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나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나서
2010년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가 인기 있는 만큼 논란도 많다. 주인공인 강석호가 학생들에게 항상 일류대 가는 것만이 길이라고 강조하다보니, 우리 사회에 성적 중심, 학벌 중심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아무도 부정할 수는 없다. 서울대를 몇 명 보내느냐의 문제가 어떤 학교가 명문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우등생들과 차별 대우를 받고, 그 누구든 자신의 적성과 꿈에 맞는 학교가 아니라 일류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런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 아닌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웰튼 아카데미가 지향하는 것도 단연 `명문대학 보내기`다. 개교한지 100년이 된 이 학교는 졸업생 중 무려 75%를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시키는 명문고등학교다. 하지만 닐, 오버스트릿 등의 학생들은 `Welt…(생략)

생들을 시인으로 만드려고 했던 게 아니다. 그저 학생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하길 바랐던 것이다. 그 역시 Helton이라 불리는 웰튼 아카데미를 거쳐간 학교 선배로써, 또 인생의 선배로써 그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더 나아가 인생을 즐길 줄 알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의 영향을 받아 학생들은 저마다 `Carpe Diem`을 외쳤고, 따라서 닐은 `연극`이라는 자신의 길을 찾았으며, 오버스트릿은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용기있는 고백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극을 하고 싶어했던 닐이 아버지를 꺾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화살은 엉뚱하게도 키팅에게 날아간다. 교장을 비롯한 사람들은 키팅이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든 거라며, 애꿎은 키팅을 학교에서 쫓아내지만, 적어도 학생들은 다 안다. 닐을 자살로까지 내몬 것은, 꿈과 열정이 가득할 나이의 소년을 숨 막히게 만든 것은, 키팅이 아니라 닐의 아버지와 교장 등 오로지 대학밖에 모르는 어른들이라는 걸.
키팅이 떠나갈 때, 새로운 영어 교사를 구하지 못해 대신 수업에 들어온 교장은 학생들에게 키팅이 찢어버리라고 했던 페이지를 읽도록 시킨다. 그 페이지에 있는 `시의 이해`는 시의 완성도를 수치화해 그래프로 나타내는 방법에 관한 글이다. 사실 누가 봐도 시를 수치화한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오규원 시인의 `프란츠 카프카`라는 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어떤 문학 작품의 가치를 수치화할 수 있다면, 시 `프란츠 카프카`에서와 같이 `보들레르 800원, 카프카 800원` 이렇게 값을 매길 수도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아름다운 시를 쪼개고 분석하여 그 가치를 수치화하는 데에만 익숙해진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어른이 되면 무엇하겠는가. 문학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시와 소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현실도 영화와 별반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 실제로 학생들이 시를 자유롭게 읽어보고 그 아름다움을 느껴본 일이 얼마나 있을까 입시를 위해 시의 성격, 주제, 표현상의 특징을 달달 외우게 하는 것이 우리의 교육인 것을. 시를 읽고 `다른` 생각을 하면 그것은 `틀린`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교육인 것을. 영화에서 키팅은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등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문학은 그저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비단 `교육`에 대한 질문만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모든 이에게 질문하고, 또 충고한다. 당신의 삶은 어떠하냐고. 사회와 조직이 만들어 놓은 기준과 틀에 얽매여 살아가지 말고, 신념을 가지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라고. 사회에서 정한 모든 것을 거부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 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이 한 편의 시라면, 당신의 시를 멋지고 독특하게 지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