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을 읽고

『중용』을 읽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흔히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도 아는 것도 없었다. 선생님들이 고전에 관련한 도서 목록을 추천해 주셨지만,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처럼 여겼다. 재미있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딱딱하고 아무런 쓸모도 없는 책을 읽어 무엇한 단 말인지, 모두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특기 적성 교육에서, 밀려서 `철학 고전 탐구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한시간 두 시간 참석하게 되었다.
`철학 고전 탐구반`에서는 유교 경전과 도교 및 불교 경전 중에서 핵심이 되는 책들을 읽고 토론하였다. 나는 처음 몇 시간은 매우 괴로웠다. 책의 내용이 너무 딱딱하고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님의 설명을 따라 하나하나 해석하다 보니 묘한 재미가 …(생략)

먹어야 할 때 안먹지는 않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중도에 어긋나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온통 중도에 맞지 않는 것들뿐이다. 공자님께서는 성인도 지극한 중용에 가서는 지키기 어렵다고 했지만 나는 너무한 것 같다. 『중용』을 읽었으니 할 때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때 하지 않는 절도를 가져야겠다.
『중용』을 읽다보면 공자님의 말씀이 많이 나온다. 말씀 중에는 금방 이해가 되지 않는 어려운 부분도 있고, 아리송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자기에게 베풀어짐을 바라지 않는 것을 또한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는 구절은 금방 이해가 되었다. 이 구절은 윤리 시간에 배운 구절이기도 하여 반갑기까지 하였다. 윤리 시간에는 한 구절만 떼어내서 익혔던 것을 원전 속에서 직접 접하니 마음에 생생하게 와 닿았다. 나는 이 구절을 `기소불욕(己所不欲)이면 물시어인(勿施於人)이라`는 구절로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남이 있을 때나 볼 때에는 열심히 잘 하는 척 하다가 혼자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청소를 할 때에 선생님께서 계시면 서로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선생님께서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시면 서로 미루기에 바쁘다. 나만이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꾸 주위를 의식하게 되어 마음이 약해진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가 있거나 없거나,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를 상관하지 않고 자기가 맡은 것, 자기가 해야 될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용』의 사상이 아닌가 싶다. 속과 겉이 똑같은 토마토처럼, 중용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속과 겉이 다르지 않으니 서로를 믿을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하고, 각자가 맡은 바 일에 성실하니 속이 꽉 차 실속이 있으니 얼마나 좋을 것인가. 특히 불신이 극도로 심한 우리 사회에 중용의 정신은 꼭 필요한 것 같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겉과 속이 달라, 국민들은 정치인을 불신하고, 개인은 개인대로, 집단은 집단대로 서로를 믿지 못하여 싸움을 일삼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정치인이 정직하고,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겉으로 드러낸 그대로 속마음이 똑 같아 믿음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나나 내 주변을 보면 대충대충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경우는 적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자율 학습을 할 때에 거의 모든 학생이 자기의 본분인 공부는 안하고, 멍하니 있거나 자거나 만화를 그린다.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태도로 어떻게 중용의 정신이 충만하고 믿음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요즘 나는 친구들에게 고전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고전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중용』을 읽고 나 자신과 사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전에도 나나 사회를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중용』이라는 책은 좀 특별했다. 읽을 때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읽은 탓인 것 같다. 군자의 도를 학생인 나의 도로 연관지어 읽어 갔다. 지금 내 마음은 차분하지만 바른 생활에 대한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