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연어, 라는 말에서는 강물 냄새가 난다.
사람은 살면서 저마다의 목적을 갖게 된다.
“명예를 가지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 “사랑을 많이 하겠다.” 등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들 그것을 넘치도록 원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연어를 나는 중 2때 읽었다. 그 때는 책 두께와 주인공을 보고 정말 유치한 아이들 동화라 생각했다. 이름도 은빛 연어, 눈 맑은 연어였고......
우습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뭔가가 조금씩 새롭게 느껴진다. 분명히 느낌이 다르다. 중 2때는 정말 유치하고, 쉽고, 재미있는 동화일 뿐이었지만, 이번에 내가 다시 읽은 연어는 내게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때에 비해 이제는 마음으로 세상을 봐야 아름답다는 것과 희망. 그리고 마지막으로 `믿음`을 배웠다. 자연은 신비하고 이 책에서 그 숨결을 느낄…(생략)

알래스카 근처에서 불곰에 희생될 뻔한 자신을 구해준 눈 맑은 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그와 함께 연어의 숙명인 강 거슬러 오르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은빛 연어는 세상을 보는 법에 대하여 배운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는 사실과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삶의 이유일 수 있다` 는 등의 철학적 사유들도 알아가는 등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 시절을 지나가며 성숙해 간다.
책에 나오는 말 중 정말 멋진 말 중에 하나라 써본다.
"그리움이라고 일컫기엔 너무나 크고, 기다림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넓은 이 보고 싶음. 삶이란 게 견딜 수 없는 것이면서 또한 견뎌 내야 하는 것이라지만, 이 끝없는 보고 싶음 앞에서는 삶도 무엇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은빛 연어의 다른 이와의 만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은빛 연어는 자신의 고향이라고 할수 있는 초록 강물과 만나게 된다. 초록 강물은 연어의 역사를 알고 있었고, 인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은빛 연어는 초록 강물과 함께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존재하는 것이 삶의 이유라는 초록 강물의 말은 은빛 연어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 초록 강물은 은빛 연어에게 남과 더불어 존재하는 나, 다른 이를 위해 존재하는 나를 깨닫게 한 것이다.
그래도 아직 은빛 연어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그것은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눈 맑은 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 상류로 가는 것`이 연어의 삶을 의미라고 말했지만, 은빛 연어는 그것을 수긍할 수 없었다. 그것 이상의 무엇, 알을 낳는 것 이상의 어떤 희망이 삶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막연하고 아득한 무지개와도 같은 생각들이었다. 그러나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생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 삶의 의미는 섬광처럼 깨달아진다. 은빛 연어에게도 그와 같은 계기가 찾아온다. 바로 폭포라는 거대한 시련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시련을 만나면서 은빛 연어는 부쩍 성숙하게 된다.
은빛 연어와 그의 친구들은 폭포를 앞에 놓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이런저런 방법을 서로 주장하는 연어들의 모습은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해 놓은 것 같다. 빼빼 마른 연어는 과학자로서 다양한 이론들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폭포를 이겨 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정치가를 연상시키는 주둥이 큰 연어는 목소리만 크다. 온갖 아름답고 매력적인 말을 던지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실속 없는 말들이다. 교사한 지느러미 긴 연어는 단편적인 지식들을 나열하며 구체성 없는 교훈만을 늘어놓는다. 그는 폭포에 무조건 도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한다. 예언가인 족집개 연어 역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무작정 기다리라는 것밖에….
이러한 연어들의 모습 속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되는 연어들을 보며 삶의 지혜를 몸으로 깨닫는 다는 것을 종종 잊고 사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폭포를 뛰어넘는 것은 연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우리들 인간에게도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야 할 길들이 있다. 우리 각자가 아니 이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힘겹게 여겨지는 일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포기한다면 이 학교 학생이길 포기하고 자퇴하는 셈이 된다.
다른 이와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하는 것, 억울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 자신만의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것,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이 학교를 온전히 졸업하는 것 등 삶에서 만나는 이런 수많은 시련(?)들은 연어가 건너야 할 폭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후세를 위해 연어 떼를 이끌고 폭포를 뛰어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 역시 연어들을 이끌고 폭포를 뛰어 넘자고 한다.
결국, 연어들은 폭포를 뛰어넘기로 결정하고 일제히 힘껏 뛰어오른다.
폭포를 뛰어넘어 자기들의 고향에 도착한 그들은 마지막으로 징검다리를 만난다.
짓밟히면서 사람들을 옮겨주는 일을 하는 징검다리. 어찌 보면 가장 힘겹고 낮은 데서 일하는 존재일 것이다. 밟히는 역할을 하는 징검다리가 있기에 사람들은 강물을 건널 수 있다. 상류의 끝에 다다른 연어들은 알을 낳을 준비를 한다. 드디어 눈 맑은 연어는 알을 낳고, 은빛 연어는 그 위에 하얀 액체를 뿌린다. 은빛 연어와 눈 맑은 연어는 그렇게 자기 삶의 의미를 다하고 강물 위로 떠오른다.
죽음이 곧 희망이라는 역설은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인 듯하다. 그들의 삶의 과정은 아름다웠고, 그 정신은 생명으로 꿈틀거리는 그들의 자손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어쨌든 연어는 단순하면서도 많은걸 느끼게 해주었다.
이중에서도 특히 내가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세 가지였다.
우선, 강과 은빛연어의 대화 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다른 누구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뛰어 넘어야 할 폭포 앞에서, 눈 맑은 연어는 은빛 연어에게 말한다.
“나는 네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 쉬운 길은 길이 아니라고, 너는 말했지. 거슬러 오르는 기쁨을 알려면 주둥이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이 대목은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고 나를 많이 생각하게 끔 하게 해 준 대목이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상처를 입어야 된다는 것.
이번 시험 결과가 나왔다. 많은 느낌이 있었고, 정말 많은 상처도 입은 것 같다.
하지만 학교를 뿌듯하게 졸업하기 위해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정말 뼈저리게 느꼈고, 어느 정도 어느 식으로 공부해야 될 지도 대충은 알 듯 하다.
게으름 피우면서 연장하고 연장해서 이렇게 만족스럽지 못하게 1학기를 마치고 있다. 아쉬움이 많이 남고, 내년에 재수강을 무조건 적으로 듣는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끔찍할 나름이다. 물론 재수강 아닌 과목도 있기는 하지만......
이제 시험도 다 끝난 학기말이 나에게 더욱 더 고통을 주는 것 같다.
이 학교에서 이렇게 잔인하게 몇 번 당해보는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닐 것 같다.
첨부터 유학을 가려 했던 것도 아니고, 대학의 전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여기서 몇 번 쓴맛을 보면 결국 졸업할 때는 그 만큼 웃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머지 학기를 다 1학기 같은 식으로 보낸다면 정말로 문제가 커지겠지만......
이렇게 뒤숭숭한 마음 상태에서 이 글을 읽어서 그런지 더더욱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많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빨리 마음을 제대로 바로 잡고 2학기 새로운 출발을 노려야겠다. 2학기 때부터는 이번의 이런 쓴맛을 보지 않기 위해 정말로 열심히 할 것이다. 아.... 뒤숭숭하여라.....
어쨌든 이번 1학기도 내 인생의 한 과제로써 나에게 많은 추억을 남겼던 것 같다.
좋은 추억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번에 자신에게 정말 안 맞는 과목도 때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은 기본인 만큼 더더욱 철저히 해 놓아야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강이 아래로 흐르는 이유가 연어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 말이었다.
어떤 것이라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이러한 식의 삶의 방식을 가진다면 아무리 안 좋은 상황일지라도 얼굴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히 생각하면 별 느낌 없이 지나갈 수 있는 구절이기도 하지만, 나의 관점에서 볼 때, 강이 아래로 흐르는 아주 당연한 이유조차도 나를 위해서 강이 그렇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무언가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고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연어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물고기이다.
알지도 못하고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서 알을 낳고, 죽어버리는 감동의 물고기이다.
인간은 8만 4천번의 윤회를 거쳐 태어난다고 한다.
저번에 읽은 하늘 호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한번 본 이후로 정말 맘에 들어서 여기저기에 쓰고 말하고 다닌다. 나도 그렇게 많은 목숨과 바꾸어 얻은 한번의 생애이다. 8만 4천번의 내 목숨을 바꾸어 얻은 정말 소중한 한번의 삶이다. 소중하게 살고 열심히 살 것이다. 이것도 이 책을 읽고 나올 수 있는 답이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어는 정말 예쁜 동화이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횡설수설하다가 또 끝내는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내가 굳이 시간 오래 걸리는 동화류를 쓴 것을 보면 이 만큼 연어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예쁜 동화를 보며 정말 맘에 많이 닿는 구절도 많이 보게 될 동화이다.
연어를 읽고 중요하고 힘들게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 보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