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언제나정당한가

-‘이성은 언제나 정당한가‘를 읽고-
“이성은 언제나 정당한가“ 이 책의 이름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심오한 철학책으로 생각했다. 오래 전부터 깊이 있는 철학책을 읽어보고 싶었고, 인간의 이성이 언제나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별 거부감 없이 이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여러 가지 논쟁 주제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설명한 책이었다. 물론 이것도 철학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책의 특성은 각 주제마다 글쓴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모두 다른 만큼 글의 분위기나 난이도가 모두 달랐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을 뿐더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이기에 정확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또, 대부분 객관적인 입장에서 쓴 글들이어서 한 쪽의 입장에서 다른 쪽을 비판하고 대립하는 분위기의 글보다 훨씬 편안하게 읽…(생략)

로 취급하는 관점이 있다. 이 것은 또 두 가지로 갈라지는데 한가지는 심한 자연파괴를 피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는 환경 보호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로써 모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계속해야한다는 것으로 기술 지상주의라고 불리운다.
환경 보호주의자들은 인구와 경제 성장, 자연 자원의 불균형 때문에 생태계의 위기가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자연 자원에는 한계가 있는데, 인구가 늘어날수록 욕구의 총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구를 억제하는 한편 사람들에게 자원을 절약하는 생활태도를 심어주는 등 윤리적인 면에서 그 해결방법을 찾는다.
반대로 기술 지상주의자들은 기술 발전의 효과를 강조하면서 경제와 기술 발전이 비례하는 한 생태계의 위기는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생태계 위기는 기술발전 없이 경제가 발전하는 경우에만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태주의자들은 환경 보호주의자와 기술 지상주의자의 방법을 모두 부정한다. 그런 방법은 당장은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여도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욕구가 무한한 것은 경제 지상주의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서부터라고 주장한다. 경제의 수준이 개인이나 사회, 나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면서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무한히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경제발전만이 평가의 기준이기 때문에 인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제를 발전시켜야 했고 그 도구로 자연이 이용되었고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 파괴는 인간의 이성과 진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되었다.
기술 지상주의자들은 인간이 기술을 잘못 이용하여 환경이 파괴되었다고 보고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자원의 소비량이 줄고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환경 보호주의자들은 그 개발의 과정에서 낭비되는 엄청난 자원은 생각하지 않느냐고 비판한다. 그리고 생태주의자들은 경제 지상주의에 의해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 역시 시장경쟁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도 환경기술은 이미 환경문제가 생긴 다음 만들어지므로 사후약방문이라고 할 수 있고, 그나마 그 기술이 상업적으로 이윤을 남길 수 없다면 개발되지도, 사용되지도 않을 것이다.

조금 장황했을지 모르겠지만 글의 전개를 위해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나는 세 가지 관점 중에서 생태주의에 찬성한다. 자연은 인간의 도구 또는 수단으로써 사용될 수 없고 사용돼서도 안 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은 인간의 일부이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한편 의존하고, 자연은 인간에게 지배당하면서도 인간을 지배한다.
환경 보호주의자들의 해결방안에는 찬성하지만 그 근본 주장에는 찬성할 수가 없다. 환경 보호주의자들은 자연을 인간의 이용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적당한 개발과 발전은 그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우리 사회가 경제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한, 인간은 재산의 확보, 회사의 이윤 확대, 나라의 경제 발전 등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고, 눈앞에 보이는 사람과 회사, 나라조차도 위하지 못하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용될 리가 없다. 게다가 그 주장 자체가 자연을 인간의 소유물로 보고 온전히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기에 나는 더더욱 찬성할 수 없다.
그리고 기술 지상주의자들의 의견은 근본부터 반대한다. 나도 과학영재학교에 다니고 과학을 좋아하지만 과학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게다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과학기술 역시 경제 지향주의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환경기술도 새로운 이윤추구를 위해 이용될 뿐이다. 물론 과학기술이 환경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 과정에서부터 개발이후까지 새로운 환경문제를 만들어낸다. 유조선에서 새어나오는 기름을 없앨 수 있다는 화학약품이 오히려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온 말처럼 자연환경에서는 언제나 ‘나비효과’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고 해서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살던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도구와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이미 자연을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호랑이가 산의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면서도 그 동물들이 줄어들면 자기자신도 죽는 것처럼 인간도 자연을 지배하고 자연도 인간을 지배한다. 생태계처럼 자연과 인간의 관계도 단순한 지배-종속관계로 나타낼 수가 없다. 이런 의미의 지배는 생태계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계의 위기가 나타나는 이유는 인간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려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해결방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생태 친화적 경제라고 하는 이 방법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없다. 사람들의 이기심이 모두 사라져야 하고 판단기준, 가치관이 모두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억제라든가 기술의 발전 등 상대적으로 현실성 있어 보이는 환경 보호 주의자들이나 기술 지상주의자들의 주장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생태주의자들의 방법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방법들을 병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주제들에 대해 많은 의견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한 입장에 서서 다른 쪽을 비판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 쉬운 주제들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이 후속편이라고 하는데, 전편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주제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만 글을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