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을 읽고나서 인간

인간의 조건을 읽고나서...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은 코뮤니스트들의 상하이 내부 봉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장제스의 국민당 북벌군과 상하이 코뮤니스트들은 연합하여 독재군벌을 분쇄하려고 하며, 그 와중에 국민당과 사회주의자들은 다시 갈라진다. 장제스의 국민당은 자본가들과 손잡고 코뮤니스트를 학살한다. 말로의 [인간의 조건]은 이와 같은 혁명의 시기를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은 서로 삶과 죽음, 열정과 허무, 애정과 미움, 사회와 개인, 희망과 절망의 인간 조건들과 타협하거나 투쟁하며 자신의 몫의 삶을 살아간다. 다양한 인물들 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인물은 첸, 기요, 카토프였다. 이 들을 중심으로 나는 [인간의 조건]을 읽었고, 그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첸이었다.
첸, 기요, 카토프는 코뮤니스트들이다. 그들은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운다. 그들의 적은 구체적으로 독재군벌들과…(생략)

억압의 형이상학적 관념에 맞서, 이해 타산을 초월하여 자기의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상을 찾는다. 죽음에 맞선 죽음, 그 자체만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죽음에 맞서 그 죽음에 정당한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사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 사상 위에 죽음으로써 인간을 존엄을 세우고자 한다.
인간 존엄의 반대 편에 굴욕이 있다. 굴욕은 인간이 자신의 자유 의지를 발현할 수 없는 곳에서 생긴다.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죽음이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을 지배하고자 한다. 무기력하게 죽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힘으로 죽고자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상을 위해서 투쟁하며 죽어간다.
첸은 허무주의자이며 테러리스트다. 그는 지도부의 동의 없이 자신의 의지로 장제스에게 테러를 가한다. 테러는 실패하고, 부상당한 그는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쏜다. 기요는 체포된다. 그는 고문을 당한다. 기요는 자기만의 죽음, 자기의 삶과 어울리게 죽기 위해서 청산가리를 먹는다. 카토프, 그는 자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만이 죽음을 완전히 지배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동지를 위해서 자살을 포기했다. 그도 청산가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불에 산 채로 타 죽을 운명에 처해 공포에 떨고 있는 동지들에게 자신의 청산가리를 모두 나눠준다. 카토프는 공포의 유혹과 맞서 싸워 이긴다. 그는 화형을 당한다. 죽음의 방식은 각자 달랐지만 그들은 자유의지를 자신들의 죽음에 개입시켰다.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간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공포에 맞섰던 것이다. 그 죽음의 토대 위에 인간의 조건, 인간 존엄의 조건을 쌓아올렸던 것이다.
그들의 사상과 그 사상에 받친 그들의 처절한 투쟁, 그리고 죽음은 내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우리들은 그들의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그 물음 위에 우리의 인생을, 삶의 의미를, 죽음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