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습관을 읽고

이기는 습관을 읽고
사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집사람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집에 가면 화장실, 침대 옆 등에 항상 책이 놓여져 있다. 그러나 습관이 안되어서 그런지 선뜻 책을 펴서 읽어보는 일은 드물다. 책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어쩌다 한번씩 서점에 들러 안내판에 나오는 베스트셀러 책 가운데 한권씩을 선물하곤 하지만 그 책마저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선물한 책 이기는 습관은 제목에서부터 흥미가 느껴져 읽어 보았다. 영화에서 흥행대작이 있는 것처럼 베스트셀러는 좋은 책을 구별해주는 척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작품성이 뛰어나고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소설가나 시인 같은 문학인이 아닌 내가 좋은 책을 볼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은 책을 믿고 사는 편이다. 이 책도 모처럼 들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상단에 위치하고 있고 제…(생략)

다. 이 책은 이기는 습관 뿐만 아니라 기업에나 사회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습관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기는 습관`은 삼성전자에서 마케팅 팀장을 담당하며 애니콜, 파브, 하우젠 등의 마케팅 성과를 이루었고, 마케팅과 조직에서 1등 인재, 1등 조직을 키워내며 성공신화를 이룬 전옥표씨가 30여년의 현장 노하우를 담았다고 하니 그의 경영성과 만큼이나 책 내용도 알차다. 특히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사람과 조직이 되는 방법으로 동사형 습관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고객과 현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공유된 비전과 인식하에 전 구성원이 일사분란하고 총알같이 움직이는 동사형 조직, 자신의 목적지를 알고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뚜렷하게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실질적으로 행동하여 뚜렷한 성과를 가져오는 동사형 행동이 바로 이기는 습관이다.
그 밖에 창조적 사고를 하는 습관, 조직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프로세스 확립, 고객 지향적으로 체화된 마케팅적 사고, 기본을 벗어나지 않는 조직문화 그리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실함 등을 6개 파트로 현실감 있게 전하고 있다.
올해 삼성의 화두가 창조경영이지만 1990년대에 삼성제일주의를 지향한 적이 있다. 삼성이 제1의 조직으로, 제1의 기업으로 우뚝 서고 삼성이라는 프라이드를 갖추게 하였던 전략이 이 책에서 많이 보여 지고 있다. 물론 전옥표씨가 삼성에서 제1조직을 키웠던 마케팅 최고 사령탑의 한 사람이였으니 당연하지 않을까
정말 한번 잡으면 끝까지 금방 읽게 되는 책이다. 내용도 쉽고 또 지은이가 직접 경험한 얘기들이라서 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주장하는 어려운 경제서의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어찌 보면 조금 시시해 보일 수도 있는 얘기들이지만, `이긴다`는 말에 백배 공감한 나로서는 이겨본 사람의 이 당당함이 읽는 내내 부러웠다.
인생은 이긴 자와 진자의 갈림길이다. 이긴 자란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아니고 높은 직책이나 명예를 누린 사람도 아니다. 자신의 길에 당당하고 그것으로부터 `사는 도리`를 깨우친 사람, 그래서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집요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얼마나 드문가 그래서 더더욱 지은이가 존경스럽고 그가 하는 말과 가르침이 가슴에 다가온다. 인생을 지는 인생, 포기하는 인생, 안주하는 인생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이왕 태어난 바에는 정말 나에게 스스로 자랑스러운 최고의 자리까지 나를 채찍질해볼 것인가
삼성에서 그 많은 공적을 세웠으면 중역 자리도 맡을 수 있었을텐데 지은이는 지금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책에는 쓰지 않았지만 울타리 안의 성공보다 또 다른 승리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기회가 된다면 이 전옥표라는 분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도대체 조직을 단련하는 이 프로사관학교의 리더십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금도 펼쳐지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른 경영지침서를 많이 읽어보면서 `좋은 얘기기는 한데 뭘 어쩌란 말이냐하고 막연해오던 차에 쉽고 직설적인 책을 만나서 아주 반가웠고 틈이 나면 꼭 주변에 추천하고 사주려고 한다. 책에 써있는 대로 샅바싸움에서 이기는 법부터 100번 슈팅보다 한번 골을 넣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KBS의 일요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동차 업계 1위인 일본 도요타와 현대자동차의 생산성을 비교 방영한 적이 있었다. 도요타가 자동차 3대 출고할 때 현대는 1대를 출고한다고 한다. 이 비교는 자동차 자체를 만드는 시간의 비교가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배에 선적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자동차 자체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자동차를 만들고 난 뒤 검사하는 단계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도요타의 경우에는 1, 2단계를 거치는데 비해 현대의 경우는 6, 7단계를 거친다. 생산과정을 신뢰하지 못한 결과에서 발생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처럼 세계 1위의 기업은 무엇인가가 다르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바로 그 1위의 기업으로 가기 위한 습관, 즉 이기는 습관은 무엇일까
저자는 완벽한 조직, 조직을 움직이는 프로세스, 조직의 구성원인 개인의 역량을 강조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의 조직이라도 팀플레이가 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와해되기 싶다. 요즘 들어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 한다고 조직 문화를 자유스럽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조직과 그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프로세스, 룰,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문화가 잘 적용된 상태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구성원이 있다면 그 조직은 이기는 조직, 즉 1등 조직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만족이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만족을 부르짖으며 `고객은 왕`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고객은 그저 돈벌이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화가 날 때가 많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미국, 유럽에서는 싸게 팔고 한국에서 비싸게 판다. 한국에서는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고가 전략을 사용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높이기 위한 저가 전략을 사용한다. 경영 이익을 위한 전략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런 것이 고객을 위한 전략은 아니지 않는가
얼마 전 어떤 사람이 1억이 넘는 자동차를 SK본사 로비에 쳐 박은 사건이 있었다. 뉴스로만 볼 때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 사람의 인터뷰를 보니 돈만 많고 분별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휴대폰은 삼성 것이었고, 통신 회사는 SK였는데 구입뒤 30분만에 고장났다고 했다. 그래서 휴대폰을 쓸 수만 있게 해달라고 3차례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답은 서로 떠넘기기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기는 습관`은 자신의 기업이 1등으로 나아가게 하는 습관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의 행태를 볼 때 이 책에서의 `이기는 습관`의 대상이 소비자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