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을 읽고나서 채근담

홍자성-채근담
2학년 2학기 첫 수행평가로 우리는 또 다시 독후감을 써야 했다. 이번에도 권장도서목록 중에서 한 권의 책을 고르느라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그냥 비문학영역의 책으로 독후감을 쓰기로 했다. 1학년 때부터 문학영역의 책으로 독후감 쓰기 보다는 비문학영역의 책으로 독후감을 쓰는 것이 그냥 나에게는 더 쉽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독후감을 쓸 책을 고른 후에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었다. 빠른 아이들이 먼저 손수 쳐서 권장도서목록의 거의 모든 책들을 빌려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도서관이 아닌 보성공공도서관에서 빌려야 했다. 이 책 한 권을 빌리기 위하여 도서 대줄 증을 만들어야 했다. 결국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 내가 빌리게 된 책은 홍자성의 ‘채근담’이었다. 1학년 때에 비해서 2학년 권장도서목록에서의 비문학영역의 책들은 내가 읽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러…(생략)

도교도 가미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요컨대 동양적 인간학을 말한 것이며, 제목인 `채근`은 송나라 왕신민의 《소학》〈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에서 따온 것이다.’라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나와 있다. 나는 이런 사전 조사를 마치고 채근담을 읽기 시작했다.
총 343페이지로 이루어진 이 책의 구성은 주로 벼슬한 다음, 사람들과 사귀고 직무를 처리하며 임기응변하는 사관보신의 길을 말한 222조의 전집과, 주로 은퇴 후에 산림에 한거하는 즐거움을 말한 134조의 후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좋은 글귀 중에 읽으면서 내 기억 속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말귀는 전집 5조이다. ‘귀에 거슬리는 충고더라도 항상 들을 줄 알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이더라도 항상 간직한다면, 이것으로 덕을 증진시키고 행동을 닦는 숫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들리는 말마다 귀를 즐겁게 하고 하는 일마다 자신의 마음에만 맞게 잘 된다면, 이것은 자신의 일생을 짐새의 독 속에 파묻는 것이다.’이 글은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우리 말 속담과 뜻이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는 위에 글귀처럼 살지 못한다. 이 세상 그 누구더라도 자신이 잘못을 했더라고 그에 대해 타인에게 충고를 받고, 미운 소리를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충고를 받아들여야 다음부터는 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가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이 자신에게 충고를 해주면 기분이 나빠도 겉으로는 웃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그 타인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다 타인이 해준 경고는 송두리 째 까맣게 잊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이 책의 글귀처럼 마음가짐과 행동을 한다면 사람 사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도 큰 향상을 이룰 것이다.
채근담은 이 내용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좋은 내용들이 있다. 글귀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읽는다면 이 책을 다 읽은 후 큰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깨달음을 얻는 것과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에게는 아직 주어진 시간이 꽤 있다. 그러니까 깨달음을 얻고 천천히 실천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지금에 나와는 다른 훨씬 향상된 모습의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