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책이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30여년, 그러나 지금 이시대 어느 누구도 이 책을 읽으며 난장이 아버지에게, 영수, 영호, 영희에게, 그리고 그 시대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당당할 수 없다. 70년 대, 노동자들을 착취했던 당시의 사용자들만이 죄인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행복할 수없는 지금, ‘과거보다 나아진 지금’이란 달콤한 언어의 마술에 홀려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도 죄인이다.
난장이 가족의 삶은 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소외되었던 도시 빈민층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난자이 가족은 어느 한 명도 한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난장이 아버지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힘겹게 살아가지만 결국은 굴뚝에서 종이비행기가 되어 떨어지는 것을 택한다. 큰 아들 영수는 공장에 다니다 사회의 음모에 맞서 노동 운동에 뛰…(생략)

독후감을 잘 쓸 수 있을까’을 고민했던 나 자신이 바로 죄인이었다.
1970년대, 어떤 이들은 TV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보며 우는데, 또 어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몸을 팔고 살인을 하며 눈물 흘려야 했을까. 왜 그렇게 불공평한 삶을 살아야 했나.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돈을 벌어야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를 위해 돈을 축적해야 했던 그 현실 속 악의 축은 바로 자본주의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본주의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란 합리적 차별의 표상인 줄로만 알았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고 낭비벽이 심하기 때문이고, 부유한 사람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줄로만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던 나에게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를 압승한 세기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효율성과 경쟁력 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가져 왔을지 몰라도 사회에서 ‘인간’이란 주체를 끌어내리고 ‘돈’이라는 미물을 앉혀 놓았다. 그리고 이기주의를 가져왔다.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의 인권이 묵살되고 생산성만이 강조되었다는 것은 그 시대의 현실이자 이 시대의 암묵적 사실이다. XX주의가 더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힌 이 사고는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것. 난장이 아버지와 지섭이 읽던 ‘일 만년 후의 세계’란 책의 제목 앞에서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고개 들 수 업다. 영원히 그들은 말 그대로 일 만년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작년 77일 동안 대한민국은 노동자들의 함성과 울음으로, 그리고 최루탄 가스와 경찰등의 거친 호흡으로 뒤덮여 있었다. 900여 명의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회사 측에 “함께 살자”를 외치며 상생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이를 거부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투쟁에 나섰다. 여기서 노동자 편에 서서 회사와 정부의 잘잘못을 EK지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도의 지나침에 대해 말하고 싶다. 회사와 노조 간의 맞대결 상황에서 정부의 폭력적 대용과 편파적인 조치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을 경악케 하고도 충분했다. 70년대로 돌아간 듯 헬기에서는 최루탄을 던지고 경찰까지 가세한 현장은 누가 보기에도 노동자들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정부에게도 기댈 수 없던 노동자들은 평택 쌍용차 공장의 굴뚝과 지방 위에서 홀로 된 존재였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들 앞에서 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