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토지’를 읽고..
예전에 학교도서실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던 중 우연히 ‘토지’라는 소설을 보게 되었다. 권수도 상당히 많은데 대하소설이라는 말까지 적혀있어 차마 읽어볼 엄두가 나지를 않던 책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도서부담당선생님께서 내게 이 책을 권해주신 적이 있어,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 책을 잘 읽는 편도 아니고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이런 분량의 대하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조금 힘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틈틈이 생각날 때 마다 들여다봐서 자연스럽게 기억이 연결되지도 않도록 이 책을 읽는 것에도 상당한 기한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이런 종류의 글을 그리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나는 특히 허준이나 상도같은 책들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었었는데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읽을 때는 분위기가 비슷해 읽을 맛이 났던 것이다.
책을 정리하다가 어쩌다 몇 번 봐서 그런 탓도 있겠지…(생략)

다른 씨를 얻어 최치수를 죽인후 자신의 몸의 씨를 내세워서 집안의 대를 이으려는 속셈을 꾸미게 된다. 그리하여 귀녀는 김평산으로 하여금 최치수를 죽이게 한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에 의혹을 가진 윤씨 부인은 침모 봉순네의 귀띔으로 귀녀의 자백을 받아 내고, 김평산과 칠성은 함께 죽음으로써 죄값을 치르게 되는데,이 때 김평산에게 최치수의 살해를 은연중에 시사한 조준구라는 사람이 있다. 그 자는 이제와서야 최씨집안의 재산을 노린다. 그러던 중에 콜레라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그는 최씨집안을 차지하게 된다. 나는 특히나 이런 교모하고 약은 조준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뒤에서 조종만하다가 나중에 이익을 챙기는 이런 얍삽한 조준구의 행동에서 나는 이상하라면 이상하겠지만 일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야비한 조준구의 행동이 나는 왠지 일본과 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난 특히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꽤 강한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오 그리 현명한 일도 아니겠지만 이도 민족의 한이라면 한이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일제시대때 일본이 했던 수많은 만행들 ( 남경 대학살 이라거나 동경 대지진의 조선인 학살 등)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에 한이 서리는 것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 일본의 태도, 자신들이 최고라는 그 태도( 조선 땅에서 장사를 하는 일본인이 아이에게 돈을 받고도 눈깔사탕을 아이와 부딪치지 않도록 하며 줄 때, 정말 한이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를 생각하면 나는 일본이 좋아질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이 책 내용 중 거의 첫 부분만 기억이 남아있는 이유 때문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라면 2부에서 최씨집안의 유일한 핏줄인 서희가 재산을 조준구에게 빼앗기고 가문을 되찾으려는 일념을 불태우며 간도로 넘어가는 장면일 것이다. 그녀는 재산을 빼앗긴 한을 불태우며 윤씨 부인이 남긴 재물을 자본으로 길상과 공 노인의 도움을 얻어 두류와 토지 거래에 성공하여 거부가 된다. 그녀는 돈을 어떻게든 벌겠다는 일념 때문에 그녀의 아버지의 친구인 이동진의 군자금 요청을 거부하고 친일적인 운흥사 공사에는 기부금을 내는 등 공공연한 친일 행위도 불사한다. 나는 얼핏 그녀의 모습에서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 불타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는 냉철한 독립투사의 이미지를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신념과는 어긋날지라도 친일행위를 서슴치 않는 모습에서 그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움과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나중에 서희가 거상이 되어 타락한 조준구에게서 땅문서를 돌려받은 것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그 부분에서 그토록 한이 맺혀있던 서희의 한이 풀렸다는 생각에 나조차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왜냐면 그녀의 한은 꼭 우리나라의 한과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땅을 억울하게 뺏겨 때로는 비굴해야만 했던 그녀의 생활. 생각해 보면 억울하게 일본에게 조국을 뺏겨 억압받았던 우리 민족의 한가 더 없이 닮은 것이었다.

조금 오래전에 읽었고 또 조금씩 쉬엄쉬엄 읽었던 책이라 그런지 조금은 잊혀져간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한권의 소설은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되어 지고는 있다지만 나 자신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시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다만 내가 이 책을 덮고도 마지막으로 새기고 싶은게 있다면 그것은 우리 한민족의 의지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재산을 뺏겨 버린 서희는 그녀의 강한 의지와 한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 자신의 집안의 재산과 토지를 다시 탈환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광복도 사실은 원자폭탄보다는 우리나라의 강한 의지와 한에 의해서 이루어 졌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분량이 많아서 다시 볼 엄두도 안 나는 책이지만..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저번처럼 대충읽은게 아닌 진지하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