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을 읽고

『태백산맥』을 읽고
2004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태백산맥』이란 책을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지 막막했다. 단 답형인 단순한 책만 읽은 나로서는 옳고 그름이 없고, 선과 악이 없는 내용의 책을 읽고 생각하라는 것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인지 생각을 정리하기도 힘들고 한자, 한자 써 내려가기가 고통스러웠다. 처음 연필을 잡고 내려놓은 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 후 연필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 2004년의 눈으로 보는 『태백산맥』이 펼쳐진다.
『태백산맥』을 읽게 되면 전부다 잔잔히 전해져 오는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 또한 『태백산맥』을 읽고 난 후 그 감동 때문에 바로 연필을 잡을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받아왔던 반공일색의 관념에서 탈피하여 순수한 일념으로 온몸을 바치어 사라져 갔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넋과 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동…(생략)

역사는 이 시대를 나타내는 증거이자, 결과이다. 『태백산맥』은 우리의 역사이다. 사람들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던 옛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시대는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 일뿐 속살은 변한 것 하나 없다. 80%의 시민이 이끌어 가는 민주주의가 아닌 20%의 피비린내 나는 비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옳은 것 마냥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우리를 세뇌시키려 한다. 지금 이 시대는 『태백산맥』에서 그려지는 시대와 다를 것 하나 없다. 평화와 민주주의가 숨쉬는 대한민국을 아무리 외쳐봐도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역사는 현재를 나타내듯 『태백산맥』의 내용은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는 말이다. 좌익 세력과 우익 세력이 피 튀기는 전쟁을 했듯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당파싸움이 성황하고 있다. 같은 민족끼리 서로 때리고, 죽이고 하는 싸움은 이제 그쳐야 한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려 하지 않고 다시 되풀이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듯 『태백산맥』은 우리가 잊고 있는 과거를 되새겨 주었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지나간 과거를 탓할 수도 벌할 수도 없다. 우리는 서로의 과거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현실과 자각의 문제이다. 남한, 북한 이 두 나라는 한 나라이다. 우리 몸에는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 왜놈과 양키로 인해 우리의 역사가 왜곡되었더라도 우리는 현실을 자각하여 왜곡 된 역사를 수정하고, 받아 드려야 한다. 우리는 한민족 싸워야 했던 선택하여야만 했던 것은 우리의 뜻이 아닌 약하기만 했던 대한민국의 처지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것은 20%의 지배층이 아닌 80% 피지배층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이끌리기만을 바라는 것은 『태백산맥』의 시대에 순종하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 시민인 우리가 나서야 이 땅의 새로운 민주주의와 자유를 불러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의 민주화 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80` 광주민중항쟁이 대표적인 예이다. 80년 광주에서는 새로운 민주화를 일으키기 위한 거센 파도와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 때 광주 시민은 모두 하나였으며 그 협동심으로 무력에 지배당하지 않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보여준 바 있다. 우리의 몸 속에는 이와 같은 무한한 잠재력이 숨어 있다. 이것을 이끌어 내는 것 그것이 『태백산맥』을 읽은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