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를 읽고 황진이독후감 황진이독서감상문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한국문학과 미디어`라는 과목의 조별발표를 위해서였다. 두 권이나 되는 역사 "장편" 소설이라 굉장히 부담감을 갖고 읽었다. 내가 계산적인지는 몰라도, 한 권당 p350이었고, 두 권을 합하면 p700. 안 그래도 역사만 생각하면 젬병이었는데, 읽기 어려울 것 같은 책의 양까지 겹치니 기분이 언짢은 상태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 또, 생소한 북한어들 때문에 읽는데 지장이 많았다. 책 뒷 편의 부록을 장식해 준 문학평론가도 황진이라는 소설은 꼼꼼히 읽는데 2~3개월이 걸렸다고 하는데, `내가 읽기에 벅찬 것은 당연하다` 라고 생각하고 읽어갔다.?
북한소설치고는 굉장히 야하다. 조선 하층민들의 질펀한 수다는 일상사라 쳐도, 조선시대 상층인 양반사대부까지 음담패설을 논하니, 소설 전체가 굉장히 찐득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설적으로 성적인 묘사를 하는 부분은 없다. 관계를 논하는 부분도 없다(놈이와 황진이의 초문 …(생략)

드로 끝이 났다.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 드는 생각이지만, 작가가 서경덕의 에피소드까지 추스리기에는 능력이 덜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작가를 무시해서 하는 생각이 아니다. 소설 속에는 새로운 인물인 `놈이`가 등장하는데, 그는 역사 기록상 등장한 적이 없는 소설 속의 허구인물이다. 황진이의 예인으로서의 면모, 기생으로써의 삶, 허례의식에 가득 찬 사대부들을 향한 비판, 조선시대 계층차별에 대한 억울함…등 `기생 황진이`뿐 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진부한 이야기들로써 소설을 이어가기에는 벅찬 내용이 많았다. 조정래라던가 최명희처럼 열 권을 넘게 책을 쓰는 "진짜"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면 서경덕의 이야기까지 넣는 것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소설 속에서 나는 황진이 보다 주변인물에 관해 더 큰?재미를 받았다. 마방집에서의 째째한 수다들과 그에 동조하는 동네 주민들은 정말 우스갯소리 한 두 마디도 한 동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만큼 유머러스했으며, 소설을 읽어가는 데 속도감을 붙게 만들기도 했다(어려운 북한 어휘는 찾아보지 않고 금방금방 넘겨 읽느라 빨리 읽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진부할 적에는 굉장히 진부했으며, 활발할 때에는 정말 지나칠 정도로 활발했다. 그들의 생동감 있는 어휘사용과 적절한 속담인용은 동네 계모임에서 남편의 뒷 통수를 열심히 긁는 아줌마들과 흡사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시대는 흘렀어도 한 나라의 평민의 보편성은 존재한다고 생각 되었다. 아무리 허구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소설이라지만, 현대 현실과 비교했을 때 흡사성을 띠게 되면 그와 동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소설에서 황진이는 딱 잘라서 예쁘다고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몸종인 이금이가 더 예쁘다 표현된다(여기서 황진이 소설의 성적인 묘사도 짙게 나온다. 가슴이 어쨌다는 둥?). 황진이가 예쁘다고 묘사될 때는 울 때, 웃을 때,?반항할 때 등 얼굴에 그녀의 성격이 도드라지게 나타날 때 이다. 읽으면서 자못 느꼈다. 평소에 예쁜 건 소용없을 거란 생각? 자신의 성격이 남들에게 어떻게 도드라지게 느껴지냐에 따라 평가되는 것인데, `황진이는 언제든지 예쁠 것 이다`라는 외모지상주의에 찌들은 내 모습이 투명하게 보이는 대목이었다. 황진이를 실제로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방집에서의 황진이의 모습은 거의 `후광녀` 스러웠으니까.?
　　　황진이에 대한 언급은 역사적으로 별로 없다. 허균의 ‘성옹지소록’이라던지, 황진이의 주변인물을 기준으로 몇 자 적힌 것이 역사 기록의 전부이다. 황진이가 워낙 거물급의 양반들만 만나서 그런 것 같다. 왕실 종친 벽계수 낙마사건도 그러하거니와, 30년 수련 지족거사의 좌계, 송도삼절(박연폭포·명월 황진이·화담 서경덕)로 유명한 서경덕의 이야기 또한 황진이가 언급된 기록 중 하나이다. 그녀는 신사임당 허난설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류시인인데도 불구하고 한시와 시조는 각각 6~7개 밖에 전해지지 않는다.?일제 때의 잔재로써 폐기처분 되었다는 전문가들의 가설도 있다. 어쨌든 황진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이 얼마 없었기에 큰 재미를 주지 않았나 싶다. 서울에 잠시 살다 북쪽으로 올라오게 된 홍석영 작가의 특별함 때문인지 `남한어+북한어의 혼합`은 남북한 모두에게 득이 되는 문학적 이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고. 그래서 만해문학상을 받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