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전을 읽고

책제목 : 양반전
제 목 : 21C를 살아가는 진정한 지혜는...
밤길을 거닌다. 머리위로 쏟아지는 별을 두고 밤을 지새는 귀뚜라미들의 노랫소리가 은연중에 들려온다. 따스하게 볼을 스치는 바람이 밤이라는 시간을 잊게 만든다. 잠시의 독백을 깨고 내가 앉은 곳은 다름 아닌 뒤뜰의 작은 돌막. 내 양손에서 가볍게 들어올린 책이 자연스럽기만 하다.
「양반전」
언젠가 텔레비전 속 어린이만화에서 보았던, 결코 낮설지 않은 책이름. 지금 나는 나의 마음의 쉼터에서 옛 선비들을 떠올리며 그분들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황소걸음. 때론 기막힌 재치로 항상 시대를 이끌고 풍자하던 그들. 양반전을 읽으며 내가 찾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더욱더 깊어져만 가는 달밤, 나는 눈을 감고 시대를 뛰어 넘어 그들의 삶을 다시 뒤돌아본다.
양반. 혹은 선비라고 불리는 계층. 국어 사전을 찾아보자면,…(생략)

않는 과분한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반, 선비들이야 말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우리들의 진정한 본보기란 것이다. 동방 예의 지국이란 말이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닌 듯이. 그래서 나는 양반전을 읽으며 스스로 주먹을 불끈 쥐고 굳은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현 모습을 생각하고 있자면은, 큰 걱정이 먼저 들곤 한다.
현대 사회에서 양반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만큼의 예와 법도를 갖춘 성인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렇게 황금 만물주의 시대된 현재 양반은 덕과 학식이 아닌 돈으로 평가되고 있다. 돈이 많다면 아는 것이 없어라도, 예가 없어도 양반으로 일컫어 지며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사고 있는 것이다. 예전의 양반이 그에 걸맞는 이름 값을 해내고 학식과 예를 중요시 했다면, 오늘날의 양반은 그야말로 예와 도를 무시한, 갑자기 벼락 부자가 된 졸부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의 속을 파혜쳐 보자면 큰 한숨이 먼저 나오곤 하는 것이다.
텔레비전 속에서 가끔씩 비추는 일명 갑부들의 행패는 정말 가슴 아프기까지 하다. 부동산 투기요, 재산 불리기요 부자들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 것이다. 돈만 있다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그들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있는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예와 법도는 당연히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동방 예의 지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차가운 행동은 그들이 진정한 양반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일부 갑부들만의 예기가 아닌, 물질만능이 만들어낸 그 모든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더 가슴이 아플 뿐이다. 그 옛날 예와 법도가 모두 깨어지고 있음에 손에 잡을 수 없는 꿈만이 그리워져만 가고 있다.
이제 시대는 21세기로 세계의 급박한 변화는 어젯 일이 아니게 되었다. 수많은 정보들이 하루에 나오고 많은 자료가 공유되고 있는, 그야말로 사이버 시대인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 양반전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주고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가벼운 풍자나 웃음거리가 아니다. 바로 우리의 지존을 다시금 깨우치게 하는, 우리가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며 새로운 창조를 이루어 내는 밀레니엄 시대의 자습서인 것이다. 그리고 고전 속의 살아있는 선조들의 지혜를 발판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앞으로 새로운 창조를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