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를 읽고나서 열하일기

열하일기를 읽고나서..
후배로부터 선물로 받아든 이 책은 잠시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 작가가 써 내려간 열하일기에 대한 거침없는 찬탄과 저자 연암 박지원에 대한 흠모의 정이 내게는 다소 뜬금없었기 때문이다.
연암 박지원이라면 국사 시간에 조선 후기의 위인으로 저서며 연관된 학자들까지 줄줄 외어야 했고, 그의 글은 어느 선생님 말씀대로 밑줄까지 좌악 그어대며 머리 속에 쑤셔 넣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도 걸작이며 명문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들었지만 딱히 별 감흥도 없었는데, 수많은 역사상의 위인들 중에 한 사람일뿐인 그에게 이 무슨 감격적인 예찬이란 말인가.
하지만 내 시큰둥한 첫인상과는 달리 작가는 열하일기를 만나 맛 본 자신의 감격을 도처에 전염시키고 싶어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의 정열이 행간 너머로 치밀어 올라 잠자코 보고 있는 독자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이렇게 근사한 저술과 저자를…(생략)

는데, 그게 또 드라마만 그냥 보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가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의 저자도 신나게 본 드라마 이야기해주듯 내게 열하일기와 박지원을 들려준다. 뒷골을 때리는 명작 대하드라마 `열하일기`를 가슴 적시며 보다 보니 그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에 주연까지 한 배우 `박지원`에게도 자연스레 관심과 애정이 쏠리기 마련. 드라마의 의미심장한 장면장면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게 왜 의미를 지니는지 역사적인 앞뒤 부연설명도 잊지 않는다.
그 드라마에 출연하기까지 박지원의 주요 저작과 행적을 언급하고 행여나 놓칠세라 이 배우가 얼마나 잘난 인물인지를 꼼꼼히 예를 들어 눈앞에 제시한다. 이 정도까지 작가의 애정에 찬 이야기를 듣고도 느낀 바가 없다면 내가 무심하고 나쁜 놈이 될 것 같다.
어쨌든 자신의 기준에 맞춰 쓴 고전의 즐거운 해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고전이 가지는 나름의 의미는 물론,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자체의 의미를 되짚어주는 주의환기를 멋들어지게 해 준 점이 가장 돋보인다고 할까. 자신의 취향에 열렬히 불타올라 기존의 작품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타인에게도 유쾌하게 전염시키는 이러한 작품들이 더욱 많은 분야에서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관심분야의 폭이 좁은 나라도 이런 식의 열정적인 권유라면 언제라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