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의 마지막 연인을 읽고 하치의마지막연인

「하치의 마지막 연인」은 젊은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그 아름다움은 `찬란하다`라고 거창하게 표현될 정도의 것은 아니지만 평범하고 단조로운 삶 속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열대 지방에서 파는 붉은색의 바나나 꽃을 좋아해 `바나나`라는 필명을 쓰게 되었다는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는 자신의 글이 국적, 성별을 넘어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을 것이라 예감했던 것일까? 출처를 알수 없는 바나나라는 필명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진 이름이 되었다. 바나나 소설의 특징은 이렇다 할 사건이 없다는 것이다. 삶에 큰 풍파를 일으킬 사건이 불현듯 찾아 온다 던가, 그런일이 있을 것임을 직감하게 만드는 복선 구조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아주 소소하고 일상적인,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것은 바로 `슬픔`이다. 자신의 주변에 이런 아픔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글을 쓴다라고 `…(생략)

지어 버리는 그 집단을 지독하게 싫어 했지만 할머니 만큼 신뢰했다. 할머니 역시 그 집단을 바보로 여겼을지 모르지만 마오 만큼은 좋아했다. 할머니는 마오에게 유언을 남겼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될 것, 그리고 그림을 그릴 것` 그 유언은 어느 순간에 마오를 찾아오고, 돌파구가 되어 준다. 하치 역시 비범한 배경의 소유자로 속세에서 살수있는 일년 남짓의 시간을 마오와 함께 한다. 하치의 옛 애인인 `엄마`, 하치 그리고 마오 셋은 미묘한 삼각 관계지만 마오와 `엄마`는 하치를 사이에 두고 싸우기 보다는 서로를 끌어 안는것을 택한다. 하치 못지 않게 `엄마`를 좋아하는 마오는 `엄마를 울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떠나지만 곧 `엄마`의 죽음, 하치와의 재회를 통해 그렇게 하치와의 마지막 일년을 함께 하게 된다. 시한부 사랑, 그들은 그 사랑에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온통 솔직하고 드러내고 끌어 안을 수 있는 것이고, 상대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따위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함께 명상, 요가, 그리고 마오에게는 그림 이런 것들을 통해 둘은 누구보다 깊은 마음을 나누고 진정한 `함께`가 될수 있는 것이다. 나는 둘의 이별에, 마지막 연인이라는 운명에 거부하고 싶었다. 혼자 남겨진 것에 대한 마오의 태도, 익지 않은 바나나를 억지로 익히기 보다 실연에 대해 그대로 방치하고 아파하는 것. 울고 원망하고 찾으러 가겠다 다짐 하지만 아침이 되면 이성을 되찾게 되는 것. 그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아프면 아파하고 조그만 추억에도 그리움에 내맡긴 채 길거리에서 울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상대방도 이렇게 자신처럼 아픈 와중에 자신의 시간에 삶을 새겨 넣고 있을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이, 잊쳐져 가겠지만 잊지 않는 것, 그런 태도야 말로 세대에 공감을 자아 내는 요소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문화를 넘어 공통 분모를 만들어 세계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이 바나나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