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스캔들을 읽고나서

우리들의 스캔들을 읽고나서
책을 고르다보면 다른 무엇도 아닌 책의 표지에 이끌려서 책을 집어드는 경우가 있다. 내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버린 이 책 ‘우리들의 스캔들’ 또한 그런 경우였다. 푸르른 초록빛의 들판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책상들과, 그 책상에 몸을 기대어 서서 ‘가면’을 쓰고,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 눈길을 잡아끄는 표지에 손이 가 집어든 이 책은, 독특한 표지와 제목에 맞게 흥미진진하고 유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학교와 아이들의 현실상을 담아내고 있었다.
‘튀지 않고, 밟히지도 않는다!’라는 모토를 가진 새빛 중학교 2학년생 이보라. 그만의 신조에 따라 눈에 띄지 않으면서 평범하게 공부와 학교생활에 충실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천방지축 이모가 자신의 반 교생으로 오면서 보라의 평온한 일상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혼모인 이모의 일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려…(생략)

리고 답답한 학교에 압박감을 느껴 그 에너지들이 비틀려져버린 아이들이 ‘익명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성에 빠져서 ‘가면’을 쓰고 가상의 공간에서 벌이는 몰상식하고 때론 비열하기까지 한 행동들은 많은 이들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현재, 인터넷이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게 해주었다.
그리고 학교 폭력 문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그랬듯이, 이 소설속에서도 궁지에 몰린 인간은 자신의 악함을 감추기 위한 사악한 방법을 사용하게 시작한다. 교장은 선생에게, 선생은 학생에게, 그리고 강한 학생은 약한 학생에게. 학교 안의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위협과 협박, 그리고 폭력. 심각한 학교 내 폭력과, 편견의 잣대에 의해 어긋나 버리는 아이들은 교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죽은 듯이 엎드려있도록 강요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식. 그래서 아이들의 속마음은 들여다 보지 않고 뭐든지 멋대로 해석해버리는 학교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겨내기 위해 닉네임의 가면 아래 숨어 있던 아이들이 서서히 용기있는 모습을 드러내어 귀머거리 어른들에게 진실을 깨우쳐 주는 모습은, 비록 현실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도, 아이들의 용기와 투쟁이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들이 모여 있는 축소된 사회인 학교에서, 치사함, 비굴함, 협박, 반항, 배신, 영웅, 정의 등 인간 내면에, 사회 속에 공존하는 감정들이 엉키고 부딪히며 뱉어내는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스캔들’을 통해 학교에서 지금 청소년들이 날마다 부딪히는 문제들, 그들이 한숨과 함께 내뱉어내고 싶은 문제들을 하나, 둘 들춰내는 책. 하지만 결국 소통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경쟁의 긴장만 있고 마음 풀 곳은 없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교훈적인 말의 향연으로 덧칠한 위로가 아닌, 마음을 활짝 열고 두 눈을 그들에게 집중한 채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위안이 되고, 마음을 따뜻하게 쓸어내려주는 조그만 위로가 되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