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의 수수께끼

우리역사의 수수께끼를 읽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제껏 내가 알고 있었던 역사관이나 사건들을 모두 사실이라 믿고 그것을 굉장한 것이라도 되는 양 자랑해 왔던 것을 후회한다. 역사에는 많은 모순이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건들에 모순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가 학교에서 아주 평범하게 배우는 작은 역사 상식도 사실에 어긋나 있다는 것, (물론 이 책은 한 명의 작가가 쓴 것이기에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작가는 역사를 연구하는 것을 일로 삼는 사람이고, 오랫동안 역사를 보아 왔고 기록해 왔기에 이 책은 충분히 믿을 만 하다고 생각된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것도 사실은 어긋난 점이 아주 많다는 것에 나는 놀라울 따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선덕여왕의 모란 꽃`과 `궁예는 폭군인가?`이다.
선덕여왕과 모란 꽃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당태종이 선…(생략)

나비가 장수의 상징이 된 것은 중국 발음에서 노인을 표현하는 한문의 발음과 나비를 표현하는 한문의 발음이 같아서 라고 한다. 어찌 되었건 이 나비는 60～80세까지의 부귀와 장수 그러니까 한정된 부귀와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욕심 많은 중국인들은 좀더 오랫동안 부귀와 장수를 원하기에 그림에 나비를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모란꽃그림에는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가 쓴 이 이야기는 어딘가 억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한나라의 국왕이라는 자가 동양화 읽는 법도 몰랐을 것인가? 하는 점과 씨앗을 심었을 때 향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럼 이 점은 무슨 괴이한 것인지?
요즘 한창 인기를 몰고 있는 드라마 `태조 왕건`. 나는 잘 보지는 않지만, 여기서 궁예 역을 맡은 배우가 굉장히 강하고 굵직한 연기를 하기에 궁예가 주로 나오는 부분만 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인지 `궁예는 과연 폭군인가?` 하는 작가의 글에 나는 동감한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궁예가 왜 미륵불이라는 부처가 됐을까? 하는 것이었다. 왕이 되어서 부귀와 영화를 가졌을 터인데 무엇이 모자라 미륵불이라는 부처가 되려고 한 것일까? 모든 해답은 이 책 속에 있었다.
궁예는 신라의 왕자로서 어렸을 때 버려져 여종의 손에 길러졌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궁예가 왜 애꾸눈인지도 잘 알 것이다. 어찌하였건 양길의 세력 아래로 가서 큰 주도권을 쥐게 된 궁예는 어느 정도의 세력을 가지게 된다. 점점 힘을 기르는 궁예에게 왕건의 아버지인 왕륭이 귀순한다. 당시 송악출신의 호족이었던 왕륭이 귀순했다는 것은 송악 지역이 궁예의 영향권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를 일으킬 만큼의 세력을 가지게 된 궁예는 고려를 건국한다. 그리고 건국 3년 만에 수도를 철원으로 옮긴다. 많은 사람들이 궁예가 수도를 옮긴 것이 패망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천도 한 것이 패망의 원인이라 보지 않는다. 궁예가 세운 고려라는 나라는 호족들과 연합하여 세운 나라였다. 왕륭이 궁예에게 귀순한 대신 왕륭은 자신의 출신 지역이었던 송악의 기득권을 유지 시켜주게 해주고 더욱 강화 시켜 달라는 것을 요구하였다. 이런 식으로 다른 호족들도 궁예에게 귀순하였다 조건을 달고 귀순 한 것이다. 이는 아직 궁예가 독자적인 세력과 힘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를 세우고 3년 만에 천도 한 것. 이것은 궁예가 나라를 세우고 3년 동안 수도를 옮길 만큼의 힘과 세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수도를 옮기고 나서 청주민 들을 철원으로 이주시킨다. 가까운 곳에서 이주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 먼 청주민을 이주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궁예가 중앙 집권적인 정치체제를 표방하는 그의 정치사상이 깃들여 있다. 청주는 신라의 5소경중 하나로 신라의 진골, 6두품 출신의 사람이 아주 많이 살고 있었다. 신라의 왕자 출신인 궁예는 자신과 같은 출신의 신라 사람들을 이주시켜 자신 아래서 관직을 하게 하여 독자적인 세력을 갖추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미륵불도 생겨 난 것이다. 천명을 받아 미륵이 되었다고 주장한 궁예는 이 미륵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위를 더욱 과시하려 한 것이다. 지금 TV에서 방영하는 부분은 궁예가 폭군이 된다는 것을 그린 과정인데, 지은이는 이것을 후세의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왕건이 궁예를 몰아낸 정당한 이유를 고려 초기의 역사가들이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책 속에 사진이 같이 실려 있다 궁예 미륵불 사진인데. 그 밑에 설명이 2줄 정도 쓰여 있다. 내용을 간단히 하면 궁예가 정말 폭군이었다면 이 미륵불 조각이 온전하게 보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역사라 할 수는 없다. 이것은 단지 책일 뿐이다. 물론 믿을만한 글과 증거도 있지만, 이 것을 모조리 믿어서 이 책을 역사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런 것도 있으니 참고해 두어라 정도가 가장 적당할 것이다.
나는 공격적인 책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온 세상을 비아냥거리는 책은 싫다. 어느 정도의 정당성이 있는 공격적인 책. 내가 말한 2가지 글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이 책 2권에는 64가지의 글들이 들어 있다.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게 내 솔직한 바램이다. 사람을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하는 책은 아주 드문 희귀종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