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 원미동 사람들 독서신문 기사, 칼럼, 사설

김포 쌀 상회, 김포 슈퍼로 도약하다
김포슈퍼와 형제슈퍼 동맹체결!!!
... 싱싱 청과물의 개입으로 김포슈퍼와 형제슈퍼의 휴전 협정 중
경호네 vs 김반장
... 경호네와 김반장 사이에 몰아치는 피바람 ...
원미동, 그 곳의 작은 전쟁
어머니, 아주머니

김포 쌀 상회, 김포 슈퍼로 도약하다

지루한 연말을 보내던 원미동에 오랜만에 새로운 일이 생겨났다.
충청도 산골 마을에서 상경한 경호네가 품팔이로 번 돈을 모아 4년 전, 원미동에 낸 가게인‘김포 쌀 상회’가 비어있는 옆 칸을 헐어 가게를 확장하고,‘김포 슈퍼’로 가게명을 바꾼 것이다. 김포 쌀 상회는 원래 쌀과 연탄만을 취급해 왔었지만, 바뀐 상호에 걸맞게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 또한 판매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원미동 거리에서는 모처럼 보게 되는 사업 확장에, 이웃 주민들은 경호네 집에는 이제 운이 닿는 것이라며 앞다투어 그들의 성공을 빌고 있다.
OOO 기자

김포슈퍼와 형제슈퍼 동맹체결!!!

... 싱싱 청과물의 개입으로 김포슈퍼와 형제슈퍼의 휴전 협정 중 ...

요즘 바지 공장 다음 빈 점포에 싱싱 청과물이란 가게가 새로 입주했다. 하지만 그 가게는 과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부식 ‘일절’이라는 쪽지를 붙여놓고 부식 ‘일체’를 팔기 시작했다.
싱싱 청과물의 개업으로 인해 경호네와 김반장은 휴전협정을 맺어 두 집의 물건 값을 같게 하고, 저울 눈금도 서로 확실하게 하고 있다. 두 가게는 싱싱 청과물의 제거를 위해 단순…(생략)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항의 했지만, 김반장은 태연하게 나라의 허가를 받고 만든 가게이기 때문에 자신도 장사할 권리가 있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이 일로 인해 김포 슈퍼와 형제 슈퍼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가격경쟁에 들어섰다. 하지만 서로 더 싼 가격만을 강조하다보니 이익이 없는 장사, 즉 출혈 경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둘의 경쟁이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OOO 기자

원미동, 그 곳의 작은 전쟁
평화롭고 정내음이 가득한 원미동에 작은 사건, 어찌보면 큰 사건일지도 모르는 그런 일이 발생했다. 서로 다른 물품을 팔아왔던 두 슈퍼에게 싸움의 발단이 되는 일 하나가 생긴 것이다.
‘김포 슈퍼의 가게 확장’, 그것은 경쟁의 시작이며 갈등을 심화시켰다. 100m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김포?형제 슈퍼는 고객 확보 전쟁에 열심히 참여 하였고 주민들은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려 애를 썼다. 갈등이 심화 되었을 즈음,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을 알리듯 싱싱 청과물은 그렇게 갑작스레 등장한다. 두 슈퍼는 동맹을 맺고 싱싱 청과물에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두 슈퍼의 모진 질타 속에 싱싱 청과물은 원미동을 떠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세 슈퍼가 힘을 합쳐 하나의 가게를 차린다거나, 서로 타협해서 정가와 할인율을 정하는 등 그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이좋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은데, 굳이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이런 경쟁은 필요한 것일까. 상황에 맞는 슬기로운 대책과 대안을 마련하고, 보다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여 상호간의 존중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런 몰상식한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타협과 존중, 배려, 조화라는 글자처럼 더불어 사는 세상에선 서로가 서로에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OOO 사설

어머니, 아주머니

원미동에는 최근 들어 동네를 시끄럽게 한 경호네와 김반장 말고도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고흥댁이다. 동네의 환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있는 그녀는 소시민적 삶을 사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김포슈퍼와 형제슈퍼가 경쟁이 붙자,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얻기 위해 이미 산 비누를 물리고 다른 가게에서 다시 비누를 산다. 같은 가격에 콩나물을 조금 덜 받았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고흥댁은 노골적이고 이해 타산적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 속내를 남에게 다 털어 놓다가 핀잔을 듣기도 하는 솔직한 면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눈치껏 굴지 못하고 너무 표나게 굴어 비난을 받는 우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디 이뿐인가. 김포슈퍼와 형제슈퍼의 정상가격 환원에 아쉬워하거나 이웃에 알리지도 않고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고흥댁의 모습은 밉살스러우면서도 안타깝다. 이것이 대다수 소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고흥댁과는 다르지만, 또 소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 인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시내엄마다.
원미동에서 전파상을 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한밤에 애수어린 음악을 듣는 등의 낭만적인 면도 있고, 싱싱 청과물 사내를 쫓아내는 김반장의 악착스러운 모습에 질려하는 여린 면도 있다. 김반장네에서는 두부 한 모도 사지 않을 거라며 분개하거나 싱싱 청과물의 동정하는 말에서는 인정 많고 남을 걱정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시내엄마도 정작 자신이 경쟁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태도가 180도 바뀌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무리 평소에 착하게 살아도 자신의 생계가 달린 일에서는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 소시민적인 모습이다.
어떤이는 이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이는 생활고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모습이라며 이들을 동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흥댁이나 시내엄마 모두 우리와 우리주변의, 나의 어머니와 이웃집 아주머니의 모습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비난받아서도 동정 받아서도 안 된다. 이들을 향한 비난이나 동정은 결국 우리를 향한 비난이요, 동정이기 때문이다.
OOO 기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