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부활을 읽고나서 부활

<상당히 매력적인 그와의 세 번째 만남>
부활을 읽고
톨스토이의 글은 깊은 강 같다. 단편선을 읽었을 때도, 안나 카레리나, 부활을 읽었을 때 모두 같은 느낌이었다. 각각의 작품을 단순히 뭐라고 정의 내릴 수 없다. 그의 글 안에는 인생이 있고, 철학이 있고, 러시아가 있다. 그의 신앙심이 살아 숨쉬고있다. 처음 단편선을 접했을 때는 마치 성경책을 읽는 것 같았다. 집안 환경 상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가운데 자라났던 나는 그에게 거부감이 들었다. 그의 문학의 근원은 신앙이자 종착점도 신앙인 것 같았다. 이때부터 나는 톨스토이에게 종교적 거부감을 느꼈었다.
이런 인식 속에 부활을 읽었다. 처음 삐딱하게 시작했던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을 보면 톨스토이 그에게는 사람을 자신의 글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읽는 동안 너무 빠져든 나머지 내 어깨에 근육통을 선사해준 부활…(생략)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부활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섬세한 심리 묘사 역시 카츄사와 네흘류도프를 한층 인간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네흘류도프가 처음 카츄사를 만났을 때, 시간이 흐른 뒤 법정에서 그녀를 재회한 순간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었던 것 같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의 시작, 사랑의 변질.. 그 속에서의 두 남녀의 마음 속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법정에서 카츄사를 다시 만나고 그가 느낀 감정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지난 잘못이 생각나 부끄럽고, 상대방을 만난 반가움과 안타까움, 두려움.. 그가 느낀 감정은 나도 이미 한번은 느껴본 감정이었다.
난 러시아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직 우리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 내가 어떻게 러시아를 잘 알겠나? 러시아는 나에게 있어서 ‘추운 나라, 보드카, 구소련’ 이것이었다. 하지만 《부활》을 읽으면서 러시아의 근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무렵의 러시아, 책을 덮을 즈음에는 낯선 곳이 아니었다.
남녀의 사랑과 인간의 순수의 회복, 현실에 대한 비판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소설은 어느 한 편에 치우쳐있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었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순수를 지킬 수 있을까? 나 또한 한 사람을 인간적으로 부활시킬 수 있을까? 두 사람이 걸어간 길이 마음속에 그려져 있다. 나도 다른 사람을 순수로 이끌 수 있는 멋진 길을 하나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