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봉순이언니

공지영 `봉순이 언니`를 읽고
과거의 슬픈 표상. 봉순이
나른한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그런지 마음도 몸도 상쾌하다. 마치 모든 것이 재미있을 것 같은, 호기심 가득 찬 날이라 할까. 이런 날에 책을 읽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의 풍요를 누리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던 `봉순이 언니`를 찾았고 촌스러운 이름 `봉순이`는 나를 더 궁금증에 호소하게 만들었다.
봉순이 언니는 내가 상상하던 인물과 너무 다른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그런 시대에 어색함이 없는 것 일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약간의 충격 또한 받았다. 나는 아름다운 옛날, 즉 기와집이 있고 지푸라기 타는 냄새가 나는 시골, 그리고 봉선화가 곱게 핀 곳에서 꽃을 따고 있을 것 같은 봉순이 언니를 상상했다.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어느 가정의 식모였다. 오갈데가 없어서 남의…(생략)

기 때문이다.
점점, 남처럼 인식되어져 가는 봉순이 언니. 급기야는 주인집 아주머니에게서 누명을 쓰고, 세탁소 총각과 야반도주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끝내 다시 주인집으로, 배가 볼록히 살이 쪄서 돌아온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권유에 의해서 그 배는 다시 홀쭉해졌다.
나는 봉순이 언니가, 특히 이 일을 겪은 것이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나이도 20살 밖에 안된 청춘이 너무 안되어 보였다. 요즘 세상에는 이런 것과 같은 일은 아니지만 유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은 참 불쌍히 여긴다. 그리고 따뜻이 대해준다. 하지만 어떤 누구에게서도 위안을 받을 수 없었던 봉순이 언니는, 꿋꿋이 견뎌낸 봉순이 언니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란 사자성어가 있듯이 봉순이 언니도 농촌 사람을 만나서 잘 살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이 일찍 죽고 말았으므로, 흥진비래(興盡悲來)란 사자성어를 너무도 성급하게 보여주었다. 이 점에서 볼 때, 봉순이 언니처럼 착한 사람이 이런 불행을 겪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봉순이 언니는 그래도 , 내가 본 받고 싶은 그런, 착하고 밝은 인간상이다. 힘든 일도 웃으며 넘기는 모습은 언제나 떠올리고 싶을 것이다.
지금, 어린 나이에 남의 집에서 일을 하며 의식주를 해결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접했을 때 어색해 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봉순이 언니의 엉뚬함에 더 비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봉순이 언니 또한 못 먹고 못 살던 그런 시대에 어쩔 수 없었던, 우리의 슬픈 모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