다. 그것은 곧 그가 살아가는 특유한 신조와 방법인데, 작가는 주인공을 통하여, 시류와 타협하면서 일신의 안녕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이기주의자의 전형적인 인간형을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일제시대부터 6.25 전쟁 후까지이다. 여기에서 배경은 주인공인 `이인국`의 부정적 인간상을 보여주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우선 일제시대에 `이인국`은 자식들을 일본인 학교에 보내어 일본어만 쓰게하여 철저한 친일 분자로 지내다가, 해방이 되어 북쪽을 소련군이 점령하자 러시아어와 자신의 의술로 소련군 장교에게 환심을 사고 아들을 소련으로 유학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월남해서는 미국대사관에 아첨하고, 친미주의자가 되려고 한다. 이러한 시간적배경은 외세에 눌려 왔던 수난의 민족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 수난사를 기회주의적으로 살았던 인물을 부각시켜 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꺼삐딴리`는 영어의 `captain` 우두머리라는 뜻인에 해당하는 러시아어로, 해방 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들이 쓰는 말을 흉내내어 쓴 것인데, 이 `꺼삐딴리`라는 제목에서도 힘 있는 것에 기대어 주체성을 망각하는 자들의 병든 인식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삶의 변화에 적응하는 주인공의 `이인국`의 아첨하고 아부하는 모습을 매번 볼 때면 좋지 못한 눈으로 봤는데, 어떻게 생각해 보면 생활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이인국`박사의 성격도 요즘시대에 현대인에 맞는 성격이라고 생각된다. 변질적인 순응주의자, 즉 카멜레온 같은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