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과 멸을 읽고나서 환과 멸

< 환과 멸 >
이 소설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이 책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비슷한 것 같다. 기운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환과 멸이라는 단어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 소설에서는 쌍둥이라는 소재를 조금은 색다르게 풀어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엄마의 배 속에서 한 사람의 아이가 자라나면서 우리는 그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그 아이에게 가족의 모든 사랑이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들이 태어나기를 너무나 바라고 있던 상황에서 딸 쌍둥이가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둘 중에 한 아이를 남자 아이처럼 키우고 싶어 한다. 아마도 자신들이 가지고 싶어 했던 것들을 가지지 못 하면 다른 것으로나마 한 부분을 채우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아이처럼 키워진 아이는 그냥 말없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따르게 된다. 자…(생략)

의 모습을 보면서 그 불안감에 나도 빠져들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꿈이라는 모습을 두려워한다. 많은 작가들이나 영화감독들이 꿈이라는 소재를 이용하는 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음과 동시에 동생의 탄생부터 그녀가 지닌 고뇌와 그녀의 자살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자신의 몸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의 생성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이런 구조는 글을 읽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무언가를 보이기 위함은 아닐지라도 생각의 폭이나 상황을 더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사람은 세상에 홀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누군가와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체적인 모습을 확고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다는 것을 우리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남존여비의 사상이 팽배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