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 독후감 〉
용기있는 열일곱살
_ 짜장면을 읽고
난 아직 세상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 게다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 손에 노랑머리의 양파 냄새처럼 뭔가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내 머릿속에 든 게 많은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이 세상을 마지못해 살아가고 있는 고등학생일 뿐이다.
염색한 노랑머리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반항을 드러낸 것일지 아니면 세상이 자신을 알 수 있게 한 수단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탄다거나 집을 나갔던 그의 선택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열 일곱 살에 집이라는 곳에서 도망도 가보았고, 짜장면을 싣고 날아다녔으며, 단무지도 썰어보고, 여자 애를 뒤에 태우고 폭주까지 해보면서 얻었을 많은 것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그것들 때문에 노랑 꽁지 머리의 인생은 열…(생략)

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랑 꽁지 머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바보만은 아니었나 보다. 만리장성과 나이아가라 사이를 배달을 하러 날아다니면서 정말 그 넓은 세상을 겪어 본 것처럼 세상을 넓게 볼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참 단순해 보였던 ‘짜장면’ 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읽게 했고 많은 것을 얻게 했다. 마치 내가 열 일곱을 지내고 나면 알게 될지도 모를 하나 하나가 꽉 차 있지 않은 책장을 메우고 있는 것처럼. 노랑 꽁지 머리는 짜장면을 배달하면서 단무지를 써는 법이나 양파를 까는 법을 배웠겠지만 그것보다 큰 열 일곱 살을 배웠다. 그는 용기가 없었지만 마침내 용기를 냈다. 자신 때문에 아버지에게 맞는 엄마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용기 없는 열일곱 살의 소년이었지만 자신의 열일곱이 가장 찬란했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물론 어른이 되는 법은 매우 단조롭고 재미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토바이 사고가 났는데도 다시 살아난 것처럼 기적 같은 일은 나에게는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열일곱 살도 겪어보지 못한 어린 아이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무턱대고 어른이 되는 방법을 찾진 않을 것이며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내 인생을 빛나게 만들어 보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