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기념일 일반 독후감 첫 번째 기념일

< 첫 번째 기념일 >
편혜영은 현대인의 삶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이 소설에도 택배 배달원, 홈쇼핑, 아파트에 홀로 거주하는 여자, 리모델링 하는 아파트의 모습 등을 등장시키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잘 엮어 나가고 있다. 밖을 돌아다니면서 하는 쇼핑 보다는 집 안 공간에서 쇼핑을 하는 여자. 그 여자의 모든 일상생활 용품은 그를 통해서 전달된다. 과거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일 것이다.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이 정도로 커질 줄 과연 누가 알았을 것인가. 그러면서 내 삶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나의 삶에서 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 것인가. 여기서 타인은 우선 가족을 제외한 이들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친구’의 존재일 것이다. 그들과는 정신적인 교감을 나눌 뿐이고, 한 편으로는 나와 너무나 다른 곳에 있는 상관없는 존재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생략)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타인의 기억에 나의 기억을 집어넣는 행위와 동일하다. 그는 매주 한 번씩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진관을 하는 친구에게 가서 증명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사진 뒤에 날짜를 적어두고, 그만의 기념일을 만든다. 그에게는 특별한 기념일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는 그에게 사진을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묻는다. 그는 그저 찍는 것이라고 말 한다. 그렇지만 실상 그 사진은 매일 저녁 그의 이력서에 붙여지는 사진이다. 어디에 제출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이력서는 아니다. 그저 매일의 기록, 그에게 있어 이력서는 일기에 불과한 것이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한 장의 이력서에 나를 보여 줄 수 있고, 내 삶의 모든 것이 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인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보여 지는 것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지만 온전한 나를 보여주는데 필요한 것이 종이 한 장이라는 사실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삶에서 작은 희망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그에게는 증명사진을 찍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을 통해서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이런 생각에 빠진다. 그는 그녀와 겨우 연락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일 하는 곳에 간다. 그 곳은 놀이공원이다. 문든 놀이공원이라는 장소가 참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나의 동심을 사수 할 수 있는 공간이 놀이공원이 아닌가라는 생각 말이다. 그는 이런 장소에서 특별한 만남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온 물건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문득 소설을 읽는 마지막에 나와 우연히 스쳐간 사람들의 모습을 떠 올려 본다. 특별히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서 꽤나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내가 삶에서 진정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해 나가게 될 일은 무엇일까. 세상이라는 공간 안에서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