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를 읽고나서

삼대를 읽고나서
횡보 염상섭(1897-1963)은 중산층을 대표하는 서울 출신의 소설가로 양심적 중간층의 입장에서 식민지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보수적인 자세가 강하게 엿보이는 문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삼대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2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작품으로 모두 42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품 속의 삼대란 대지주이며 재산가인 조부 조의관, 봉건 윤리와 신문명 사이에서 재산을 탕진할 뿐인 아버지 상훈, 그리고 조부와 아버지의 부조리한 점을 보면서도 재산을 지키는 일에 매몰되어 적극성을 잃어버린 우유부단한 아들 덕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과 이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갈등과 심리를 통해 식민지 사회를 살아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1929년에서 1930년 초에 이르는 약 3개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인 조의관과 그 아들인 상훈, 그러고 그 친손인 덕기는 모두 30년대란...

삼대를 읽고나서

횡보 염상섭(1897-1963)은 중산층을 대표하는 서울 출신의 소설가로 양심적 중간층의 입장에서 식민지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보수적인 자세가 강하게 엿보이는 문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삼대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2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작품으로 모두 42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품 속의 삼대란 대지주이며 재산가인 조부 조의관, 봉건 윤리와 신문명 사이에서 재산을 탕진할 뿐인 아버지 상훈, 그리고 조부와 아버지의 부조리한 점을 보면서도 재산을 지키는 일에 매몰되어 적극성을 잃어버린 우유부단한 아들 덕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과 이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갈등과 심리를 통해 식민지 사회를 살아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1929년에서 1930년 초에 이르는 약 3개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인 조의관과 그 아들인 상훈, 그러고 그 친손인 덕기는 모두 30년대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정신적인 뿌리는 각각 한말세대, 개화기세대 및 식민지세대 등이란 다른 토양에 박혀 있으며, 그것으로 이들은 각각 다…(생략)

로는 사회주의자인 친구 김병화나 필순네 가족을 도와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것은 덕기라는 인물이 식민지 사회의 현실에 눈뜨게 되면서도 그것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과연 자신의 재산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시대적 비극을 눈감아 버리지도 못하는 덕기의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작품의 주인공 조덕기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한 가족의 구성원이자 가장으로서 일상적인 삶과 그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이념적인 삶을 조화시키려 하는데, 작가는 이러한 그에게 커다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경우 그의 입장이란 가진 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일 뿐이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분명히 덕기는 우유부단한 인물이고, 어정쩡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병화와 같이 적극적인 투사로 살아야하는 것일까 덕기가 모든 재산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지 못했다고 해서 그가 가진 고민들은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면, 그것은 지나친 획일화이며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 아닐까 반면에 덕기가 어중간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등의 기득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결국 조덕기가 구세대와 신세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식민지와 독립 운동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사실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유지시키려는 노력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그는 그런 조화를 이룰 능력 자체도 없는 인물이었고, 그가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식민지 체제는 유지되고 있지 않았을까 이제 다시 처음의 문제 제기로 돌아가 보았다. 만약 나는 불의와 만날 때 어떻게 하였을까 그것도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시대적인 불의와 만났을 때 말이다. 과연 어정쩡하고 우유부단한 입장은 잘못이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