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설계를 읽고 이중설계

이중설계
천년을 사이에 두고 현재와 과거가 교묘히 얽혀있는 전개사항이 약간 헤매게한다. 별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두가지 내용은 전반부를 지나면서부터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두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한남자와 또다른 한 여자는 둘다 돌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돌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그래서 한사람은 교회를 짓고 또다른 한 사람은 땅을 파는것일게다. 장면하나하나의 묘사가 생생해서 나는 책을 읽는게 아니라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존에 있던 낡은 수도원을 버리고 새로운 사원을 건축하라는 대천사장인 미카엘의 계시을 들은 오베르 수도원장은 2번이나 그 계시를 무시하여 미카엘의 노여움을 산다. 결국 세 번째 미카엘은 오베르의 두개골을 손으로 눌러 구멍을 내버리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오베르는 그곳에 수도사원을 건축할 것을 약속한다.
몽셀미셀의 건축설계를 맡은 ??피에…(생략)

상의 4원소라 불리웠던 공기, 물, 흙, 불에 의해 차례로 고문을 당하고 마침내는 숨지게 된다. 그녀없이는 세상을 살 수 없다던 로랑은 수도원 약제사인 오스문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은 죽은 것처럼 일을 꾸며 그 수도원으로부터 사라진다.
40년 뒤. 드디어 자신이 바라던 수도원장이 된 알모디우스는 어떻게 해서든 자기 임기기간동안 몽셀미셀을 완성하여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남기고자 일을 서두른다. 하지만 예전 모이라의 고문때 같이 참가했던 수도사 중 아직 살아있던 두 명과 현재 건축감독을 맡고 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공기, 물, 불에 의한 방법으로 죽게되자 알모디우스는 누군가가 몽셀미셀의 완공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 직감한다. 결국 모이라의 동생이였던 브르웰과 로망에 의해 이 모든 일이 벌어졌음을 알게된 알모디우스는 그 자리에서 대천사장의 장검으로 그의 목을 쳐 머리와 몸을 따로 보관해 놓는다.
천년의 세월이 흘러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구천에서 떠돌던 로망의 영혼은 조안나라는 소녀의 꿈속에 얼굴없는 수도사로 나타나 매번 그녀에게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을 부탁한다. 후에 고고학자가 된 그녀가 우연히 몽셀미셀을 찾아감으로써 그녀만의 호기심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리스도교와 이교도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을 이어주는 촉매 역할을 조안나가 하면서 몽셀미셀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 소설 또한 요즘 주류라 할 수 있는 팩션(faction)류의 소설로써 사실에 허구를 가미해 모든 내용을 사실화함으로써 그 건축물에 대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구성면에서도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한가지 사건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에 이중설계는 천년이 넘게 내려오는 진실 속에서 현실까지 계속되는 이야기이다. 보다 현실감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내용을 보면 역사전인 진실들이 많이 나오면서도 이야기 속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그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대단했던 것 같다.
다만 읽는내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은 소설가로서의 기틀이 잘 잡히지 않아서 그런건지 전체적으로 내용이 약간 어색하고 특별하게 긴박한 내용을 담고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냥 많이 들어왔던 옆집 남녀의 사랑얘기를 들려줄 때의 그 따분함이랄까. 더욱이 주인공인 조안나를 너무 만능화 시켜놓은 것이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켜 주었다.
힘들고 지친 시간들을 이중설계를 읽으면서 많이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재미있고 멋진 이야기! 나중에 유럽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꼭 몽생미셸에 가서 로망과 모이라의 혼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