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이야기 좀머씨 이야기

좀머씨 이야기
읽으면 기분이 좋은 책...
내가 읽은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을 만큼 아주 얇은 책이었다, 그러나 다른 어느 두꺼운 책들보다도 많은 느낌을 주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정말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빠진 듯한, 어떠한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아주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이 책이 나에게 전해주었다. 그만큼 좀머씨 이야기라는 책은 모든 면에서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읽으면 기분이 좋은 책...
키는 1미터를 빠듯이 넘기고 신발을 28호를 신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였다. 아니, 그 소년이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였다. 나무 타기를 좋아하고, 높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서 발만 떼면 자신이 정말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너무나도 순진한 어린 소년...
이 소년이 관심을 갖는 몇 가지 것들, 그 중 하나가 좀머씨였다. 좀머씨는 같은 마을에 사…(생략)

시 뿐인데도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다. 소녀와의 첫 번째 만남을 위해 가는 동안 소녀를 재미있게 해줄 얘기들을 생각하고, 오는 길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설명을 준비하고, 커다란 나무 아래엔 간식으로 먹을 과자를 준비 해 두었다, 일주일 후,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온 소년은 오늘 같이 못 가게 되었다는 소녀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많이 준비했는데, 단 한마디로 소년의 기대는 깨어져 버렸다. 아쉬워하는 소년의 모습... 평소보다 훨씬 더 느리게 힘없이 걸어가는 소년의 모습... 불쌍했다. 단 말 한마디로 소년의 기대를 무너뜨린 소녀가 미웠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바로 피아노 강습을 받았던 것이다. 잘 다루지도 못하는 엄마의 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개라도 있으면 멈추고 내려서 기다려야만 했지만, 그래도 배우러 가야만 했다. 피아노 강습을 받던 어느 날에는 쉰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자꾸만 올림 파를 누르지 않는 소년을 보고 마귀할멈처럼 화를 내시던 노처녀 미스 풍첼 선생님... 그 선생님은 자기의 코딱지가 올림 파에 붙어서 소년이 그것을 누르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겠지? 생각하면 또 다시 나로 하여금 웃게 만드는 너무나도 귀여운 소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좀머씨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던 소년. 이 소년은 유일하게 좀머씨의 죽음을 보았다. 조용하게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아저씨... 말 없이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아야만 했던 소년, 과연 좀머씨는 소년에게, 그리고 내게 어떤 존재였을까? 단 하나 내가 기억하는 좀머씨의 모습은 <그러니 나를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던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 사람은 특별한 병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싫어 어디론가 도망치려 했던 것 같다. 마치 이 책을 쓴 작가의 모습처럼 어디론가 숨어 조용하게 살고 싶어했던 게 아닐까... 남에 대해서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쉽게 판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싫어서...
예쁜 그림책 같은 느낌을 받게 했던 책,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던 책. 하지만 결코 가볍진 않았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무언가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나로 하여금 세상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과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세상. 어쩌면 나는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꿈을 꾼 것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