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 책은 생각보다 어렵게 구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인천에서 공수해온 책이다. 그만큼 꼭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전에 읽었던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라는 책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읽고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책도 한 몫을 했다. 이 두 책은 내가 알고있던 감옥과 그 안에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꿔 놓았고, 한편으로는 연민으로도 느껴지게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비 문학이라 읽기에는 조금 힘이 들지라도 읽은 후의 여운이 기대되는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새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묵혀놓았던지 떼가 묻은 겉 표지를 보았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증오에서 사랑으로 승화하는 인간존엄성의 승리선언.’ 왠지 너무 거창한 듯한 느낌이 받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저자인 빅터 플랭클의 나치 치하…(생략)

금만 힘들어도 나를 피해버리는 나를 느끼자 조금 섬뜩했다. 그러자 바로 ‘나는 살아야돼’라는 약간은 엉뚱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한 후부터 쉽게 말하는 ‘이러다 죽겠어.’라는 말 조차에 깜짝 깜짝 놀라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어떤 이의 간단한 선택이 수용소 생활의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게 했다. 빅터 프랭클이 ‘태헤란의 죽음’에서 한 이야기처럼 인간의 선택은 간단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삶과 죽음까지도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나도 한때는 판사가 꿈이기도 했었다. 돈도 많이 벌고 굉장히 명예롭고 인정받는 직업이었고 멋지다는 느낌을 받아서였을 것이다. 그러다 이 직업을 포기하게 되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혹시 모를 잘못된 선택이었다. 내가 판사라면 내 선택 하나에 범죄자 혹은 범죄자가 아닐지도 모르는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부담감. 그런 이유에서였는데 이 부분을 떠올리며 다시금 떠올랐다. 난 내 선택에 어떤 사람의 죽음까지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늘 이렇게 내 선택을 받아들여서는 안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한번의 선택 뒤에는 그것에 순응해야 한다. 그래도 판사는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어버렸다.
이것말고도 내가 이 책에서 새로 받아들인 것이 바로 운명론이다. 늘 난 운명은 믿지 않는 편이었다. 꼭 이유는 없었지만 운명이란 말이 괜히 핑계를 위해 쓰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조금 다른 운명론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운명에 따른 고통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받아들이는 방법에 차이를 두었다. 보람의 고통과 인정하지 못하는 고통으로 나누었다. 그러면서 운명의 순응과 그 운명이 주는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고 그 고통을 기꺼이 받아넘기기를 바란다. 나도 가끔 내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겠다. 그래야 이것 덕분에 가혹한 수용소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그와 닮지 않을까, 해서이다. 또한 ‘괴로움을 받고 있는 정감은 우리가 고통에 관하여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파악하는 그 순간에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내 고통을 줄일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읽었다는 친구들의 말에 공감하기 힘든, 내게는 어렵고 철학적이었던 이 책에서 그래도 난 이것 하나를 얻었다. 여러 가지 멋진 말들 보다 바로 ‘죽음과 고통’이다. 난 이 것들을 피하기보다는 인정하고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나도 저자인 빅터 프랭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