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를 읽고 소설 황진이를 읽고

소설 황진이를 읽고
황진이를 보는 이는 갖가지 감정선들이 겹치고 얼룩져 절로 답답증을 느낀다. 그것은 뭐라고 할까.. .한 인간의 빼어난 인물과 재능에 대한 선망과 부러움 때문이라기 보다는, 너무나 홀로 정정하게 억압된 세상을 감내하며 살아내는 모습 때문이다. 송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기생 황진이. 여러 작가에 의해 서로 다른 각도로 해석되고 소설화 되었던 황진이가 소설가 전경린에 의해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되었다는데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연산군시절, 왕의 노리개가 되기 싫어서 자신의 눈을 실명하게 만든 진현학금, 그리고, 황진사와의 사랑의 결실로 `진`이 태어났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황진사의 집에서 나와 기생의 길로 들어선 `진`은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인지, 기생으로서의 명성을 송도는 물론 전국에 떨치게 된다.
서자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고, 불교에 대한 국가적인 핍박이 있던 시대에…(생략)

`황진이`는 그 표지만큼이나 붉은 매력으로 오랫만에 단숨에 밤을 새워 읽게 만든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여러차례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황진이이지만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손에 의해 탄생한 황진이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상사병으로 사내를 심장이 말라붙어 죽게 하고, 도량 높은 스님을 파계케 하는 마력과 같은 매력을 지녔지만 전형적인 팜므파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남성을 파괴시켜 남성중심사회를 조롱하는 팜므파탈 대신,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극단으로 내몰아 자신의 삶을 완성함으로 유교사상의 사회에 저항한 그녀를 진정한 페미니스트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야사와 야담에 등장하지만 정사에 기록되 있지 않아 실존을 의심받는 그녀에 대해 작가는 `집단 무의식을 통해 상상해낸 동경의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말로 운을 뗀다. 과연 이런 드라마틱한 삶이 실제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답할 수 없기에 작가의 펜끝에서 탄생한 그녀는 신비로움을 머금어 책을 읽는 것 만으로 그녀를 동경하게 했다.
요사이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가 조선시대를 살면서 그 시대를 앞서간 남성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이순신 장군의 삶을 노래했다면, 전경린의 `황진이`는 그에 대응하는 여성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황진이를 노래한다. 역사가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풀어 새롭게 창조한 작가의 수고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