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을 읽고나서

경청을 읽고나서
제목이 좀 어렵다. 첫 몇 페이지를 들추다가 느낀 점이다. 경청은 듣는 문제만 중요한가 보는 것도 중요한데... 독자들이 여백의 메시지 보기가 좀 어렵다. 우선 내가 읽은 도서의 느낀 점을 말하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듣는 문제에 대해 적어 본다. 경청은 몸을 앞으로 쑥 내밀고 듣는 것이다. 경자(傾) 한문이 그렇게 보이질 않는가 상대의 등이 의자에 붙어 있는가, 또 떠있는가 를 먼저 확인하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 도서의 차례는 4악장과 앙코르로 구성된다. 소설 형태다. 3자가 보고 듣고 말하고, 왔다 갔다 한다. 등장 인물도 많고, 외국 영화처럼 이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도서 제목을 보면 경청에 대해 강조하려고 할 게 분명해 진다. 첫 장 전주곡엔 이 토벤과, 차장, 양 대리, 강 팀장, 안 부장, 이 상무 등 주요 등장 인물이 이 토벤 과장의 듣는 경향에 대해 살짝 언급한다. “회의에서 이루어는 이런 저런…(생략)

차있던 이 토벤이 회사에서 내린다. 이 토벤이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베토벤처럼 귀머거리가 이 토벤이 아닌가. 비꼬는 말이었다니! 음악을 좋하하는 글쓴이는 주인공 이름을 이렇게 지었나 보다. 개업식에 쓰려져 청각치료를 받는 일도 일어나고, 지난날 중요한 건강 검진시 아내의 말을 안 들은 일들이 생각나고, 동료들이 “이과장님은 왜 그리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으세요.” 전주곡 중에 아들 현이도 이 과장(아버지 이 토벤)의 고집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한 지난 날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일상생활속에 “알았어, 알았다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그러했다. 전주곡을 끝내고 소나타를 듣는다. 마음을 비우고 들어보자. 참된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해야만 채워질 수 있다. 받아들이는 준비를 해야 한다. “텅빈 구멍에서 음악소리가 나고 여명이 울려진다.”고 한다. 텅 빈 마음, 신앙 같기도 하다. 열개의 눈과 하나의 마음이 한문으로 청(廳)이라! 눈이 둘, 귀도 둘, 입은 하나인 이유, 많이 보고,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 이게 경청의 기본자세인가 철학과 음악은 한 곳에서 출발했는가 보다... 말하는 방법도 악기 제조를 통해 배움을 준다. 말하는 사람에게 되물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즉 공명이 아닐까
산속에서 소리를 찾아다니는 이 토벤, 소리를 찾아서 산을 헤맨다. 어느 날, 노인의 부축을 받는다. “태양의 소리, 달의 소리를 듣는다.”는 노인 심마니, 한번 기대해볼 만한 노인이다. 식물(植物)도 서로 말을 듣는데 하물며 인간이 말을 못 알아 듣는데서야. 노인의 말씀 중에 “ 이미 가지고 있는 고정된 생각을 버리게나, 이 잔이 쓸모가 있는 이유가 뭔가” 차를 권하면서 하는 말이다. “그것은 비워있기 때문일 걸세. 남의 말을 잘 들으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 밤은 낮에게, 낮은 밤에게 귀를 기울인다. 서로에게 귀를 기울인다. “모든 것은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듣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실이 입을 여는 법이라.”고 전해주고 있다. 이때 잠깐 산속에서 2일을 보내고 미뉴에트로 넘어간다. 치악산의 보물을 찾아 헤매는 그무엇도 궁금하고 아들 현이에게 줄 바이올린이 궁금하다. “나무의 소리를 들으려면 내가 나무가 되야 하는 거야!”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선 자연의 일부가 돼야 한다. ”
4악장으로 넘어간다. 피날레 (finale), 소제목이 상생(相生)이라. 뭔가 기대된다. 이젠, 이 토벤보다 『이청』이라는 이 토벤 동명이 탄생한다. 위계적 의사소통 방식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관료조직 속에서, 수직적 사고로 물들어 있다. 상층의 몇 사람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지휘하는 조직은 변화에 뒤질 수밖에 없고, 상부의 일방적 의사 결정이 위기를 초래하고들 있다. 내가 상층에 있다고 한들 않그러하겠나! 경청도 방법을 알아야 한다. 먼저 비워두고 상대를 인정하되 입을 열지 말고 귀만 열어 상대를 겸손하게 배려하면서 몸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책의 중심 단어다. 경청을 터득하자 말자 미국에서 바이올린 5천대의 반품이라는 팩스가 호프만에게서 온다. 이쯤, 이 토벤이 앞판을 완성할 쯤이다. 이 토벤은 응급실로 실려 가고 만다. 회사 대표가 호프만과 대화를 통해 실천에 옮긴다.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 아르비아 속담을 가르쳐 준다. 우리 공조직에서
“말하고 나면 회의가 끝난다.” “ 회의비용을 고시한다.” 쓰잘데기 없는 짓이다.
호프만과 회사 사장은 대화가 계속되고 연기(延期)로 일이 이어진다. 대화의 몰입(absorption)으로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다. 며칠후 회사 창립 20주년 기념 음악 연주회가 열리고, 이 토벤의 아버지(현이의 할어버지)가 나타나고 현이의 연주를 기다고 있다. “회사의 성공이 서로 존중하며 각자의 마음에 잇는 진솔된 소리에 기울이는 아름다운 경청이 회사를 살린다.”는 사장의 인사도 이어진다. 이 토벤은 현이의 연주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간다. 잠시후 아버지의 휴대폰을 통하여 현이의 연주를 듣는다. 이 토벤을 보낸 10년후 현이는 중간 중간에 써놓은 아버지의 편지를 잃고 은경이(이토벤 부인) 현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귀 기울이면(以聽)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得心).” 경청은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지혜는 이것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을 감고 들으면 잔다.” 고들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듣고 또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