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마도 이 책은 내가 읽은 것 중에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미 봉순이 언니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책으로 내겐 익숙한 작가인 공지영. 영화화된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려 무턱대고 눈물을 기다리면 읽었다. 처음엔 눈물이 나오지 않아 안달이 나 친구들에게 왜 아직 안 슬프냐며 보채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처음 눈물을 만난 건 거의 180페이지 정도에서였다. 안경을 쓰고 책을 읽던 내가 안경도 집어넣고 눈물을 훔치느라 책의 글씨조차 얼룩져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수십 페이지가 흐르는 동안 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에 쉬었다 읽었다를 반복한 끝에야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울게된 이 이야기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삶이 너무 고단해 죽기를 기다리는 사형수와 겉으론 행복해 보이지만 이미 죽음의 시도를 몇 번이고 반복한 여자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유정은 또다시 자살을…(생략)

구이다. 이를 저버릴 만큼의 아픔이라면 내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의 두 인물을 통해 간접 경험한 이 아픔이 내게 이러한 심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켰다면 과연 굉장한 아픔이겠거니 했다.
잠시 감상문을 어떻게 써볼까하고 생각에 잠겼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차는 것은 윤수의 사형장면이었다. 그래, 아무래도 내겐 어떠한 장면보다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가엾은 모습이 제일이었다. 유정은 윤수의 사형집행을 전날 밤에 연락 받게 된다. 그때부터 어쩔 줄을 모르던 유정은 어머니를 찾아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없다고, 그래서 어머니를 용서하는 게 자신한테 제일 힘든 일이기에 혹시 한다면 하늘이 감복하여 윤수의 죽음을 막지 않을까란 어쩌면 어리숙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유정은 참 따뜻한 감성으로 진정한 사랑을 하는 한 여인이었다. 결국 어머니를 용서하지만 윤수의 집행은 그대로 진행된다. 나 역시 유정과 마음이 같아 참 하늘이 미웠다. 한편으로는 진짜 죽음으로 밀어 넣고 있는 작가가 미워지기까지 했다. 윤수는 자리에 앉았고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애국가를 부르지만 결국 두려움에 발버둥치다 죽음을 맞이한다. 난 윤수가 죽은 부분에서는 아무런 말 없이 허탈함에 그냥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죽음으로 죄를 처리하는 법에대한 회의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법은 사람들이 더 올바르게 살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인데 사람을 위해 만들어 낸 것이 사람을 죽음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모순에 치를 떨었다. 지금껏 사형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연한 처사라 생각했는데 사형수의 입장이 되어보고 나니 그것 역시 완벽히 공평한 형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러한 현재의 법체계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수뿐이 없다는 것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아 나중엔 꼭 국회위원이 되겠다고 다짐한 내게 이미 정해놓은 몇 가지 법규정에 있어서 사형제 폐지가 추가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글을 마치기 전에 공지영이 스스로 자신이 이 책을 쓰는 동안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너무나도 힘겹지만 죄를 용서해주는 사람과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참회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이들을 모두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마 그 우리들 중엔 나도 포함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