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필독도서 10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어서 내가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 중 하나였다. 주인공 한병태는, 5학년 시절, 서울에서 어느 시골 학교로 전학와 온갖 설움을 다 겪어야만 했다. 그건 바로 반을 주먹으로 쥐고 있는 엄석대 때문이었다. 모두다 엄석대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아이들사이에서 혼자 버텨내기는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난 엄석대가 주먹밖에 모르는 멍청이여서 직접 무릎 꿇도록 만들 것 같았으나,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엄석대가 영리하여 밑에 아이들을 시켜서 따돌리고, 곯려줘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것이었다. 웬만한 놀잇감도 없었을 때였으니 아이들과 노는 것이 굉장히 좋은 때였으니 아이들이 없으면 항상 외로움에 젖어서, 나중에는 무릎 꿇겠거니 하는 엄청난 영리함이었다. 그 영리함의 비결일까, 성적이 밑바닥을 헤매고 다닐 것 같은 엄석대였지만 오…(생략)

히고 있는데, 컨닝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조금 위쪽 옆자리에 수학박사 ``박원하``라는 아이가 자기 이름을 지우고 엄석대의 이름을 쓰고있었다. 역시 엄석대는 공부를 못했다. 주먹하나만으로 시험지까지 뺏은 것이었다. 그것으로 전교 1등을 유지한 것이었다. 거기까지 상상을 못했던 나는, ``엄석대``라는 그 인물이 공포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이제 중학교에 진학 할 나이가 일년 남은 6학년. 그 당시에는 중학교 수능 시험에 합격해야 중학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새롭게 유능한 선생님을 담임하게 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라는 말이 있었는지, 유능한 선생님은 일치감치 엄석대의 정체를 뚫어보았다. 그래서 수업시간마다 항상 불러내어 문제를 풀어내게 하였다. 엄석대가 잘 할 리 있겠는가. 오히려 선생님께 핀잔만 들을 뿐이었다. 그러나 시험 때만 잘하니, 선생님의 의심을 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결국, 병태는 엄청난 대우를 받은지 얼마안되서 그것을 또 잃어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이, 석대의 성적의 비결을 알아내고 말았다. 석대는 엄청난 기합을 받았고, 대리시험을 쳐준 학생들도 기합을 받았으며, 아예 단체 기합을 받았다. 이유는 단 둘! 석대는 주먹만 믿고 엄청난 일을 저지른 점! 나머지는 그렇게 굴복하면서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아무 일 없는 척 지내는 점! 굉장한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반장 선거는 다시 하였고, 마지막 개표 결과가 나오는 순간, 엄석대, 아니 몰락한 엄석대가 뛰쳐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는 아이들 곁에 또 나타나 엄청난 보복을 가했다. 그렇지만 그게 단체로 보복인데도 그냥 당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성난 호랑이처럼 야단을 치셨다. 그깟 한 명에게 다섯 명도 못 이기느냐고... 역시 그 야단의 효력은 컸다. 다른 아이들보다 별나기는 한 아이들이 석대를 만나 싸워서 꽁무니 빼도록 한 것이다. 선생님은 상을 주셨고, 또 한차례의 싸움으로 석대는 서울로 도망간 엄마를 찾으러 갔다. 세월은 흘러, 어느 덧 병태가 서른 쯤 되었을 때 만난 동창회에서 선생님은 늙어버리셨다. 아, 그 때 깨달은 것은 영웅은, 바로 석대나 병태가 아니라 선생님이고, 일그러진 영웅은, 바로 늙어버린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작가 이문열 선생님은, 뜻이 굉장히 깊었던 것이다. 그리고, 병태가 가족을 데리고 고향으로 가는 전철안에서 석대가, 경찰한테 붙잡혀, 병태에 가슴 속에는 영원히 석대가 몰락한 석대로 남아있게 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나의 가슴 속에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의 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