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을 읽고 오발탄 7

오발탄
계리사 사무실 서기인 송철호는, 오늘도 점심을 굶었고, 퇴근 시간이 지나서야 허기진 배를 안고, 집이 있는 해방촌에 다다랐다.
집에서는 6.25때 폭격으로 정신 이상이 된 어머니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한이 맺혀 있고, 임신한 아내는 말을 잃어버린 듯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 저녁을 마친 뒤, 답답한 마음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집에 오니, 동생 영호가 와 있었다. 영호는 상이 군인이 되어 돌아온 뒤, 2년이 되도록 취직이 안 되어, 밤낮없이 맨날 친구들과 어울리기만 한다.
며칠 뒤, 철호는 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다가 경찰서에 호출을 받고 가보는데, 동생 영호가 권총 강도로 잡혀 와 있었다.
가난으로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의 신원 보증을 위해, 경찰서에 드나들던 철호는 이제 영호마저 경찰서를 드나들자, 앞이 막막해지는 느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뜻밖에 아내가 난산을 해…(생략)

소설을 읽다 보면 과연 `오발탄`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의문점이 온다. 내가 생각 하는 `오발탄`이라는 말은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송철호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하고, 정상적으로 살아가려는 삶의 자세와 양심적인 자세가 현실 상황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읽고 난 감상에 대해서 쓰자면 이 단편 소설은 1959년 10월 `현대문학`에 발표한 작품으로 6.25후의 암담한 현실이 리얼하게 부각된다. 생활고 때문에 아픈이도 뺄 수 없고, 나일론 양말을 사면 오래 신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싼 목 양말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계리사 사무실의 서기 송철호가 주인공이다. 그는 양심을 지켜 성실하게 살아야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믿어왔다.
거기에 비해 그의 동생은 그런 양심 따위는 약한 자가 공연히 자기의 약함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서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고 맞선다. 그는 상이 군인이 되어 돌아온 뒤 2년이 넘도록 취직도 못하고 정처 없이 유전하는 인생이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한 나머지 미쳐 버린 어머니, 웃음을 잃은 만삭의 아내, 가난으로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 영양실조로 누렇게 된 아이들이 한 가정을 구성한다.
어떻게 사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송철호는 어느 날 자기의 가야 할 방향을 알지 못한다.
살아가기는 가야만 하겠는데, 그리고 지금도 가고 있기는 가고 있는데 정작 자기가 가고 잇는 방향을 모르고 잇는 것이다.
이러한 절망 속에서 정신적이 지주를 잃은 불행한 인간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이 무리스러움 없이 묘사되어 있다.
`오발탄`에 이르러 작자는 전례 없이 날카로운 사회 고발을 해서 50년대의 불안을 종지부 찍을 만큼에 폭을 긋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마지막 장면에서 극적인 비감을 맛본다. 어째서 그토록 선량한 주인공이 감당할 수 없는 패배와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가 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