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을 읽고나서 일반독후감 전우치전을 읽고나서

전우치전을 읽고나서
옛날 개성 고을에 전숙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조상 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낸 뼈대 있는 집안이었으나, 전숙은 벼슬 따위에는 통 관심이 없었다. 그저 깊은 산속에 들어가 조용히 책을 읽거나, 알고 지내는 동무들을 산으로 불러들여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시를 주고받으며 세월을 보낼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전숙을 ‘산신령’ 또는 ‘산골 도사’라고 불렀다. 전숙의 아내인 최씨 역시 이름난 양반집 딸로서, 아름다움과 지혜를 함께 갖춘 여인이었다. 두 사람이 혼인하여 한 이불을 덮고 산 지 십 년이 넘었으나 영 자식이 생기질 않았다. 그러니 집 안에는 최씨의 한숨 소리가 끊길 날이 없었다. 하루는 최씨가 꿈을 꾸는데, 푸른 옷을 입은 사내아이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었다. 손에 하얀 연꽃을 든 사내아이는 최씨한테 두 번 큰절을 올리고는 자기는 한라산에서 약초를 캐는 꼬마 신선이었는데, 하느님께 죄를 지…(생략)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웃음 끝에 눈물난다고 하였던가. 우치의 나이 열 살에 이르러 아버지 전숙이 갑자기 몸져눕게 되었다. 세상의 귀한 약은 다 구해다 먹였으나, 전숙은 영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전숙이 끝내 숨을 거두었다. 최씨는 땅을 치며 통곡했고, 우치는 하늘을 우러르며 슬피 울부짖었다. 아버지를 여읜 슬픔이 어찌나 컸던지, 우치는 울음 끝에 기절까지 하고 말았다. 하지만 마냥 넋 놓고 슬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우치는 정성을 다하여 아버지의 초상을 치렀다. 문상하러 온 손님들을 맞는 일이며, 아버지의 관을 무덤에 모시는 일이며, 어머니와 함께 삼 년 동안 무덤을 지키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예의에 어긋남이 없었다. 아버지의 삼년상을 다 치르자, 우치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찾아왔다. 아버지의 가까운 동무인 윤 선생이란 분이 글을 가르쳐 주기로 한 거이었다. 윤 선생은 학식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앞날을 내다보는 밝은 눈을 지닌 선비였다. 우치는 날마다 그 댁으로 찾아가 글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날도 우치는 아침 책을 들고서 윤 선생 댁으로 향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대숲을 지날 때였다. 하얀 소복을 입은 소녀가 길섶에 주저앉아 흐느껴 우는 게 아닌가? 하지만 말을 붙이기가 뭐해서 못 본 척하고 지나쳤다. 글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까 그 소녀가 여태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있었다. 우치가 유심히 살펴보니, 열대여섯 살쯤 먹은 아리따운 소녀였다.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우치가 다가가 울고 있는 이유를 묻자, 소녀가 울음을 그치고 수줍은 듯 대답했다. 소녀의 말을 듣고 난 우치는 딱한 마음이 절로 일었다. 우치는 소녀를 달래어 마을로 내려 보내고, 자기 집으로 갔다. 이튿날 우치가 다시 윤 선생 댁으로 가는데, 어제 그 소녀가 대숲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우치는 글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테니 기다려주라고 했다. 소녀의 약속을 받아 낸 뒤 우치가 서둘러 윤 선생 댁에 이르니, 윤 선생이 매서운 눈초리로 우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우치에게 우치가 만난 그 계집은 사람이 아니라 여우라고, 돌아가는 길에 그 계집을 다시 만나거든 입속에 구슬을 하나 머금었을 테니, 그것을 반드시 빼앗아 가져오라고 했다. 우치가 윤 선생 댁을 나와 대숲으로 돌아오니, 역시 소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보아도 여우라고 믿기엔 너무나 아리따운 모습이었다. 우치와 소녀는 손을 맞잡은 채 다정한 눈빛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소녀의 입안에서 무언가 ‘반짝’ 빛을 내는 게 보였다. 우치는 윤 선생이 말한 구슬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우치가 소녀에게 그 구슬을 줘보라고 하니, 소녀는 꼭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치는 엉겁결에 그것을 입으로 받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소녀는 억지로 입을 벌려서라도 구슬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벌써 우치의 배 속까지 내려간 구슬을 끄집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소녀는 울고불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터덜터덜 숲을 나가 버렸다. 이때부터 우치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겨우 열다섯 살 노년이 어른도 이해하기 힘든 책들을 술술 읽어 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닫고, 한번 읽은 책은 한 자도 빠짐없이 줄줄 외우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태백을 뛰어넘는 시를 짓고, 왕희지 와 맞설 만큼 붓글씨도 잘 쓰게 되었다. 마침 나라에서 과거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치는 과거에 나가서 실력을 시험해 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과거장에 나갔는데, 쟁쟁한 선비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장원을 차지했다. 우치가 집에 돌아와 그 사실을 알리니, 어머니 최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럭저럭 세월이 흘러 우치도 늠름한 젊은이가 되었다. 그 아비에 그 아들 아니랄까봐, 벼슬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유람이나 즐길 뿐이었다. 한 번은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세금사라는 큰 절에 이르렀는데, 건물마다 거미줄만 드리웠고, 사람이라고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를 이상히 여긴 우치가 산을 내려오는 길에 가까운 곳에 있는 성림 사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늙은 스님들에게 지난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몇 해 전부터 밤마다 스님들이 하나 둘 죽어 나갔다는 것이었다. 우치는 이것이 고약한 귀신의 장난이라 생각하고, 보따리를 꾸려 집을 나섰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넘어가는데 한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낭떠러지 위에 서있었다. 우치가 깍듯이 인사하자, 부용 승이라는 밧줄과 요물을 물리치는 부적을 주었다. 우치는 밧줄과 부적을 지니고 세금사로 들어갔다. 우치가 촛불을 밝혀 놓고 글을 읽기 시작하자 웬 젊은 여자가 불쑥 들어와 울며 자신의 사연을 말했다. 그러자 우치는 미리 준비 해 놓은 독한 술을 여자한테 권했다. 우치가 계속 권하니, 여자가 마지못해 받아 마셨다. 그러고는 곧바로 거꾸러져 코를 골기 시작했다. 우치가 잠든 여자에게 붉은 글씨로 주문을 적었더니 글씨가 사라졌다. 우치는 여자의 손발을 노인에게서 받은 부용 승으로 꽁꽁 묶고는 등짝에다 부적을 붙였다. 그런 다음 허리춤에서 송곳을 꺼내 여자의 정수리를 콕콕 찔렀다. 우치가 송곳으로 여기저기 마구 찔러 대니, 여자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 구미호였다. 우치가 구미호에게 여우 구슬을 내놓으면 목숨을 살려준다고 하자, 구미호는 천서를 주겠다고 했다. 구미호가 천서 세 권을 가져와 우치에게 주었다. 우치는 구미호를 앉혀 놓고 천서 한 권을 하룻밤에 다 외었다. 그제야 우치는 구미호의 손에 묶인 밧줄을 풀어 주었다. 우치가 마당에 나갔다 다시 방으로 와보니, 구미호와 천서 한 권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 밖에 한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 나갔다 다시 들어와 보니 또 천서 한 권이 사라져있었다. 우치는 천서 한 권을 들고 나왔다. 우치는 하늘나라의 신선으로 둔갑해 대궐로 가서 임금에게 황금 들보를 만들어 바치라고 했다. 임금은 전국 방방곡곡 황금을 모아 황금 들보를 만들어 바쳤다. 우치는 황금들보의 한 귀퉁이를 잘라 시장에서 팔러갔다. 우치가 황금을 파는 걸 본 포졸이 사또에게 고하자 사또는 병사 오백 명을 뽑아 전우치의 집을 에워싸게 했다. 이것을 본 우치는 검은 병을 하나 꺼내 어머니와 함께 병으로 들어갔다. 임금은 이 병을 기름에 끓이게 하고, 병을 깨게 하였으나, 우치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임금은 우치에게 죄를 용서하고 벼슬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 후로 우치는 산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모시며 억울한 누명을 써 죽게 된 곳간지기 장씨를 구해주고, 대궐에서 임금에게 가 용서를 빌고 벼슬을 얻었다. 우치는 산적을 소탕하러 가게 되었다. 우치는 산적 두목 염준을 붙잡았다. 우치는 산적들에게 타일러 죄를 뉘우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런데 우치가 돌아오자 왕연희는 우치를 반란을 도모한 역적이라고 임금에게 말했다. 그러자 임금이 우치를 묶게 하였다. 그러자 우치는 죽기 전에 그림이라도 한 번 그리고 죽겠다고 했는데 우치는 그림을 그려서 그 그림 속으로 달아났다.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긴 우치는 왕연희의 모습으로 둔갑해 왕연희의 집으로 갔다. 진짜 왕연희가 집으로 돌아오자 우치는 왕연희를 꾸짖었다. 우치와 왕연희는 서로 진짜라고 우기며 싸웠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왕연희는 가짜로 몰려 쫓겨나게 되었다. 새벽이 되자 우치는 왕연희에게 점잖은 말투로 타이르듯이 이번만 용서할 터이니, 다시는 그런 몹쓸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 왕연희는 그제야 앞뒤 사정을 모두 깨닫고 우치의 발아래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왕연희를 혼내 주고 집으로 돌아온 우치는 얼른 짐을 꾸려 어머니를 모시고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한동안 산속에서 조용히 지내던 우치는 오래지 않아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우치가 구름을 타고 세상 구경을 나섰는데, 길가에서 젊은 선비들이 웬 족자를 들여다보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고 있었다. 우치가 자세히 보니, 한 미녀가 아기를 안고 어르는 그림이었다. 이때 우치의 마음속에 장난기가 일어나, 선비들에게 비웃듯이 그 그림이 무슨 명화라고 떠들어 대냐고 했다. 그러자 오씨 성을 가진 선비가 발끈했다. 이에 우치가 소매에서 족자 한 장을 꺼내 선비들에게 보여주었다. 선비들은 입을 모아 칭찬하며 자신의 족자와 매우 비슷하다고 했다. 이에 우치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으며 그림속의 미녀를 부르자 그림속의 미녀가 술병을 들고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선비들의 무리 중 오 선비는 우치에게 그 그림을 사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우치는 그림을 오 선비에게 건네주며 내일 돈을 받으러 오겠다고 했다. 우치를 보낸 뒤, 오 선비는 자기 방으로 들어와 벽에 그림 족자를 척 걸었다. 오선비가 그림 속의 미녀를 부르자 미녀가 오선 비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는데, 오 선비의 아내 민씨가 방에 들어와 미녀의 머리채를 잡으려고 덤벼들었다. 미녀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민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만 그림 족자를 찢고 말았다. 다음 날이 되어 우치가 찾아오자, 오 선비는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데려가 어제 일을 털어 놓았다. 오선비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우치가 혀를 끌끌 차며 오선비의 아내가 천 년 묵은 구렁이 귀신에 씌었다고 했다. 오선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방으로 가보자 아내 민씨는 온데간데없고 구렁이가 한 마리 있었다. 우치는 오 선비에게 구렁이가 저절로 물러가게 해준다고 하고 내일 아침까지 방에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날 밤 우치는 민씨에게 잘못을 뉘우치게 하자, 민씨는 본모습을 되찾고, 우치에게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우치가 어릴 적 글동무인 양봉안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그는 정씨라는 여자 때문에 상사병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우치는 신선으로 둔갑해 정씨의 집에 가서 정씨를 데리고 하늘로 데려가려는데 한 꼬마 거지가 와 우치에게 도술을 부려서 우치의 도술이 통 듣지를 않았다. 그 꼬마 거지는 강림도령이라는 저승사자였는데, 우치의 친구 양씨에게 정씨대신 다른 여자를 알려주었다. 우치가 그 여자를 찾아 갔더니 이름도 정씨고 생긴 것도 과부 정씨와 꼭 닮았다. 우치는 그 처녀에게 양씨의 이야기를 해 데려가니 양씨와 정씨는 잘 살게 되었다. 우치가 화담이라는 도인에게 갔는데, 화담이 우치에게 남해의 화산에 있는 자신의 스승 운수 선생께 편지를 전해주라고 했다. 우치는 자신이 편지를 전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산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치는 편지를 전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우치가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달아나려하자 화담이 우치를 잡아와 꾸짖었다. 우치는 화담에게 용서를 빌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정성껏 받들어 모셨다. 어느 덧 우치의 어머니 최씨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우치는 장례를 치르고 나자 화담이 찾아와 우치와 함께 구름을 타고 바다 건너 한라산으로 날아갔다. 그것이 우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는 전우치가 여우구슬을 얻고 구미호에게서 천서를 익혀서 도술이나 학문을 익혀서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억울하고 죄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자신의 힘을 믿고 우쭐해서 남을 혼내주는 것을 보고 자기 힘이나 능력을 가지고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겸손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