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을 읽고 나서 오발탄 6

오발탄
서대영
`오발탄`...... 실수로 잘못 쏘아진 탄환
아주 특별한 느낌이 오는 제목이다.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의 비극이 느껴진다.
전후의 비참한 사회 속에서 정신적 지표를 잃은 불행한 인간의 비극이다.
이 소설은 여러 환경, 열악한 환경에 찌는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자 맏아들 송철호의 이야기였다.
`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주인공 철호가 택시 안에서 혼자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철호는 과다 출혈로 쓰러져 가기만 한다.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수가 중얼거리는 소리이다.
아…(생략)

대로 `오발탄`인 것이다.
그 당시의 상황은 전쟁이 끝이 난지 얼마 안된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도 혼란한 상황이다.
그러기에 여기저기에서 법률이란 무시된 것이다.
그의 동생 영호 역시도 양심을 버리고, 법률을 지키지 않고 살려고 하지만 철호는 끝까지 자신의
양심을 끝까지 지킨다.
이런 점에서 철호의 충치는 철호의 양심과도 같은 것 같다.
동생의 권총 강도, 아내의 죽음 등 큰 일을 다 거치고 나서야 `치통`이 감지가 된다.
이는 철호를 근본적으로 짓누르고 있던 경제적인 고통인 것이다.
여러 일이 겹치면서 자기가 있어야 할 곳도 모른 채 그냥 그렇게 택시에 타고 있는 모습이 몹시도
쓸쓸하게 보이고 비참하게까지 느껴졌다.
이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가자` 라는 단어......
소설의 분위기를 암울하게 만드는 한 단어이다.
어머니가 계속해서 외치던 `가자`라는 외마디는 6.25전쟁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고 남으로 내려와
`해방촌` 이라는 곳에서 인간 이하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결국에는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이다.
만약 내가 송철호 같은 환경에서 산다면 그의 어머니보다 더 미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모든 비극이 6.25 전쟁으로 인하여 일어난 것이다.
6.25 전쟁이 이들 가족의 모든 것을 앗아 갔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가자` 라는 어머니의 외침을 들으니 글을 읽는 중간중간 이 소설을 읽는 나의
마음조차도 아파진다.
나조차도 그러니 바로 옆에서 매일 듣고 있을 그 사람들을 생각하니 정말로 안쓰럽고도 불쌍하다.
어머니의 끝없는 `가자` 라는 외침, 동생 영호의 술주정, 양공주가 되어 버린 여동생 명숙......
만약에 내가 이러한 환경 속에 있었더라면 나는 아마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오로지 철호가 불쌍하다는 것 밖에는 없다.
충치와 같은 양심을 버리지 못하고, 인간 이하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고, 가족들 마저도 미치거나,
잘못된 길을 걷고 있으니......
이 철호의 가정이 가난한 원인은 철호의 양심일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 영호는 양심을 손끝에 가시와도 같다고 한다.
철호는 지금 손끝에 가시와도 같은 그 양심을 빼 버리지 못하고 가난 속에서 방황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법률적 제도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만약에 내가 주인공 철호와 같은
1950년대에 살았더라면, 양심을 지키지 않았을 것 같다.
어차피 굶어 죽을 형편이라면, 영호의 말처럼 일단 무슨 일이든 해서라도 돈을 구했을 것이다.
양심이고, 윤리고, 관습이고, 법률이고 다 벗어 던지고......
어머니가 미치기 전에, 동생 명숙이 양공주가 되기 전에, 환도령이 내리기 전에 뒤틀렸어야 했을 것이다.
만약에 그랬더라면 철호의 식구들은 아마 지금과는 많이 틀려졌을 것이다.
식구들은 모두 자신에게 절망감만을 안겨 준다.
특히 `가자,가자` 라는 단어가 생리화된 어머니가 주는 절망감이 제일 컸다.
결구 마지막에는 철호도 택시 안 해서 어머니처럼 연신 `가자` 만을 외친다.
여기서 어머니의 `가자`와 철호의 `가자`는 무엇인가 에서 벗어나 어디로 가고 싶다는 의도는 같을지
몰라도 그의 어머니가 가자는 곳은 이북이라는 뚜렷한 방향을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하여, 철호의 가자는 곳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어디든 이 암울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가자는 것이다.
그만큼 철호는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이 아주 심했던 것이다.
처음 부분에서부터 손 끝에 묻어 있던 잉크가 물에 풀려 나가는 것을 철호의 자의식이 피라고 느끼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이 아주 심했기 때문에 푸른 잉크 조차도 자의식은 피라고 느끼는 것이다.
철호는 자신이 항상 피를 철철 흘리면 힘겹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볼 때 철호가 오발탄이 아닌, 그 당시 사회의 현실 자체가 오발탄이라고 생각된다.
6.25 전쟁으로 인하여 사회가 갈 곳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런 현실 속에서 사는 사람이 철호 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돈이 없어서 `해방촌`에 모여 사는 사람들......
마지막에 철호가 한꺼번에 어금니를 두개나 뽑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의 말을 무시한 채
결국에는 두 개의 어금니를 동시에 뽑아 버린 철호는 아마 이러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죽음이란 길을 택하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이러한 선택이 정말로 잘못되었다고, 미련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참으로 슬프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에, 그가 지금 죽는다면 자신은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 죽는다면 남은 가족은 누가 보살펴 줄 것인가?
이 불쌍한 오발탄과도 같은 철호의 장례를 누가 치를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철호의 죽음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다.
목적지 없는 목적지를 향해가는 이 오발탄처럼 나도 목적지가 없는 오발탄처럼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연 나의 목적지는 어디 인지... 목적지를 찾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오발탄...
이런 생각을 하니 나 또한 오발탄 같은 인생인 것 같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그런...... 어디론가 가야긴 가야 하는 그러한 오발탄......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난다.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영호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철호처럼은 되지 않겠다는 생각도 하고......
불과 50년의 차이지만 지금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리고 잠시나마 나를 50여 년 전의 비극적인 장소로 데리고 가서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고통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인간의 고뇌를 깨닫게 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