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 삼대를 읽고나서

염상섭의 삼대를 읽고나서
이 소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손자의 삼대에 걸친, 역사적 흐름에 따라 등장인물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부터가 삼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는 것을 미리 언급해주고 있는 것이다. 삼대에서는 인물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삼대라는 소설을 이끌어 가는 중심에 바로 인물이 있으며, 이 인물에 대한 이해가 이 소설에 대한 이해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대에서 중요한 인물은 바로, ‘삼대’이다. 그 삼대는 바로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 바로 이 세 인물인 것이다. 이 세 인물은 각각의 시대를 대변하기도 하며, 그 집안의 기둥이기도 하다. 흔히 장손들은 그 집안의 대들보며, 기둥이라고 하는 것과 같이, 그들은 그들 세대별로 가문의 기둥이었으며, 그 시대를 짊어지고 이끌어 나가는 우리나라의 기둥인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것을 이야기 하고자 하여 한 가정의 삼대를 보여주고, 그것이 그 시대의 …(생략)

주는 것이다.
조상훈은 이 소설의 인물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다. 사실 신식 교육을 받고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이 인물의 행동은 참으로 이해가지 않는다. 오히려 역겹기까지 하다. 신앙심으로 똘똘 뭉쳐서 학교도 세우고, 교회에 기부도 하고 자선사업도 한다고 하지만 이 인물은 소위 말하는 뒤에서 호박씨 까는 인물형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뒤에서 할 짓 못 할 짓 다 하고 산다. 술과 노름은 그렇다쳐도 정실 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며, 또 아들의 친구인 홍경애에게서 자식을 보지만, 또다시 외면하면서 하면서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못할 짓을 한다. 그러면서도 이 인물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혹여 교회 사람들이나 아는 사람에게 들켜서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나게 될까봐 염려하지만 뒤에서는 또다시 술과 노름과 축첩을 하며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그리고 부친인 조의관의 재산에 눈독을 들인다. 그래서 덕기를 잘 구슬리려고 하는 생각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생산적인 일에는 힘을 쓰지 못 하는, 내가 보기엔 참 안된 인물로 보였다. 그리고 위선적인 인물이다. 나는 내내 이 인물의 인물됨이 맘에 들지 않았다. 과연 저렇게 위선적인 인물이 사랑이니 박애니 봉사니 떠들 수 있는 것일까 그의 인물성이 개화기의 인물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런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의 인물이 대표성을 지니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조덕기는 집안이며 가문은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 조상훈을 대신해서 집안을 꾸려 나간다. 실상 조덕기가 하는 일은 별로 없는 듯 보인다. 할아버지는 조상 훈에 비해서 조덕기를 신임하지만, 아직 조덕기는 어리고 유약하다. 그리고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처지라, 아직 그가 집안을 위해, 가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버지 조상훈을 대신해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아가 고 있지만, 집안을 이끌어 갈 뚜렷한 마음은 지니고 있지 않은 듯 보인 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중간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유부단하고, 물렁한 성격을 보여 주는 것이다. 때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사회주의적 색깔을 가지고 있는 친구 김병화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따스하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하는 인간적인 인물이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과 깊은 연관을 맺는다. 나는 역사의 한 부분에 서 있으며, 나의 삶이 곧 역사와 상통한다. 내가 살아온 과거, 내가 살아가는 오늘, 내가 살아갈 미래 이것이 바로 역사의 주된 요소이며, 이것들이 모여 역사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크게 본다면, 우리 어머니가 살아온 시대, 내가 살아가는 시대, 나의 자손들이 살아갈 시대 이것이 바로 역사이며 그렇게 본다면 대를 이어가는 가문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부모님, 조상들이 살아온 과거가 곧 역사이며, 그 역사는 나에게 이어져 있고, 나의 미래의 자손들에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문이 왜 그리도 중시 여겨지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가문과 역사와의 관계를 나타낸 소설이 바로 삼대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